[넘버스]콘텐츠 플랫폼 ‘리디’, 웹툰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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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리디 주식회사(이하 리디)는 ‘리디북스’로 잘 알려진 콘텐츠 기업입니다. 전자책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 이후 웹소설·웹툰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는데요.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일 거래액 12억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특히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한 한 해를 보낸 만큼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떠올랐죠.

리디북스 주요 사업 성과. (사진=리디북스 홈페이지 갈무리, 표=채성오 기자)

올 들어 리디가 꺼내든 카드는 ‘웹툰 플랫폼’입니다. ‘스르륵 코믹스(가칭)’이라는 웹툰 브랜드를 발판 삼아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차원인데요. ‘오렌지디’를 통해 웹툰 사업을 진행중인 리디가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웹툰 키우는 리디…왜?

지난 1일 리디는 특허청에 ‘스르륵 코믹스’라는 상표권을 출원했습니다. 상표권 제목만 봐도 만화 관련 사업임을 유추할 수 있는데요. <블로터> 취재 결과 스르륵 코믹스는 리디의 새로운 웹툰 프로젝트입니다.

리디 관계자는 <블로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웹툰 사업에 집중해 온 만큼 사업 확장을 위해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자회사 오렌지디와는 별개의 사업”이라고 밝혔는데요.

오렌지디를 통해 선보인 웹툰 ‘마귀'(왼쪽)와 ‘한양 다이어리’. (사진=리디)

실제로 리디의 자회사 오렌지디는 지난해 7월 ‘마귀’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시기 1억원 규모의 웹툰 공모전에 오렌지디가 주관사로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오리지널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한편 유수의 제작사와 협업을 통한 2차 창작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공모전에 함께 참여한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래몽래인, 더그레이트쇼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여기까지만 보면 ‘오렌지디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업 영역의 분산이 꼭 효과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에서 말이죠. 그러나 그 행간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해법을 ‘콘텐츠’에서 찾으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준비된 ‘거위’, 황금알 낳으려면

리디는 지난 2009년 ‘리디북스’로 전자책 사업을 시작하면서 활발한 M&A를 통해 견고한 플랫폼 역량을 다져왔습니다. 도서 마케팅 서비스 ‘책 끝을 접다’ 운영기업 ‘디노먼트’, IT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라프텔’, 웹소설 출판사 ‘에이시스미디어’, 게임 퍼블리싱 기업 ‘2DC’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죠.

M&A로 플랫폼의 기초 체력을 다지면서 도서 정액제 ‘리디셀렉트’,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 등을 선보였고 지난해 IP 콘텐츠 허브인 ‘오렌지디’도 설립했습니다. 전자책으로 전문화된 사업 영역을 구축한 후 웹 콘텐츠까지 순차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셈인데요.

이 중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현재 리디에서 웹툰을 다루는 사업조직은 리디북스와 오렌지디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리디 주식회사 주요 M&A 현황. (사진=리디, 표=채성오 기자)

리디북스에서는 전자책 외에도 e북을 통해 볼 수 있는 만화와 웹툰 콘텐츠를 각각 유통하고 있습니다. 삽화가 들어간 ‘라이트 노벨’, 출판 만화, 웹툰을 리디북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그렇다면 오렌지디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오렌지디는 자체 IP를 발굴 및 확보하는 콘텐츠 비즈니스 기업입니다. 콘텐츠 기획, 제작, 마케팅, 수출, 원소스 멀티유즈(OSMU)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죠. 출판·연재, 웹툰·게임·애니메이션·공연·영상화, 캐릭터 라이센스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오렌지디가 콘텐츠 판권을 확보하며 부가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라면 리디북스의 경우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죠. 오렌지디가 지난달 웹툰 ‘한양 다이어리’의 연재 소식과 드라마 제작 확정 소식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서 이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오렌지디 홈페이지 갈무리)

리디가 주목하는 것은 웹툰 밸류체인의 완성입니다. 밸류체인 구조를 ‘콘텐츠 확보 – IP 발굴 및 제작 – 유통’으로 나눈다면 현 상황에서 리디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콘텐츠일 것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확보된다면 이를 기반으로 IP 비즈니스를 확대할 여력이 생기는 셈이죠. 어디까지나 스르륵 코믹스가 이 역할을 맡는다는 가정에서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스르륵 코믹스는 웹툰만을 위한 전담 브랜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디의 계획대로 스르륵 코믹스가 출범할 경우 리디북스에 편중된 웹툰 사업영역을 덜어내는 한편 사업 집중도와 전문성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

격동의 웹툰 시장…경쟁력 확보

리디가 웹툰 사업을 강화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외적인 환경의 변화도 큰 축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웹툰 시장은 수 년째 성장 곡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2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웹툰 시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매년 1000억원 규모로 지속 성장하며 6년간 4배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한 것인데요.

특히 최근에는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성장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반사 이익이 더해져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내 ‘디즈니+’와 ‘애플TV+’가 한국에 안착할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원천 IP를 보유한 콘텐츠 기업들 역시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되겠죠.

국내 웹툰시장 규모 추이(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표=채성오 기자)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네이버·카카오를 중심으로 전개된 웹툰 IP 비즈니스는 유료웹툰업계까지 확대됐습니다. ‘좋아하면 울리는’, ‘김비서가 왜그럴까’,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의 흥행 사례에 이어 ‘D.P.’, ‘콘크리트 유토피아(원작 웹툰 유쾌한 왕따)’ 등의 웹툰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두 작품 모두 레진코믹스 연재작인데요.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해부터 IP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봄툰, 델리툰을 보유한 키다리스튜디오가 레진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하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평가받고 있죠.

변화의 바람은 비단 양사의 사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닙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디앤씨미디어는 웹툰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 ‘디앤씨웹툰’을 설립했습니다. 대원미디어와 카카오의 경우 자회사 스토리작과 카카오재팬을 통해 일본 현지에 합작법인 ‘셰르파 스튜디오’를 만들었죠. 웹툰 사업의 전문성을 키우거나 동맹 전선을 형성하는 모습입니다.

리디 주식회사 손익 현황. (자료=리디, 표=채성오 기자)

웹툰 사업을 강화하려는 리디의 실험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스르륵 코믹스는 현재 검토 단계에 불과한 사업이지만 내·외부적 상황을 감안하면 리디에게 있어 절실한 ‘마지막 조각’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앞서 리디는 지난 2019년 약 1151억원의 매출과 약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약 794억원)은 300억원 이상 늘었지만 영업손실(약 23억원)의 경우 두 배 이상 커진 것이죠. 지난 2018년부터 본격화된 M&A와 서비스 개편 등에 따른 투자비용이 반영된 수치입니다.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실적에 반영되는 모습입니다. 리디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연결 기준 7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창업 이래 최초로 흑자 전환에 돌입했다”는 발표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리디는 웹툰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높게 도약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