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말, 그동안 함께 했던 KT 전화와 결별했다. 전화에 대한 추억은 시골 출신이라 남다르다. 충남 서산하고도 대산, 그리고 대산이라는 읍내에서 10리길(4Km)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깡촌’에서 전화는 정말 귀한 것이었다. 초등학교, 마을 이장님 댁, 그리고 동네 유지 몇 분댁에 있는 전화가 다 였다.
전화가 오면 마을 회관에서 “누구네 아버지유, 누구누구헌티서 전화왔슈, 언능 마을 회관으로 오유”라는 방송이 들리곤 했고, 초등학교 앞에 살았던 덕에 난 초등학교 숙직실에서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 걸 구경할 수 있었다.
검정색의 묵직한 전화기 옆에 달린 손잡이를 마구 돌리고 나서 수화기를 들면 읍내 우체국에 있는 교환원의 목소리가 반갑게 들려온다. 그리고 나서 전화하려는 곳의 번호를 알려주고 다시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디딕디딕’ 소리가 들리면 수화기를 들고, “연결됐슈”라는 말을 듣고 나서 상대방과 통화를 했다. 
대전으로 먼저 유학간 누나와 형이 가끔 학교로 전화를 하면, 학교로 한달음에 달려가던 때도 있었다. 전화는 그런 것이었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자란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건 아버지 세대 이야기’라며 ‘정말 쌩 깡촌’에서 왔다고 놀려대곤 했다.
그 전화 시스템이 정확히 언제 없어졌는지 가물가물하다. 도청소재지였던 대전으로 유학길에 올랐고 누나, 형들과 자취를 하면서 주인집 전화를 몰래 사용하기도 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는 다이얼이 있는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외출할 때면 행여나 우리가 전화를 쓸까봐 전화기 다이얼에 작은 자물쇠를 채워놓곤 했다.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시골에서 자라면서 안해본 거 없는 내게 그런 자물쇠는 정말 눈감고도 열어 제낄 수 있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못쓰는 우산의 납작한 우산대를 잘라서 시멘트 바닥에 몇번 갈고 나면 만능 열쇠가 된다. 가볍게 자물쇠를 열고 나서 시골 집에 마음놓고 통화했다. 누나와 형은 그러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내가 집에 전화하고 나면 자신들도 어딘가로 다이얼을 돌리곤 했다.
순진한 아이들이었다. 전화요금표가 나오는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집에 전화가 없었는데 매달 전화요금표가 집에 배달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시외전화 요금도 나오는데 말이다. 아주머니는 집에 돌아오셔도 별다른 말씀이 없었다. 또 그후에도 자물쇠를 여전히 채우셨지만 “전화 사용하지 말라”는 말은 없이 외출하곤 했다. 
1988년에 처음 우리집에 전화가 생겼다. 시골집에는 정확히 언제 전화가 들어온 지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이사를 할 때면 매번 KT에 전화해서 언제 이사가고 어디로 가는지 주소를 알려줬다. 지금은 하루만에 개통이 되지만 당시에는 1주일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대략 날짜가 정해지면 전화 개통을 위해 전문기사가 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곤 했었다.
그 후 2007년 8월까지 ‘쭈욱’ 그렇게 사용하던 전화를 인터넷전화(VoIP)로 바꿨다. 지나온 추억은 가슴에 묻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호기심이기도 했지만 집안 뿐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그 번호를 그대로 가지고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에 끌렸다. 또 담당분야 기자로서, 사용해보지도 않고 시장이 어떻고 기술이 어떻고 미주알고주알 아는 척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전화는 예전 새롬기술을 통해 처음 접해봤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소통의 장이 만들어지고, 인터넷이 가능케 하도록 라우터라는 장비를 통해 새로운 네트워크 망이 구축되면서 구리선에서 사용하던 전화를 네트워크 회선에 탑재를 한 것이었다.
초기 인터넷전화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했다. PC를 켜야하고 상대방과 통화를 하려면 그 상대방도 PC를 켜고 회원에 가입해서 동일한 메신저에 로그인해야 했다. 이어폰과 마이크가 꼭 필요했다. 
전화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야 한다. 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인터넷전화도 구리선 전화가 밟았던 그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전화 역사가 100년이라면 인터넷전화는 불과 20년도 안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시시각각 전세계에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그런 영향권 밖에 있다. KT의 시내전화요금 자체가 워낙 저렴하기도 하고, 91%가 넘는 시장 지배력을 가진 KT와 ‘맞장’을 뜨면서까지 출혈을 감내할 업체도 없었고, 소비자 입맛에 딱 맞는 구미를 당길만한 서비스가 출시되지 않았던 것도 한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인터넷전화 관련한 기사를 수없이 써왔지만 항상 거시적인 접근이었다. KT와 같은 기간 사업자들 전략은 어떻고, 후발사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국내외 인터넷전화 전망을 살펴보고 전문가들 찾아서 언제쯤 인터넷전화가 뜰까에 대해 묻고 들었다.
또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사용되는 장비 업체들을 취재했고, 어떤 기능으로 어느 통신사에 얼마나 제공하는지, 어떻게 경쟁사를 꺾고 제품을 공급할 지에 대해서 취재하고 기사화했다.
하지만 이번에 기획한 특집 기사는 그동안의 거시적인 접근법이 아니라 미시적이다. 사용자 위주로, 인터넷 전화를 서비스하는 회사의 상품 위주로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사용자들이 주목할 만한 인터넷전화 서비스들을 찾을 수 있다. 이미 잘 활용하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의 목소리도 실어보려고 한다.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려면 ‘070-xxxx-xxxx’라는 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단말기도 필요하다. 고급 사용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소프트폰’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해 사용하기도 한다. LG데이콤의 mylg070을 사용할 수도 있고, 스카이프(www.skype.com)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인터넷전화는 기존 유선전화와 무선전화와도 통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일한 서비스에 가입한 이들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다. 단일한 이동통신 가입자끼리는 통화료가 무료라면, 아마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까? 옛날 SK텔레콤에 인수되기전 신세기통신이 연인무료통화상품을 선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인터넷전화는 그런 상품 중 하나다. 아주 잘 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쉽게 활용해 볼 수 있도록 해볼 계획이다. 동일한 서비스에 많이 가입했을 때 더 큰 헤택을 얻을 수 있다. 인터넷전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기획을 하면서 인터넷전화를 다루고 있는 블로거들도 인터뷰하려고 한다. 그들이 왜 인터넷전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타인들과 정보를 나누는데 아낌없이 자신의 시간을 쏟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자 한다.
다행히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도 많고, 서비스 업체들도 많아졌다. 개인적으론 VoIP 분야의 파워블로거인 버섯돌이님도 블로터닷넷에 지부를 차렸으니 방향을 잡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새로운 인터넷전화와의 데이트에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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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VoIP 기획기사 시작하셨군요.. 기대 많이 하고 있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