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할리우드와 영화 제작사가 불법 영화 공유에 대한 해결책을 찾은 것일까. 불법 내려받기 서비스의 종결자 토렌트와 대형 영화사 사이에 미묘한 해빙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3월18일(현지시각) 타임지 인터넷판, 와이어 등 외신은 미국 대형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픽처스가 호주산 새 공포영화 ‘터널(The Tunnel)‘을 아예 비트토렌트를 통해 무료 공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영화를 무료로 공개한 사례는 지난 2010년에도 있었다. 미국의 독립영화 제작사 VODO가 내세운 전략이었다. VODO는 영화를 토렌트나 기타 P2P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공개했다. 수익은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배급이 어려운 독립영화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파라마운트픽처스와 같은 메이저 영화 제작사가 직접 새 영화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료로 영화를 본 누리꾼들이 특별판으로 제작된 DVD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전략도 마련했다. 파라마운트픽처스는 무료로 영화를 감상한 누리꾼들도 탐낼 만큼 DVD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특별판으로 제작되는 터널 DVD에는 또 다른 결말과 두 시간 분량의 독점 영상, 제작 뒷이야기 등 풍성한 혜택이 제공된다.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이번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135K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독특한 수익창출 시스템때문이다. ‘135K’는 90분짜리 영화를 이루고 있는 13만5천 개의 프레임을 뜻한다. 영화 ‘터널’을 본 후 누리꾼은 영화를 이루고 있는 전체 13만5천 개의 프레임을 기념품 형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 구입할 수 있는 프레임은 1개에서 1500개(1분 분량)까지이며 1프레임당 가격은 1달러다. 영화 프레임 판매와 결합한 일종의 기부인 셈이다. 절묘하고 기발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라마운트픽처스는 영화 프레임을 구입한 누리꾼들에게 영화가 벌어들이는 전체 수익의 1%를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 3만705개의 프레임이 팔려나갔다. 전체 프레임의 22%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러한 수익 구조를 통해 파라마운트픽처스는 흥행수입(박스오피스)이나 기타 제작환경 등 영화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요소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 터널을 제작한 엔조 테데시 디스트렉티드 미디어 대표는 “파라마운트와 함께 일하는 경험은 긍정적이다”라며 “우리의 프로젝트에 대해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토렌트란 보통 100KB 이하의 작은 씨앗파일을 통해 공유가 이뤄진다. 공유하고자 하는 파일을 직접적으로 내려받는 기존 P2P 시스템과 구분되는 점이다. 씨앗파일에는 해당 씨앗파일이 가리키는 자료의 정보가 들어 있다. 비트토렌트(BitTorrent)나 유토렌트(uTorrent)와 같은 토렌트 클라이언트에 씨앗파일을 인식시키기만 하면 해당 자료를 가진 전 세계 사용자들로부터 자료를 긁어모을 수 있다. 자료를 직접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웹하드와 같이 업체에서 P2P 클라이언트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규제와 단속,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2009년 개봉해 큰 흥행에 성공한 영화 ‘아바타’의 경우 세계 곳곳에서 무려 1천660만 건의 공유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씨앗 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는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공유 건수는 이에 몇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할리우드가 토렌트 때문에 심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2010년 11월 스톡홀롬에서는 불법 공유 사이트 ‘파이어럿 베이’의 운영자가 1년 징역형을 받는 일이 있었다. 파이어럿 베이에서 이뤄지는 수백만 건의 불법 영화 공유 행태를 보다 못 한 영화사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영화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 말에는 미국영화협회(MPAA)가 네덜란드의 반불법다운로드 단체 브레인(BREIN)과 손잡고 미국 안팎의 50여 개 토렌트 공유 사이트를 폐쇄하는 일도 있었다. 그만큼 토렌트 시스템은 영화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이번 결정으로 대형 영화제작사와 토렌트 모두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영화 터널은 5월19일부터 전 세계 토렌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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