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기획] ①가장 ‘비싼’ IT 기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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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가 1천 80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2011년 1월, 국토해양부). 자동차 1대당 인구 2.8명,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 0.91대 수준으로, 사실상 1가구 1자동차의 ‘마이카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같이 타고 운전하는 자동차. 그런데 여러분은 자동차 제조원가의 평균 35%가 IT부품과 소프트웨어 가격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보통 한 대당 약 250개에서 400여 개 가량의 반도체 부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토요타 프리우스의 경우에는 제조원가에서 IT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7%에 달합니다. 심지어 폭스바겐에서는 1만 1천 300여 개의 반도체를 탑재한 자동차가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자동차라고 해야 할지, 바퀴 달린 최첨단 IT 제품이라고 해야 할지 헛갈리는 수준입니다. “자동차가 가장 비싼 달리는 IT 기기”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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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는 한 대당 평균 250개에서 400여 개의 반도체 부품이 들어간다(사진제공 : 프리스케일코리아)

그래서일까요? 올 1월 개최된 세계 최대의 가전박람회 CES 2011에 자동차 업계의 수장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앨런 멀랠리 포드 CEO루퍼트 스태들러 아우디 AG 회장 의 경우에는 사상 처음으로 모터쇼가 아닌 CES의 기조연설 무대에 직접 오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북아메리카 국제 오토쇼, 일명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오히려 뒷전이었습니다.

포드는 CES 2011에 2012년형 전기차 ‘포드 포커스(Ford Focus)를, 아우디는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e-트론 스파이더(Audi e-tron Spyder)’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신차 이상으로 IT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차량 내부에 장착되는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시스템입니다.

인포테인먼트란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IT 기술을 이용해 주행 관련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텔레매틱스는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과 인포매틱스(informatics)의 합성어로, 자동차에 무선 통신 기능이 결합되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두 시스템이 사실상 하나로 합쳐지는 추세여서 용어도 큰 구분 없이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를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나 커넥티드 비히클(Connected Vehicle), 조금 더 쉽게는 스마트카(Smart Car)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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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되는 차량에도 다양한 IT 부품과 솔루션이 탑재되고 있다 (사진 : 토요타 프리우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은,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운전자의 경우 내비게이션과 교통상황 안내 등 운전 정보와 응급상황 대처, 사고 시 자동 연락 등 교통안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동승자도 동영상과 음악을 감상하거나 인터넷에 연결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블루투스로 휴대폰을 연동해 핸즈프리로 통화하고, 스마트폰의 각종 기능을 차량에 연결해 사용하거나, 음성 명령으로 음악과 내비게이션 등을 제어하는 기능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아예 차량에 3G나 LTE 모듈이 탑재돼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고 차량 내부를 와이파이 핫스팟으로 만들어주거나, 플랫폼 API를 개방해서 차량용 앱스토어를 준비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머지 않아 차량 외부의 상황을 인식해 사고를 회피하거나, 날씨와 교통정보를 분석해 연비를 극대화하고, 주차장에서 빈 자리를 찾아 자동으로 주차해주거나, 무인 운전도 가능한 자동차가 시판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장소를 검색하다가 차에 탑승하면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목적지를 안내해주고, 목적지 근처에서 주차를 하면 다시 스마트폰으로 도착할 때까지 안내해주는 등 끊임없는(Seamless)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 모든 기능이 클라우드 기술과 접목돼 무선으로 클라우드 인프라에 구축된 각종 정보에 접근하고 더 나아가 도시 전체의 교통관제 시스템과도 연결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던 포드, GM 등 미국 자동차 업계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재도약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인포테인먼트 등 IT 기술 덕분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당시 포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포드 싱크(Ford Sync)’는 “포드 싱크 하나가 포드 차량 구매를 결정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의 지지가 높았습니다. 미국의 젊은 오너 드라이버들은 아이팟 연결 단자가 있는지를 보고 차종을 선택할 정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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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포드 터치(MyFord Touch)

이처럼 소비자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최신 IT 기술에 빠르게 친숙해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카의 시대도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각 자동차 업체에서 개발 중인 모델이 출시될 2012년~2013년 경에는 정말 스마트카라고 부를 만한 제품들이 시중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움직이면서 덩달아 반도체 업계와 솔루션 업체, 자동차 부품업체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장착되는 줄로만 알았던 1GHz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자동차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OS가 차량에 탑재되는가 하면, 리눅스 계열의 오픈소스 진영과 윈도우 임베디드 등 상용 소프트웨어가 차량용 플랫폼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통신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차량 정보를 열람하고 원격으로 제어하는 수준이지만, 벌써 자동차에 통신 모듈과 SIM 카드를 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LTE나 와이맥스 등 4G 인프라를 차량 내부에 탑재하기 위한 준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전세계 10억 대, 연간 수천 만 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에 지속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정체된 휴대폰 시장을 대체할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스마트카 행렬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기아차는 2010년 MS와 함께 UVO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으며, SKT와 제휴해 음성인식과 원격제어 등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도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으며, KT와 와이브로 기반 무선 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SKT는 르노삼성과 제휴해 SM7모델에 휴대폰으로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MIV 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입니다.

이와 같은 자동차와 IT 기술의 융합은 전기자동차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한 10년 쯤 지나면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는 말 대신 ‘부팅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블로터닷넷은 앞으로 4~5회에 걸쳐 [스마트카 기획]을 연재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각 분야에서 스마트카를 위한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스마트카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지를 상세히 조명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