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펼쳐보기]①CD롬에서 킨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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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은 말과 그림에서 시작했다. 문자가 등장한 뒤엔 진흙판과 양피지, 대나무, 거북이 껍질이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됐다. 그리고 종이가 등장했다. 종이는 지금의 노트북과 다름없다. 정보를 간편하게 들고 다니고 쓸 수 있었다. 이젠 정보를 빠르게 보급하고 얻는 방법인 금속활자와 윤전기, 컴퓨터, 인터넷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는 종이가 유일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다. 호주의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2026년 한국의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타임스 발행인 아서 슐츠버그는 2015년까지 뉴욕타임스의 종이신문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2010년 MIT 미디어랩의 네그로폰테 교수는 종이신문이 5년 내 사라진다며 종이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플로피디스크-CD롬-피시통신-인터넷

국내 전자책의 시작은 CD롬이 열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학습용 부교재뿐 아니라 학술서 등에서 전자책을 CD롬으로 발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수십, 수백권이 CD롬 1장에 들어간다니 그야말로 ‘전자’책의 시대가 오는 듯했다. ‘출판계 전자책 제작 바람’(매일경제, 1995.11.23), ‘전자책 대중화 다가온다’(동아일보, 1994.1.22), ‘미술서적의 전자책 시대 열려’(연합뉴스, 1993.5.20) 등 당시의 기사 제목만 봐도 전자책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알 수 있다.

CD롬과 함께 PC통신으로 텍스트 파일을 내려받는 시도도 있었다. 플로피디스크도 전자책이라 불렸지만, 디스크 한 장에 종이책 100페이지 분량만 담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인터넷의 발달은 전자책의 변화를 가져왔다. 1999년 바로북이 온라인에서 전자책을 사고 보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불편하게 CD롬을 보관할 필요도 없었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일으킨 건 후발 업체인 북토피아였다. 북토피아는 김영사, 박영사, 한길사, 푸른숲, 들녘을 비롯한 120여개 출판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북토피아는 1천여개 출판사와 제휴해 콘텐츠 파워가 있었다. 북토피아가 지난해 OPMS에 인수되기 전까지 확보한 전자책 콘텐츠는 20만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상용화해 서비스한 것은 6만5천여종이다. 현재 전자책 업계에서 1위로 알려진 교보문고는 7만종, 미국의 1위인 아마존이 81만종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책 업체는 B2B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공공도서관과 초·중·고 도서관, 대학도서관, 아파트의 작은 도서관에까지 전자책을 대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콘텐츠를 납품했다. 마침 정부도 전자책 도서관 사업을 지원하며 전자책은 출판계의 새로운 활로가 됐다.

우리나라는 전자책 시장에 있어 미국이나 일본에 뒤처지는 모습은 아니었다. 2001년 한국전자북에서 전자책 단말기 ‘하이북’을 출시했고, 2005년 한번 구매로 전자책을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개념을 선보였다.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북토피아와 SK텔레콤이 ‘유비쿼터스 북’을 선보였다. 전자책을 한번 사면 PC, 단말기, 휴대폰 등으로 읽을 수 있는데 언제나 마지막으로 읽은 부분부터 볼 수 있다. 이 개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각 기기마다 따로 전자책을 사야했다. 지금에야 당연한 개념이지만, 이는 아마존이 2007년 킨들을 출시하며 처음 선보인 기능이다.

국내 첫 전자책 단말기 ‘하이북'(2001)과 세계 최초의 ‘로켓e북'(1998)

최초의 전자책은 미국에서 나왔다. 누보미디어가 1998년 ‘로켓e북’을 선보였다. 소프트북프레스의 ‘소프트북’, 리브리우스의 ‘밀레니엄리더’, 에브리북의 ‘에브리북’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어찌 보면, 초기 전자책 시장에서 국내는 콘텐츠 위주, 미국은 단말기 위주였던 셈이다.  미국은 1998년 40여개 업체가 모여 전자책 표준안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1999년 전자책 표준인 OEB 표준사양이 발표됐다.

일본은 CD롬 전자책이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했다. 1986년 일본전자출판협회와 1998년 출판사를 비롯한 145개사가 참여한 e북 컨소시엄이 열리기도 했다. 1999년 전자책 파일 표준화 작업의 일환으로 미국의 OEB와 비슷한 XML기반의 JEPAX가 만들어졌다. 2004년 마쓰시타전기산업의 ‘시그마북’과 소니의 ‘리브리에’ 전자책 단말기가 등장하며 활성화했다.

2007년 전자책 시장이 술렁거렸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독자적인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았다. 전자책 콘텐츠와 유통, 단말기까지 휘어 잡은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의 성공신화를 만들며 ‘제2의 아마존’ 바람을 일으켰다. 이 바람은 국내 전자책 업체에 단말기 출시로 이어졌다. 2007년 네오럭스의 ‘누트’, 2009년 삼성과 교보문고의 ‘SNE-50’, 아이리버 ‘스토리’, ‘2010년 북큐브네트웍스 ‘B-815’, 인터파크 ‘비스킷’, 2010 한국이퍼브와 넥스트파피루스이 ‘페이지원’ 등 킨들 이후 전자책 단말기가 대거 쏟아졌다. 10년 전부터 온다던 전자책의 시대가 곧 도래하는 듯했다.

PC나 PDA로 전자책을 읽던 독자에게도 전자책 시장 활성화는 반가웠다. 각 유통사마다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곧 서로 호환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전자책도 싸게 살 수 있었다. 마치 온라인 서점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끼워팔기와 할인판매가 드세했다. 유통사가 전자책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벌이는 판촉 활동의 열매는 독자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상점은 늘었는데 팔 물건이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단말기와 전자책 업체는 늘지만, ‘읽을 만한’ 전자책은 찾기 어려웠다. 초기 적극적이던 출판사가 언젠가부터 소극적으로 변했다. 출판사가 설립해 국내 최대 전자책 업체가 된 북토피아가 2008년 파산하면서 곪은 상처가 터졌기 때문이다.

2부에서 국내 전자책 시장의 문제와 논란을 자세하게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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