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구글…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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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세계에선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이 말은 IT 산업에도 유효하다. 도저히 화해할 수 없을 듯한 ‘적’들이 한순간 미소를 띄며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얼마나 숱하게 봐 왔던가. 그래서 요즘 산업계에선 경쟁 상대에 집중 포화를 퍼부으면서도 ‘필살기’를 꺼내드는 경우를 보는 일은 드물다. 복잡다단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적과 동지를 무 자르듯 구분하려면 스스로도 그만한 위험과 모험을 담보로 내걸어야 한다.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끝내 ‘불편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4월15일, 둘은 구글코리아를 공정거래 행위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결과에 따라 한 쪽은 지우기 힘든 흉터를 남기게 될 모양새다. 금전적 손실이든, 도덕성에 생채기를 내든.

겉보기엔 NHN과 다음이 구글의 비신사적 행태를 문제삼은 모양새다. 헌데 여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포화를 맞은 구글코리아보다는 총구를 겨눈 국내 포털에 비난이 쏟아진다. 특히 여론의 총구는 NHN을 직접 겨냥한다. ‘지금껏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불공정거래를 숱하게 저질러온 NHN이 새삼 모바일 검색에서 구글을 문제삼는 건 적반하장’이란 비난이다. 요컨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얘기다. NHN과 다음엔 당황스런 상황이다. 왜 그럴까.

사안은 두 가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하면서 이통사나 단말기 제조사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넣었는가. 국내 포털은 그 동안 우월한 시장점유율을 무기로 불공정행위를 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안은 분리해 따져야 할 문제다. 뒤섞이는 순간, 물타기가 시작된다. 지금 논란이 일으키는 혼란은 여기서 발원한다.

공정위에 접수된 신고서에서 문제된 대목부터 따져보자. 이 신고서는 구글이 자신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OS에 ‘구글 서비스(특히 검색)를 사전 탑재했다’는 걸 문제삼지는 않는다. ‘경쟁 서비스를 얹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데 불만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네이버·다음 검색을 안드로이드 기본 검색 서비스로 해달라’는 게 아니라 ‘이통사나 단말기 제조사가 자유롭게 서비스를 선택해 넣을 수 있도록, 불필요한 압력을 넣지 말라’는 게 신고서 주장의 뼈대다.

삼성·LG전자나 KT·SK텔레콤 등이 안드로이드 OS를 갖다쓰며 자의적 판단에 따라 네이버·다음 검색을 사전 탑재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만약 네이버·다음 검색을 기본 탑재하려 했지만 구글 압력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NHN·다음은 구글이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증거까지 갖고 있다’고 말한다.

짚어보자. 구글이 오픈소스 OS인 안드로이드에 경쟁사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OS다. 누구나 이를 가져다 원하는 기능을 짜맞춰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제조사도, 서비스를 얹는 이동통신사도 마찬가지다. 헌데 안드로이드폰은 좀 ‘특별한 조건’이 있다. OS에 얹히는 구글 서비스다.

안드로이드폰에 구글 검색이나 G메일, 유튜브나 구글 지도 같은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얹으려면 구글로부터 호환성 검증 과정(CTS)을 거쳐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서비스가 스마트폰에서 제대로 돌아가는지 해당 서비스가 인증해주는 과정이니까. ‘안드로이드마켓’도 마찬가지다. 구글 CST를 통과하지 못한 안드로이드폰에선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러니 ‘선택’은 사실상 ‘필수’로 바뀐다. CTS가 불편하다면 구글 서비스를 얹지 않으면 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안드로이드마켓을 쓸 수 없는 안드로이드폰을 어떤 소비자가 선택하려 할까. SK텔레콤 ‘T스토어’ 같은 대체 안드로이드 오픈마켓이 있다지만, 구글 안드로이드마켓만큼 큰 장터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안드로이드마켓은 안드로이드폰에서 빠져선 안 될 서비스다.

CTS는 그래서 안드로이드폰 출시에 앞서 빠져선 안 될 통과의례다. NHN과 다음은 이 CTS가 구글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지목한다. CTS 통과 여부나 일정을 조정하는 칼자루를 구글이 쥐고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구글이 CTS를 등에 업고 경쟁 서비스인 다음과 네이버 검색 앱을 사전 탑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갖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임에도, 뒤편에선 구글의 ‘힘’이 미치는 시장이란 뜻이다. 여기엔 ‘요금합산 청구 계약’을 무기로 구글이 이통사에 네이버와 다음 검색을 기본 탑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도 더해졌다.

만약 다음과 NHN 주장대로 구글이 안드로이드폰 출시 과정에서 올곧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똥은 더럽고, 겨는 깨끗한가. 아니다. ‘더럽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NHN과 다음 주장대로 ‘증거’가 있다면, 공정위가 이를 바탕으로 조사·판단해 결론을 내려줄 게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 결론은 우리가 구글 ‘혐의’에 대한 판단을 보다 쉽게 내릴 수 있게 도울 테다.

이제, 또 다른 문제로 들어가보자. 국내 포털이 구글이 받고 있는 혐의보다 더 넓고 깊이 불공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가. 이는 이번 공정위 제소건과 별개로 공론화해야 할 일이다. 방법은 여럿이다. 공정위에 제소를 하거나, 법에 판단을 요청하거나, 서비스 불매 운동을 벌이거나.

국내 포털은 구글을 제소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괘씸죄’를 꼽는다. “겉으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쓰라’고 말하면서 뒤로는 ‘자유로움’을 제한한 행실이 괘씸하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받아들이는 쪽은 다르다. 구글을 제소한 국내 포털, 특히 NHN은 공정위 제소건과 별개로 집중 비난을 받고 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 포털을 괘씸하게 여기며 속앓이를 하는 협력사와 이용자가 적잖다. NHN은 그 이유를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왜 많은 이들이 되레 우리 몸에 똥이 묻었다고 비난할까.’ 지금, 이 혼잣말에 대한 답을 풀어야 할 이는 NHN, 다음이다. ‘누리꾼 10명 가운데 8명이 우리 서비스를 선택했다’는 변명이 다른 허물까지 덮을 수 있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깨끗하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 정도로 순진하진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Dog Play

(사진 : http://www.flickr.com/photos/tjc/371351466.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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