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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 소송이 삼성전자에 남긴 과제

2011.04.22

애플이 지난주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과거에도 스마트폰 경쟁업체와 특허 소송을 주고받은 바 있지만, 이번 소송은 특허 침해 뿐만 아니라 제품의 외형과 UI(아이콘 등), 포장 등 디자인 모방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일 소송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번 소송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유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했으며, 애플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소송으로 애플의 부품 조달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시에, 부품 공급업체와 최대 고객사라는 독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Samsung_Apple

이에 대해 팀 쿡 애플 COO는 20일 열린 실적발표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이며, (애플 입장에서도) 삼성전자는 매우 중요한 부품 공급업체다.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삼성전자 MC사업본부는 도가 지나쳤다(cross the line).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법정까지 가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과연 삼성전자가 실제로 애플의 디자인(트레이드 드레스)를 모방했는지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다. 삼성전자도 애플을 맞고소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양사의 합의로 이번 소송전이 일단락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리콘앨리인사이더는 “삼성전자는 애플 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의 제품을 끊임없이 모방해왔다”며 2006년부터 최근까지 8개의 삼성전자 휴대폰 제품을 타사 제품과 비교하고 나섰다. 이번 소송이 삼성전자 휴대폰 디자인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거 피처폰 시장과 비교해 단말기 숫자가 줄어들고 전략 스마트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피처폰 시장이 다양한 디자인과 폼팩터의 제품을 쏟아내며 1, 2 종의 히트작을 배출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전반에서 전체 스마트폰 라인업을 관통하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경쟁업체들은 진작부터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그래서 애플과 블랙베리, HTC와 모토로라 등의 제품은 슬쩍 보기만해도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다. 제품의 사양 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UX 등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도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과연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서 삼성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가. 디자인에 대한 느낌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 갤럭시S가 출시됐을 때부터 아이폰과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갤럭시S의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갤럭시S 제품의 패키징 부분과 관련된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는 시장 공략 시점을 두고 말하는 것이지 경쟁 업체의 디자인 철학까지 팔로우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소송이 삼성전자에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과연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은 과연 무엇인가? 삼성전자가 이번 소송에서 시작된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미사여구없이 제품만으로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을 관통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해상도와 두께, 무게 등 숫자가 아니라 오롯이 보여지는 것만으로 말해야 한다.

이번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떠나서, 삼성전자 휴대폰 제품의 디자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zoomin@bloter.net

블로터닷넷 기자. 모바일의 시대에 모두 다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 모바일, 스마트폰, 통신, 소통 / 따뜻한 시선으로 IT 세상의 곳곳을 '줌~인'하겠습니다. ezoomin@bloter.net / 트위터 @ezoo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