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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애플의 법정 싸움과 지적재산권
by 강정수 | 2011. 04. 26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S, 갤럭시 탭 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미국 법원에 지난 4월15일 고소하였다. 이에 대한 맞대응인 듯 삼성전자 또한 지난 4월21일 한국, 일본 그리고 독일 법원에 애플을 특허침해로 제소하였다(관련 블로터 기사보기). 양사의 법률 분쟁의 진위 또는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사건은 21세기 지적재산권이 갖는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번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고소장에서 “노예적인 복사(slavishly copy)”라는 다소 감정적인 표현을 빌어 삼성을 비난하고 있다(고소장 분석보기). 물론 갤럭시 S와 아이폰 3의 디자인을 언뜻 비교해 보아도 삼성전자가 애플을 모방한 것은 자명해 보인다. 애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서도 삼성전자가 애플의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아이콘 디자인, 충전 케이블 그리고 포장까지 ‘의도적’으로 모방한 것은 명백하다. 삼성전자는 뛰어난 실력으로 아이폰 디자인을 모방함으로써 마땅히 지출해야하는 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 모방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첫째는 삼성전자의 파렴치한 모방 행위를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질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는 지적 재산권이 보호되지 못할 경우 어떤 기업이 창조적인 연구와 개발에 투자를 할 수 있겠냐는 나름 합리적인 논리가 깔려있다.

둘째는 모방행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이다. 새로운 디자인이나 제품 콘셉트는 결코 진공상태 다시말해 ‘무’에서 창조되지는 않는다. 모든 창작에는 선례라는 것이 있고 영감을 주는 모방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애플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애플의 수장 스티브 잡스 또한 1996년 거장 피카소의 예를 들면서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우리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We have always been shameless about stealing great ideas).”라고 말하지 않았던가!(출처보기) 그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또한 애플이 독일 브라운(Braun)의 디자인을 얼마나 훌륭하게 모방하고 있는지는 기즈모도(Gizmodo)가 탁월하게 밝히고 있다(원문보기).

이렇게 모방을 반대하고 지적 재산권을 옹호하는 쪽이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는 다소 이상사회를 옹호하는 듯한 주장이 다른 한편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모방과 지적 재산권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은 불가능할까?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 삼성전자는 이번 모방을 통해 애플에게 어떤 (경제적) 손해를 입혔는가? 갤럭시 S때문에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었나? 예상 밖의 저조한 아이패드 판매성적은 혹 갤럭시 탭 때문인가?

- 만약 손해를 입혔다면, 이 손해의 규모가 삼성전자의 애플 모방을 통해 소비자 전체가 얻은 ‘후생(welfare) 증가’를 넘어서고 있는가?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기여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모방행위가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가?

지적재산권은 150년 전  유럽과 북미라는 매우 작은 시장에서 창작과 연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세계 시장은 점차 확대되어 창작 및 연구 투자에 대한 보상이 보다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지적 재산권의 보호기간은 더욱 더 길게 연장되었다.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현존하는 법을 강화하는 것은 이를 약화시키는 것 보다 쉬운 일이다.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잘 조직화된 기업의 편에 서는 것이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전체 사회의 이익을 고려하는 일보다 쉽다. 때문에 지적재산권은 전체 사회의 이익 또는 손해 여부를 판단하기 보다는 개별 기업의 이익과 손해만을 고려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복사가 일상화된 디지털 사회로 진화하는 21세기에 낡고 진부한 19세기의 지적재산권 논리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개별 산업발전을 막을 뿐 아니라 전체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삼성전자와 애플의 법정 싸움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개별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후생의 균형을 고려하는 관점에서 지적 재산권의 존재 의미를 되씹어 보는 일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1996년 스티브 잡스와 2011년 스티브 잡스의 이중성을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삼성전자에서 확인하는 역사의 슬픈 반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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