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쏘아올릴 ‘오픈소스 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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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말은 식상한 말이에요. 원래 두 개가 아니고, 하나라고 믿고 있어요. 어떻게 기술과 예술을 구분해야 하지는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아요. 기술은 인류가 있을 때부터 있었지만, 우리는 지금 예술과 기술을 나누고 있잖아요. 이건 기술이고 저건 예술이고 하는 식으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리려는 우리나라 젊은 예술가가 있다. ‘오픈소스 인공위성’이란 프로젝트 이름도 붙였다. 인공위성 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도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소속된 연구원이거나 카이스트 대학생은 더더욱 아니다.

송호준 작가는 그저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에서 지원을 받는 한국인 예술가다. 왜 인공위성을 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니, 국가가 아닌 개인이 인공위성을 쏘는 게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송호준 작가는 인공위성을 쏘고 싶은 이유를 정밀하게 풀어냈다. 마치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복잡한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 같았다. 복잡하지만 인공위성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 말이다.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제가 인공위성 회사에 다녔을 때부터 가졌던, ‘개인이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에요. 막연히 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견적을 내보니 1억원 정도가 나오더라고요. 비싼 자동차값 정도잖아요. 사람들 대부분이 1억원 이상의 꿈을 꾼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송호준 작가는 인공위성을 띄워서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송호준 작가가 하려는 건 결국 ‘이야기’다. 기술에 대한 이야기고, 국가와 개인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으며, 어쩌면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기술과 예술을 구분하는 이들에 대한 조롱과 비판. 송호준 작가가 인공위성에 함께 띄워 쏘아올릴 이야기다.

“그냥 인공위성을 띄워서 ‘내가 개인 최초로 인공위성 띄운 사람이다’ 하는 건 마초적일 뿐만 아니라 재미가 없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니에요. 기술을 통해 대량생산으로 뭔가를 만드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극단적으로 어떤 제품이 있을까? 그게 바로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했죠. 그뿐만 아니라 국가가 했던 일을 개인이 하고자 했을 때 벌어지는 문제들도 짚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극단의 효율과 높은 기술력이 만나 탄생하는 물건이 인공위성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돌며 그 값어치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송호준 작가가 꿈꾸는 인공위성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통신전파를 중계하는 것도 아니고,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만히 지구를 돌 뿐이다. 송호준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려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식이다. 값비싼 제작과정이 들고 가장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인공위성을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물건으로 둔갑시킨다. 인공위성이 교환가치를 잃도록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인공위성이 교환가치를 잃어버리는 그 모든 과정은 다시 예술로 바뀐다. 조금 복잡한가? 송호준 작가는 예술에 대한 전복, 기술과 교환가치에 대한 전복을 꾀하고 있다. 송호준 작가의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에는 조롱과 냉소가 담겨 있다.

인공위성을 쏠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대학에서 전기전자전파공학을 전공했고, 인공위성 관련 업체에서 근무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궤도나 전파허가 같은 예술과는 거리가 먼 절차가 남아 있지만, 그래도 송호준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가 찍고 있는 영상도 프로젝트의 일부다. 그래서 송호준 작가가 찍고 있는 영상의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동안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있었다. 송호준 작가는 “재미있다”고 표현했다.

“어느 날 어떤 업체에서 제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대한 ‘실상’을 접하자 태도가 돌변하더라고요. ‘이딴 게 무슨 인공위성 프로젝트냐?’ 하는 식이었죠. 그쪽에서 일방적이었지만 거의 싸우는 식으로 전화통화를 하다 끊은 적도 있어요. 바로 그런 부분이 재미있는 점이에요. 수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거기서 다시 이야기가 생기는 거죠.”

송호준 작가는 “사람들은 아주 추상적이고,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 희망을 좇는다”라고 말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뭔가가 있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고, 얼마나 가야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향해 내달리는 것이 예술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송호준 작가는 “그 모든 과정이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요. 사람 삶의 목적이 효용성과 직접적인 가치를 통해서만 발현되는 것이냐 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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