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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액제, 그림의 떡…독자·유통사·저작권자, 동상이몽

2011.05.16

100년 전 커피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땐 종잡을 수 없는 음료였다. 지금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건 지극히 평범하다. 자판기 커피든 스타벅스 커피든 말이다.

전자책(ebook)은 사서 읽으려면 고민이 많이 든다. 그 중 하나는 가격 문제다. 전자책 한 권이 커피 한 잔 값이면 왠지 ‘아깝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전자책이 주는 즐거움이 커피보다  보잘 건 없진 않다. 전자책이 아직 불편하고 익숙한 읽기 방식이 아니어서 선뜻 못 사는 것이다.

전자책 업체도 독자들의 이러한 생각을 잘 안다. PC모니터, 태블릿PC, 스마트폰, 전자책 단말기 등 전자책을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읽어보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 중 하나가 정액제 서비스다.

정액제는 음악 콘텐츠에서 익숙한 결제 방식이다. 한 달 치 돈을 미리 내면 그동안은 음악 사이트에서 무제한으로 음악을 듣는 방식이다. 전자책 정액제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정액제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적이다. 전자책 업체가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구한 콘텐츠만 정액제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정액제는 상당히 편리하다. 단행본 몇 권 살 돈이면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전자책 한 권 사는 시간보다 정액제로 결제하고 원하는 책을 양껏 읽는 게 더 편하다. 물론,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 달에 수십, 수백 권을 읽긴 어렵다. 읽다가 흥미가 떨어졌을 때 바로 다른 책을 읽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를 위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전자책 정액제를 바라보는 독자-유통사-저작권자의 엇갈리는 시선

현재 국내에서 전자책 정액제를 서비스하는 곳은 교보문고와 KT의 올레e북, 바로북, 피우리 등이 있다. 외국의 사례로는 오라일리 출판사의 ‘구독’ 서비스를 들 수 있다.

교보문고는 ‘장르소설정액제’를 운용하고 있다. 한 달 3만원으로 장르소설 콘텐츠 중 정액제 서비스가 가능한 작품을 읽을 수 있다. 1일 2천원, 한 달 1만원인 ‘키즈북정액권’을 이용하면 교보문고의 ‘ebook’-‘키즈북’의 우리말, 영어, 중국어로 된 동화책 등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교보문고의 장르소설정액제는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장르 문학 전문 전자책 업체도 정액제 서비스에 나선다. 바로북은, 로맨스 소설은 ‘이브네’라는 이름으로, 판타지 문학은 ‘미스테리하우스’, 무협만화와 소설 등은 ‘프로무림’으로 7일, 30일 정액제를 서비스한다. 로맨스 소설 전문 전자책 업체인 피우리는 무협‧판타지, 성인‧순정만화를 정액제로 서비스한다.

정기간행물 위주로 정액제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 KT는 올레e북을 통해 전자책 정액제를 운용한다. 갤럭시탭 이용자는 ‘미디어팩’,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올레e북카페팩’을 이용해 신문, 잡지, 영어 동화, 만화, 요약 도서 등을 읽을 수 있다.

정액제를 일정 기간 보거나 내려받을 수 있는 권 수를 제한해 운용하는 곳도 있다. 미국의 오라일리 출판사는 한 달 9.99달러를 내면 5권, 22.99달러면 10권, 42.99달러를 내면 오라일리 출판사가 전자책으로 서비스하는 모든 책을 읽을 수 있다. 가격 구성에 따라 읽는 것뿐 아니라 전자책 파일을 내려받도록 하기도 한다. 오라일리 출판사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을 적용하지 않은 PDF, EPUB, Moby, Dasy, Android. APK 5가지 파일 포맷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자책 업체에 정액제는 전자책에 익숙한 독자를 확보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저자와 출판사로서는 정액제가 마냥 달갑진 않다. 공들여 출간한 작품을 독자에게 정액제 상품으로 보이는 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만 같다. 정액제 상품으로 내놓으면 단행본 판매가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교보문고는 국내 업체 중 전자책 콘텐츠를 가장 많이 확보했지만, 정액제로 제공하는 전자책은 전체 콘텐츠의 10%에 불과한 8천여 종에 불과하다. 정액제로 서비스할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교보문고 측은 전자책 정액제 서비스의 의도와 성과 등에 대한 블로터닷넷의 질문에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 때문에 공식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자와 출판사와의 협력 관계에 문제가 생길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레e북도 콘텐츠 확보가 어렵다. 박승근 KT 언론홍보팀 차장은 “패키지 상품은 구성 자체가 어렵고 콘텐츠 제공자와의 협의도 매우 어려운 상품이다”라며 무엇보다 “좋은 콘텐츠를 구해 가격을 낮추어 가격 장벽을 낮추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작가와 출판사의 부정적인 인식 탓에 장르문학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도 쉽진 않다. 로맨스 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피우리가 서비스하는 정액제에는 정작 로맨스 소설이 없다. 피우리는 로맨스와 거리가 있는 무협과 판타지 문학, 성인·순정만화 등 제휴사의 콘텐츠로 정액제를 운용한다.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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