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투자, ‘착한 벤처’ 도우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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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일하는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청소’를 대신해주는 기업이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지만 사회적 선입견에 가로막혀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른바 ‘일자리 취약계층’이 불안한 고용환경에서 벗어나 정식 근로 계약을 맺고 경제활동을 하도록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그렇지만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선 자금과 수익이 필요하다.

이들은 문턱 높은 은행에 손을 벌리는 대신, 뜻 있는 개미 투자자들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래서 개인간(P2P) 금융 서비스 ‘팝펀딩‘에 사연을 올리고 ‘투자’를 요청했다. 여유 있는 한두 사람이 뭉칫돈을 내는 게 아니라, 이 회사 가치에 동감하는 여럿이 십시일반 지갑을 열기를 바랐다.

누구나 1천원부터 원하는 금액만큼 참여할 수 있다. ‘기부’가 아니라 ‘투자’이지만, 이자는 없다. 투자자는 원금을 7개월 분할상환 형태로 받으며, 함께일하는세상에서 제공하는 청소나 관리 서비스를 이자 대신 받게 된다. 품앗이로 모으고픈 돈은 1억원이다. 나중에 수익이 발생하면, 그 일부를 다른 사회적기업을 위해 재원으로 내놓는다. 원금은 투자자에게 돌아가되, 서비스와 회사 가치는 투자 플랫폼을 타고 선순환하는 모양새다.

‘소셜펀딩’ 얘기다. 소셜펀딩은 제도권 금융기관이나 소수 거액 투자자만 바라보지 않고, 뜻 있는 다수가 스스로 참여해 기금을 모으는 방식을 일컫는다. 함께일하는세상이 문을 두드린 팝펀딩은 ‘소셜펀드‘란 이름으로 이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쌈짓돈을 보태 벤처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 문화예술단체와 여러 ‘착한’ 프로젝트를 돕고 자연스레 일반인에게 해당 프로젝트도 알릴 수 있는 장터다.

이같은 품앗이 펀딩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미국 ‘프로스퍼‘와 영국 ‘조파‘는 이런 P2P 금융 서비스의 원조격으로 꼽힌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하지만 금융권 문을 두드리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징검다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른바 금융소외층 대출희망자가 대출금과 대출 이유, 상환 방식, 이자율 등을 올려놓으면 개인 투자자들이 입찰을 거쳐 품앗이로 해당 대출희망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식이다. 이를테면 역경매 방식의 품앗이 소액대출인 셈이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며 품앗이 투자 형태도 진화하고 정교해졌다. ‘킥스타터‘는 창업을 꿈꾸는 벤처를 지원하는 기금을 품앗이 투자 형태로 모으는 공간이다. 창업 희망자가 자기 꿈과 비전을 올리면 마음에 드는 투자자가 십시일반 기금을 대고, 목표 금액이 채워지면 해당 프로젝트에 기금이 전달된다. 프로젝트 진행자는 수익에 따라 돈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투자자에게 보상을 한다.

셀어밴드‘는 가수와 팬이 만나는 공간이란 점에서 색다르다. 가수는 자기 음악을 웹사이트에 직접 올리고, 팬들은 십시일반 지갑을 털어 음반을 낸다. 투자 대가로 팬들은 음반을 받고, 음반 판매 수익도 가수와 나눠갖는다. 국내에선 ‘업스타트‘나 ‘텀블벅‘이 뜻 있는 독립예술가들을 위한 품앗이 펀딩 서비스를 제공한다.

셀어벤드나 업스타트, 텀블벅이 예술가나 미디어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라면, ‘플래터‘는 디지털 콘텐츠를 품앗이로 지원하는 서비스다. 인터넷 뉴스나 블로그 글, 음악이나 동영상 같은 콘텐츠 생산자가 ‘플래터’ 버튼을 붙여두면, 투자자가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달린 버튼을 눌러 기금을 지원하는 형태다. 초기에 투자 금액을 지정해두고, 버튼을 누르는 횟수에 따라 투자금이 나뉘어 지급되는 점이 색다르다. 예컨대 1만원을 투자금으로 지정한 상태에서 블로그 글이나 동영상에 달린 플래터 버튼을 100번 눌렀다면, 각 콘텐츠에 100원씩 고루 기금이 지원되는 식이다. 생산자는 자본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품앗이 기금의 도움을 받아 지속가능한 콘텐츠 생산 활동을 이을 수 있다. 요컨대 ‘좋은 콘텐츠를 십시일반 후원하자’는 취지다.

이같은 소셜펀드는 제도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소외층이나 독립 창작자, 자본과 독립해 좋은 콘텐츠 생산 활동을 이어가고픈 개인 창작자 등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착한’ 기업이나 개인들이 돈이 없어 뜻을 이어갈 수 없는 현실이란 얼마나 서글픈가. 소셜펀드는 여럿이 조금씩 성의를 모아 착한 기업에 물을 대는 고랑일 뿐 아니라, 문화다양성을 살찌우는 운동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