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태터, ‘나당연합’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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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백제, 신라가 자웅을 겨루던 삼국시대를 평정한 것은 객관적으로 가장 열세로 평가되는 신라였다. 신라는 중국의 당나라와 연합한 이른바 ‘나당연합’을 통해 대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혼자서는 이길 수 없을 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손을 잡는 것이다. 신라가 그랬고, 당나라 역시 그랬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았고 해서 결국 손을 잡고 서로의 이해를 얻어냈다.

구글이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했다. 그렇다. 이 사실을 놓고 나당연합을 떠올린 것은 구글을 당나라, 태터앤컴퍼니를 신라의 자리에 바꿔놓으면 딱 들어맞는 모양새가 나오기 때문이다. 억측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사실 이 ‘나당연합’이란 말을 떠올리게 만든 것은 태터앤컴퍼니의 노정석 대표다.

올초 어느 자리에서 노 대표가 꺼낸 말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나당연합’이었다. 올해의 인터넷 생태계, 나아가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전망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거기서 노 대표는 네이버로 대표되는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독점적 구조를 비판하면서 이 구조를 깰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나당연합’을 제시했었다.

블로고스피어가 확산되고 있고, 태터앤컴퍼니가 설치형 블로그 툴의 대명사 ‘태터툴즈’를 기반으로 블로고스피어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네이버라는 벽은 너무도 견고했다. 특히나 네이버의 폐쇄성이 늘 블로거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고 그 비난 세력들이 네이버를 벗어난 블로고스피어를 만들고 있지만, 네이버라는 성을 공략하기에는 힘에 겨웠다.

이같은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록 외세이긴 하지만 강력한 상대와 손을 잡아 힘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게 노 대표의 이야기였다. 나당연합이라는 말은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든 비유였다. 그때 당나라의 역할모델로 제시된 것이 구글이었다. 구글은 중원을 호령하고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다음, 특히 네이버라는 거대한 벽을 넘는데 힘겨워하고 있었다.

아무튼 나당연합은 성사됐다. 연합은 이뤄냈으니 결국 삼국통일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섣불리 그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고, 한가지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구글-태터 연합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요소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블로그라는 것이다.

구글과 태터 연합의 중심고리는 분명 블로그다. 구글이나 태터나 대한민국 블로거들의 든든한 후원세력이자, 지지세력이다. 구글은 블로거들을 대신해 기업들로부터 광고를 받아 세계 블로거들에게 광고수익을 나눠주고 있다. 블로거들은 구글이 그렇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거대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히 네이버에 대한 반감이 블로거들을 구글에 더 호의적으로 기울게 해왔다. 이런 블로거들에게, 네이버를 떠나서도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고, 더구나 아주 개방적이고 자율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는 손쉬운 블로그 툴을 제공해준 것이 태터앤컴퍼니다. 그것도 공짜로… 국내 설치형 블로그 툴 시장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는 것이 ‘태터툴즈(Tattertools)’다.(지금은 이름이 텍스트큐브로 바뀌었다) 설치형 블로그를 회원가입만 해도 쓸 수 있게 해주는 곳이 티스토리인데, 이 티스토리도 태터툴즈를 기반으로 시작했다.

이같은 이유로 이번 연합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로 국내 블로고스피어의 반응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연합이 만들어낼 블로그 서비스에 국내 블로거들이 얼마나 호의적으로 참여할 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미 블로그 서비스의 변화를 선언했다. 블로그들로부터 늘 지적받아온 폐쇄성도 벗어보겠다고 했고, 파워블로거 지원 정책도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 선언을 블로거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태터 연합이 공세의 칼을 갈고 나선 것이다.

다음은 구글보다 먼저 블로그를 앞세워 네이버를 공격해 온 곳이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보다는 먼저 다음에서 구글과 태터의 연합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민감한 정도 이상일 지도 모르겠다. 태터앤컴퍼니와 다음은 네이버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티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운영해 온 사이다. 그런데 태터앤컴퍼니가 티스토리의 지분을 다음에 모두 팔아 넘기고 난 후 태터앤컴퍼니가 최근 베타서비스에 나선 것이 텍스트큐브닷컴이다. 사실상 티스토리와 같은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다. 그런데, 이 텍스트큐브닷컴을 태터앤컴퍼니가 운영하는 것이라면 상관없을 수 있다. 어차피 체급이 달랐다. 하지만 이제 텍스트큐브닷컴을 구글이 운영한다면, 맞상대가 나타난 셈이다.

구글은 이미 자체 블로그 서비스(blogger.com)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국내에서는 블로거닷컴 대신 텍스트큐브닷컴을 앞세울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블로고스피어와 관계를 국내 포털과의 경쟁에서 강력한 신무기로 내세울 작정인 것은 이번 태터앤컴퍼니 인수로 분명해졌다.

과연 나당연합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블로고스피어는 이번 연합을 어떻게 평가할 지 흥미진진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