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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준

꿈을 담은 정육면체 ‘오픈소스 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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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준 작가는 예술가다. 화폭에 그림을 담는 화가는 아니다. 조각가도 아니고, 행위예술가도 아니다. 송호준 작가가 담고자 하는 예술은 하늘에 펼쳐져 있다. 우주로 쏘아 올려진 인공위성에 이야기를 담고 싶어하는 예술가다. 송호준 작가는 블로터닷넷과 가졌던 지난 인터뷰에서 “인공위성에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5월9일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 한국 컨퍼런스 이후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프랑스의 젊은 우주 연구기업 ‘노바나노 스페이스’의 도움으로 올해 11월, 러시아 우주센터에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이 최종 인계된다.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은 내년 5월 우주로 발사된다.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볼 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그렇다면 송호준 작가가 쏘아 올리려는 인공위성은 어떤 모습일까? 이야기를 담고 우주로 날아갈 것이라는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엔 뭐가 들어가는지, 프로토타입까지 완성됐다는 그의 작품이 궁금했다.

꿈을 담는 10×10×10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의 크기는 가로·세로·높이 모두 10cm인 정육면체다. 송호준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난 프로토타입 인공위성이 실제 쏘아올려질 작품과 같은 크기다. 한 손에 폭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지만, 사람의 꿈과 이야기를 담고 우주로 올라가기엔 충분한 크기다.

인공위성이라 해서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졌을 거라고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다. 정육면체를 떠받치는 기둥과 면을 이루는 판 모두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가공하기 쉽고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알루미늄 합금은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가격에 비해 튼튼하기까지 하다.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공하기도 쉬워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점,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의 정신에 꼭 맞는 재료인 셈이다.

송호준 작가는 “최소의 재료로 최대의 효율을 내기 위한 하이테크 위성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했다”라며 “강하게 만들고, 누구라도 쉽게 만들게 하자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알루미늄을 직접 깎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인공위성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청계천에 가서라도 깎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산악자전거를 예로 들면 쉬울까. 누구나 처음엔 산악자전거를 잘 탈수는 없지만 장비가 갖춰지고 타고자 하는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탈 수 있다. 송호준 작가는 “어떤 오픈소스든지 마찬가지”라며 “오픈소스라고 해서 무조건 쉬운 건 아니지만, 노력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오픈소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송호준 작가의 꿈과 이야기를 담은 10×10×10, 정육면체 인공위성의 외부 구조는 이렇게 완성됐다.

인공위성을 이루는 심장들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장치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인공위성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공급 모듈(EPS)’과 각종 회로와 부품이 얹혀지는 ‘메인보드(OBC : On Board Computer)’ 그리고 지상과 통신하기 위한 통신모듈(COMMS)’이 그것이다.

전원공급 모듈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은 태양광 집광판으로 충전되는데, 특정한 전압과 전류일 때 최대 에너지 곡선을 계산해 주는 ‘MPPT(Maximum Peak Power Tracking)’모듈과 배터리 관리 모듈이 포함된다.

혹독한 우주환경에서 인공위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원을 완전히 차단했다 재부팅해주는 콜드리부팅 시스템과 파워분배 모듈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품이다.

PC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메인보드처럼,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OBC도 각종 부품을 배열되는 중요한 요소다. 인공위성의 OBC는 기본적인 메모리를 탑재하고 CPU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OBC는 통신 데이터의 인코딩·디코딩 작업을 수행하고, 간단한 계산과정도 맡는다. 인공위성이 각종 센서를 통해 받아들이는 위치값을 계산해 인공위성의 위치와 각도 등을 계산한다.

지구와 통신하기 위한 장치도 탑재된다. 송호준 작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은 업링크 시 145MHz 근방의 주파수를, 다운링크에는 435MHz 주파수를 사용할 예정인데, 인공위성 통신에 사용할 주파수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파수 사용 허가를 내주는 기관은 국제아마추어 무선연맹(IARU)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이나 국가에 속한 단체도 아닌, 예술가 개인이 주파수 대역 사용 허가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게 송호준 작가의 설명이다. 송호준 작가는 “전파를 사용할 권한을 갖고 있는 건 권력”이라며 “미디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이고, 이 권한을 특정 기관이 갖고 허가할 지 말 지를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호준 작가가 문화적 연대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위성 주파수를 사용하기 위한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다. 여러 사람의 꿈을 담는다는 송호준 작가의 메시지도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꿈을 담은 ‘탑재체’

인공위성을 이루는 과학적 요소 외에 인공위성엔 ‘탑재체’라는 부품도 들어간다. 탑재체는 통신 모듈이다. 지구의 사진을 찍는 인공위성은 카메라가 주요 탑재체가 된다. 한마디로 탑재체는 인공위성이 우주로 날아가는 목적이자, 임무를 수행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송호준 작가가 쏘아올릴 인공위성에도 탑재체가 포함된다.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은 지표에서 600km에서 2천km 상공에 떠서 지구로 빛을 쏘아 보낼 예정이다. 모르스부호로 깜빡이는 LED가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의 탑재체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송호준 작가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이유가 지구에 모르스부호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까. 송호준 작가는 강하게 부정했다. 송호준 작가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이유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과정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송호준 작가는 “LED는 그저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부품일 뿐이고, 모르스부호로 깜빡여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중요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1억원이나 들여 인공위성을 발사하려는 송호준 작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누구라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겠다는 게 송호준 작가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는 이유다.

“오픈소스 인공위성의 가장 큰 목표는 제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과정을 따라 하면, 누구나 쉽게 위성을 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제가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탑재체, 즉 메시지를 발신하는 LED는 부가 요소일 뿐이죠. 누구나 제가 만든 인공위성 도구를 이용해 인공위성을 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은 LED가 아닌 각자가 원하는 탑재체를 실어 날려보낼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원하는 건 바로 그 부분이죠. LED 메시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개인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전체적인 과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목표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탑재체를 탑재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송호준 작가는 “모른다”라고 짧게 답했다. “복잡한 임무를 수행해도 좋고, 아무 의미 없는 탑재체도 상관없습니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듯,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이면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더 좋은 방법이 나오지 않겠어요?”

맞는 말이다. 송호준 작가가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해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인공위성을 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송호준 작가의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누구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의 물꼬는 트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송호준 작가가 쏘아 올릴 인공위성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쏘아 올릴 인공위성이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좋다. 효용성만을 따지면 재미없다.

“사람이 하는 행위의 효용성과 직접적인 영향, 이익만을 묻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결코 의도한 대로 나아가지 않는 개방된 추측, 그런 불확실함. 불확실성에서 살아가는 게 더 즐겁지 않나요?”

송호준 작가의 마지막 말이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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