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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는 진짜 이유 아세요?”

2011.05.23

16세 미만 청소년은 오는 10월부터 자정 이후에는 게임을 할 수 없다. 지난 4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셧다운제’가 통과됐기 때문이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을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다.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강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극약처방인 셈이다. 이 때문에 12시가 넘으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에 비유해 ‘신데렐라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셧다운제가 통과된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청소년들은 셧다운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만나봤다.

1인시위와 위헌소송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17세 활동가 ‘검은빛'(별명)과 ‘윤쓰리’라는 별명을 쓰는 중학교 2학년 학생. 이들을 만나기로 한 5월21일, 서울엔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다. 검은빛과 윤쓰리는 이날부터 대학로에서 1인시위를 진행한다고 했다.

윤쓰리 학생

15세인 윤쓰리 학생은 셧다운제 대상자다. 윤쓰리 학생은 “감옥을 형상화한 종이 상자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1인시위를 벌였다”라고 말했다.

검은빛이 윤쓰리의 말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계속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검은빛은 셧다운제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간 17세다.

검은빛과 윤쓰리 모두 ‘청소년들이 셧다운제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토요일 하루를 셧다운제 1인시위에 고스란히 쏟고 온 이들은 어른들보다 오히려 또래 친구들이 셧다운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입시준비에 매달리는 게 우리나라 청소년들인데, 뉴스나 제대로 볼 시간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1인시위는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것외에 셧다운제 자체를 알리는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1인시위를 벌이는 것과 함께 이들은 셧다운제 대한 위헌소송도 준비중이다. 이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행복추구권이나 자율의사결정권 등을 셧다운제가 어기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이들은 문화연대의 도움으로 셧다운제 위헌소송 청구인단을 조직하고 있다. 셧다운제 대상자인 16세 미만 청소년이 주로 참여할 예정이다. 16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도 청구인단에 참여할 수 있다. 게임 개발자나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이들 중에 청구인단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어 이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청구인단을 대규모로 모집할 생각은 없다. 단 한 명의 15세 청소년이라도 모든 청소년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게 위헌소송을 준비중인 이들의 생각이다. 셧다운제는 직책이나 직업 등 개인의 특수성에 기인한 문제가 아니라 나이라는 보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검은빛 활동가는 “너무 소수면 이목이 쏠려 부담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참여자가 너무 많아도 걱정”이라며 “청구인단은 10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꾸려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날짜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8월 중 소송을 제기한다는 큰 그림만 나온 상태다.

게임과 청소년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 바꿔주세요

셧다운제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하고, 통제의 대상이라는 인식 말이다.

검은빛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검은빛 활동가는 “게임도 하나의 문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검은빛 활동가는 “게임이 마치 유해 약물과 비슷하게 비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어떻게 문화에 대해 중독이란 표현을 할 수 있는가?”라고 의아해했다.

이들은 청소년이 게임에 몰두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려 드는 행위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 골절상을 입은 환자에게 진통제만 잔뜩 처방해선 안 될 일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윤쓰리 학생도 가정에서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셧다운제에 대해 부모님과 대화해본 적이 있어요. 뉴스에서 셧다운제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제가 셧다운제에 반대한다는 말을 했더니 부모님께서는 ‘아이들이 게임을 조절 못 하기 때문에 셧다운제 같은 법이 나오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시더라고요. 속상하죠. 문제는 게임이 아닌데.”

이들은 진짜 문제는 게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인식속에 있다고 설명한다.

“(법안을 발의한)여성가족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인식이 잘못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청소년을 바라보는 인식에서부터 시작해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의사결정 주체로 보지 않고, 게임은 게임대로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은빛 활동가는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에 과몰입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어른들은 관심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 말고 달리 놀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은 시간이나 비용,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놀이문화다. 시간도, 돈도, 갈 수 있는 장소도 제한돼 있는 청소년들이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이런 청소년들을 게임이 아닌 다른 놀이문화에 관심을 갖게 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검은빛 활동가는 “청소년 복지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캐캐묵은 얘기지만,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청소년과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학사 일정으로 가뜩이나 숨통 막히는 청소년들이 셧다운제와 같은 강제 법안과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숨 쉴 공간을 한 뼘 더 빼앗기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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