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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가입비 면제·기본료 인하 ‘부정적’…”융합 투자 재원 필요”

2011.05.27

5월26일 열린 KT-KTF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는 지난 2년간 KT의 경영 성과를 되돌아보고, 향후 경영 방침을 밝히는 자리가 됐다. 이 자리에서 이석채 KT 회장은 금융 융합과 클라우드, 미디어 콘텐츠와 글로벌 진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그룹 경영을 본격화하고, 통신전문에서 탈피해 IT 컨버전스 그룹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달 안’이라고 예고된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요금 인하안 발표를 앞두고 통신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KT는 이날 간담회 시간의 상당수를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업계와 미디어의 논점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용했다. KT가 IT 컨버전스 그룹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KT의 경영 청사진이 통신요금 인하안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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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사진)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지금이 통신과 이종산업 간에 융합이 벌어지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과거 산업화나 세계화 흐름에 못지 않은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신사들이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이 분야에서 한국과 KT가 세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통신사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간담회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의 답변을 더 들어보자.

“이제 통신사는 단순히 통신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다. IT 컨버전스 시대에 통신사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사회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생겼다.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는 더욱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스마트 혁명의 시대에 (KT가) 우리 산업 전반의 지평을 넓히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통신요금 인하를 논의하기에 앞서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에 두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연 어떤 선택이 좋은 것인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대규모 통신망 투자가 필요한 통신산업의 특성상 초과 이윤을 통해 투자 여력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존 통신사들의 논리를 되풀이한 셈이다. 그러나 망 고도화에만 초점을 맞췄던 과거 논리와 달리 IT 컨버전스의 과업을 달성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요금인하를 한다면 스마트 혁명 시대에 관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통신 원가 공개나 기본료 인하 여부로 옮겨가고 있는 요금인하 논쟁의 프레임을 전환하고, 투자 여력 보장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지난 달 방통위가 5월까지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이후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통신요금 인하안 가운데 가장 첨예하게 이해 관계가 부딪히는 부분은 가입비 폐지와 기본료 인하 논쟁이다. 나머지 방안인 IMEI 블랙리스트제와 모듈형 요금제 도입 등은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소비자단체에서는 가장 직접적인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 방안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료와 가입비가 곧바로 통신사들의 순익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에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23일로 예상됐던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안 발표가 지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KT의 가입비가 이통사 중에 가장 저렴하며 재가입시에는 가입비를 안 받는다”라고 말하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가입비 폐지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본료 인하에 대해서도 “3G망 확충과 4G 인프라 구축,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확보, 클라우드 서비스 확충 등 투자해야 할 부분이 많다”라며 “기본료 인하는 통신산업의 미래를 위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도래할 컨버전스의 시대에 통신사들이 단순한 빨랫줄 제공자 역할에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KT가 금융과 클라우드, 미디어 콘텐트와 N스크린 서비스 등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꼽은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기본료와 가입비가 과연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확보,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 등 통신사의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한 비용일 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가입비와 기본료는 통신사들이 통신기반시설을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부과해온 것이다. 탈통신이나 컨버전스를 외치는 통신사들이 통신기반시설 확충 외에 신규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해 거둬들인 수익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신사는 앞으로 투자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하기 이전에 과연 가입비와 기본료의 기본 취지가 무엇인지, 가입비와 기본료 수익을 어디에 쏟아붓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zoomin@bloter.net

블로터닷넷 기자. 모바일의 시대에 모두 다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 모바일, 스마트폰, 통신, 소통 / 따뜻한 시선으로 IT 세상의 곳곳을 '줌~인'하겠습니다. ezoomin@bloter.net / 트위터 @ezoo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