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표현의 자유 침해, 심각한 우려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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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5월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했다. 6월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인권이사회에선 눈길을 끄는 발표가 예정돼 있다. 프랑크 라뤼 유엔 특별보고관이 6월3일(현지시간) ‘의사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에 대한 특별보고관 보고서’를 발표한다. 국내 인권과 표현의 자유 사례와 특별보고관 의견을 담은 보고서다. 프랭크 라뤼 유엔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해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에 관한 국내 사례들을 조사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2008년 촛불시위 ▲MBC ‘피디수첩’ 제작진 기소 사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한 국정원 기소 건 ▲전기통신기본법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국내 표현의 자유 규제법과 규제기관 ▲미네르바 사건 ▲천안함 사건 ▲전교조 교사 징계 건 ▲KBS, YTN 등 주요 언론기관 낙하산 인사 등 국내를 달궜던 여러 사건들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다.

먼저 보고서는 “대한민국에서의 표현의 자유 영역은 최근 몇 년 간, 특히 2008년 촛불시위 이후로 줄어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경없는 기자회’는 “한국은 2007년 출판의 자유 부문에서 39위를 기록했지만,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47위와 69위로 추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최근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 영역이 축소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정부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표현하는 개인에 대한 기소 건수와 괴롭힘이 늘어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다수의 명예훼손 형사소송이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표현에 대해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표 사례는 MBC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기소건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한 제소건을 꼽았다.

보고서는 “공직자들은 일반 시민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비판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라며 “한국에선 명예훼손이 여전히 형사상 범죄로 남아 있어 본질적으로 가혹한 조치이며,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형법에서 명예훼손죄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는 “인터넷이 안전한 장소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범죄행위 책임자가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다”라면서도 “한국에서 평화적 의견 표현이나 정보 배포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간주되면 국내법에 의한 범죄에 해당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방통위나 방통심의위 같은 대통령 직속기구에 의해 이뤄지는 인터넷 콘텐츠 규제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대표 사례가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이다. 프랑크 라뤼 특별보고관은  필명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대성씨를 체포한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 지난해 방한 당시 폐지 또는 개정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28일 이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고, 지금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이뤄지는 ‘게시물 임시차단 조치’도 보고서는 문제삼았다. 보고서는 “비판을 검열하려는 정치인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을 포함해 자의적이고 과도한 제한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보장책은 전무한 상태”라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조·중·동 3개 신문 광고주 기업 명단 불매 운동 ▲최병성 목사의 발암물질 시멘트 폭로 사건 등을 명예훼손 혐의를 과도하게 적용한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인터넷 실명제로 알려진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공직선거법도 보고서가 주목하는 대상이다. 보고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신원 확인을 위한 다른 수단을 고려하고, 그 수단도 신원 확인 대상자가 이미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한다는 상당한 근거나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지금의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이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국내 실명제 반대 목소리와 일치한다.

또한 보고서는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선전·동조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적성단체 사상과 일치하거나 그 단체를 위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이유로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며 “국보법 제7조가 자유권규약과 일치하도록 신속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상의 자유’에 대한 허용 범위를 확대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KBS·YTN 등 주요 언론사를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을 예로 들며 “방송사 사장과 경영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임명 절차 확보가 필요하다”라며 “신문과 방송 부문의 교차 소유와 언론재벌 형성을 금지해, 언론 다양성과 다원성을 증진하고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보고서가 인권이사회에서 6월3일 발표되면, 유엔 인권이사회는 보고서 내용을 수용해 한국 정부에 해당 내용을 권고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 권고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지금까지 인권이사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양심적 병역거부 수용 등 권고한 내용이 많은데도, 한국정부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라며 “인권이사회 권고안도 국제협약인 만큼, 한국정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프랑크 라뤼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 전문은 아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내려받을 수 있다. (영문 원본 및 NGO 번역본 제공)

▲한국 표현의자유 보고서 발표와 NGO 참가단 파견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진보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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