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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시장가치, ‘MS+인텔’보다 커
by 오원석 | 2011. 06. 06

“나는 그가 노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길 수 없다는 건 그 스스로도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 CEO 빌 게이츠가 13년 전인 1998년, 미국 월간지 <베니티 페어>와 한 인터뷰에서 애플 CEO 스티브 잡스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빌 게이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6월3일 금요일, 미 주식시장이 마감하자 빌 게이츠의 13년전 자신감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의미있는 숫자가 나타났다.

금요일 오후 미국 주식시장이 종료된 시점에서 애플의 시장가치는 3천176억달러를 기록했다. MS의 시장가치는 2천10억달러 수준이었다. MS의 오랜 파트너 인텔의 시장가치는 1천152억달러였다. 애플의 시장가치가 MS와 인텔의 시장가치를 합한 금액보다 높아졌다. 애플 혼자 ‘윈텔’ 연합을 따돌린 셈이다.

매출이나 순이익 등에서 애플은 일찌감치 MS와 인텔의 성적을 추월했지만, MS와 인텔의 시장가치를 합친 숫자보다 높은 가치를 갖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잇달아 성공시키는 동안, MS는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심한 부침을 겪었다. MS의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은 2011년 현재 전체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의 2.9%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윈도우 모바일 6.5 이후 윈도우폰7이 출시된 이후에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1년 6월 현재, MS의 PC 운영체제인 윈도우가 전세계 PC 운영체제 시장의 88%를 잠식하고 있다는 점과 크게 대비된다.

애플의 가치가 MS를 월등히 앞지르게 된 이유는 이 같은 모바일 기기 시장의 영향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MS가 모바일 시장에서 큰 힘을 못 쓰고 있는 지금, MS의 CEO 스티브 발머의 리더쉽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26일에는 MS의 대주주이자 헤지펀드계의 큰손 데이빗 엔혼이 “스티브 발머는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야 한다”라고 까지 주장해 눈길을 끈 적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S와 인텔의 최근 행보가 재미있다. MS는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D9 컨퍼런스’에서 ‘윈도우8′을 발표했다. 윈도우8은 지금까지 MS가 출시했던 기존 윈도우 운영체제의 틀을 완전히 뜯어고친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터치’ 조작에 최적화된 윈도우8은 PC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기기에도 탑재한다는 게 MS의 계획이다.

2011년 1분기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 (출처 :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하지만 MS의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세계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노키아 심비안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급격하게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는 노키아 심비안의 위세도 아직은 MS 윈도우 모바일을 크게 앞서고 있다. 갈 길이 바쁜 MS 윈도우 모바일은 2010년 3분기부터 지금까지 변동폭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인텔도 지난 6월4일 막을 내린 대만 ‘컴퓨텍스 2011′ 행사에서 아톰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를 크게 홍보했다. 인텔의 이 같은 발표는 모바일 기기 프로세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ARM과 경쟁하겠다고 공언한 셈이 된다.

인텔도 모바일 기기 프로세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C 시장에서는 MS와 마찬가지로 8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며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텔이지만, 모바일 기기 프로세서 시장에선 제대로 된 발판조차 없기 때문이다.

정체된 PC 시장 대신 모바일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온 애플의 전략이 주효했다. MS와 인텔은 이제 막 모바일 기기 시장에 발을 담근 셈이다. 13년 전 빌 게이츠가 자신만만하던 시절과 정 반대다. IT 시장 판세를 지켜보는 게 흥미로운 건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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