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SW]⑥김진유, “한 우물만 판 것, 제일 잘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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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다.’ 올해 유독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철이 되면 항상 시끄럽다. 승승장구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물먹고’ 짐싸야 하는 이들도 있다. 와신상담하며 재기에 성공하기도 하고 끝내 잊혀지는 이들도 있다.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운명이 엇갈리기도 한다.

기업들은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른다. 생존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합법적인 것들을 동원한다. ‘지속 가능한’을 넘어 ‘성장 가능한 지속적인 기업’을 꿈꾸는 건 기업가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어느 기업을 가든 인사부서의 파워는 막강하다. 하지만 인사부서는 그들 대로 내부 임직원들의 평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한다는 부담에 직면한다. 모든 것을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업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시스템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시장의 흐름에 맞게 수정, 보완해 왔다.

화이트정보통신이 집중한 것도 바로 이런 시장이다.

김진유 화이트정보통신 대표는 “2002년 모두가 걱정하는 가운데 ‘HR 전문기업을 선언’하고 한 우물을 파온 것이 가장 잘 한 결정이었다”며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는 열정과 가치관, 목표를 지향하면서 소신을 지키는 신념을 갖춘 사람을 인재로 보고 고용하고 있다. 또 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트정보통신은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에서도 인적자원관리(HR) 소프트웨어만 10년 넘게 전문적으로 파온 업체다. 오라클이 SAP를 따라잡기 위해 HR 전문 1위 업체인 피플소프트를 적대적 인수합병한 것에서 보듯이 HR 소프트웨어 분야는 솔루션을 만든다고 하루 아침에 자리잡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다해도 어느 나라에서나 성공적으로 구축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사’라는 독특한 특성과 ‘문화’를 마냥 외면하고 단순히 ‘글로벌 표준’만 따르라 한다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김진유 대표는 “대형 외산 HR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이 오히려 저희의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그는 “조직내 인사 실무팀들은 외산 소프트웨어들이 우리 실정에 안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경영진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외산 솔루션으로 프로젝트를 했다가 다시 SOS를 쳐서 윈백하는 사례도 많다”라며 웃었다.

또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전세계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우리 시스템들도 이러한 고객들을 따라가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세계 각국의  HR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들과 경쟁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시장에서도 통하는 제품을 조만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진유 대표와의 일문 일답.

인사분야만 전문적으로 특화시킨 배경이 궁금하다.

1990년 창업을 하고 10년 동안은 어떤 기술이든 빨리 도입하는 흔히 ‘얼리 어댑터’ 전문기업이었다.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중심으로 사업을 했고 클라이언트서버(CS) 시장이 활성화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외산 개발도구인 ‘파워빌더’라는 제품도 국내에 많이 팔아줬다. 하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고 성장하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해야 하니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그런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장이 급변해도 탄탄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런 것들을 갖추기 시작했다.  2002년에 모든 비즈니스를 정리하고 HR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동안 만들어 놓은 것이 많았을텐데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다들 일반화됐지만 레고블록처럼 재사용할 수 있는 ‘모듈’에 관심을 갖고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은 과당 경쟁으로 인해 ‘품질’보다는 가격 싸움이 난무했다. 물론 시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걸 기술적으로 먼저 구현한 측면도 없지는 않았다.

또 국내 기업들이 재무나 회계 소프트웨어 같은 것들은 모두 외산 제품을 선호하고 그것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HR 분야는 좀 예외였다. 그래서 HR에만 주력하겠다고 하니까 다들 비웃었다. 누가 인사를 관리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직이 바뀌면 직무도 바뀌는데 과거에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이력이 관리돼야 적재적소에 인재들을 배치시킬 수 있었다. 조직 환경이 변하면 인사 시스템도 변해야 했다. 유연성 있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또 나라별 문화라는 것이 있어서 외산 소프트웨어 업체가 힘겨워했다.

인사 관련한 프로그래밍을 해 본 개발자들이 많지 않았던 것도 우리가 빨리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업무 프로세스를 잘 알아야 한다. 의외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부족하다. 꾸준히 인력 양성을 해오다보니 다른 회사들보다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여전히 글로벌 표준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다. 해외 기업들의 혁신 사례를 가져오라는 고객들이 많지 않은가? 인사분야도 그럴텐데.

전에 KTF 프로젝트를 딴 적이 있다. 당시 KTF는 독일 기업인 SAP의 ERP 시스템을 썼고, 인사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시스템은 놔두고 HR 부분만 우리 소프트웨어가 들어가야 했다. 문제는 기존 시스템들과의 통합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는데, 고생끝에 이 부분을 매끄럽게 완성했다. 만도를 비롯해 한국전력 산하 발전 회사들도 그런 식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다른 것은 안하고 HR만 하다보니 가격 경쟁을 할 수 없었다. 아예 가격도 오픈했다. 화이트정보통신은 비싸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한 고객들은 계속해서 거래를 유지해줬다. 연구개발에 항상 매출의 10%를 투자하고 있다. 어설프게 가격경쟁에 뛰어들수도 없고, 또 그런 경쟁에 뛰어들면 공멸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윈백 프로젝트가 의외로 많은 것인가?

단독으로 수주하는 것도 많지만, 의외로 윈백 프로젝트도 많다. 앞서 밝힌대로 SAP나 오라클의 인사 시스템을 선택했다가 3년쯤 지나면 우리에게 연락들이 온다. 외산 제품들은 유연성이 정말로 떨어진다. 전체 통합 관리시스템중에 인사는 하나의 모듈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인사 모듈에 손대면 통합 시스템 전체를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잘 안한다. 반면 우린 인터페이스가 잘 돼 있다. 플랫폼을 튼튼히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깊이도 물론 다르다. 외산 제품들은 이것저것 덧붙이는 구조다. 덧붙인 건 기본 프로세스가 아니다. 다음 사람들이 와서 봐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프로세스가 돼 있다.

GE식의 인사 시스템을 선호하는 국내 기업들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떤까?

해외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들은 국내뿐이 아니다. 다만 기업 문화와 조직의 특성이 무척 중요하다. 인사 시스템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의 철학이다. 오너의 철학이 인사시스템에 스며들게 돼 있다. 삼성이 가장 잘한다고 해서 무조건 삼성을 카피한다고 그 회사가 삼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가 회사를 어떻게 키우고 내부 구성원들과는 어떻게 관계들을 맺을 지 우선적으로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놓고 그 철학이 가장 아랫까지 전파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공하고 있는 고객들을 보면 이런 걸 잘한 곳들이다. 단순히 시스템만 도입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글로벌 HR 업체로 등극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시점이 2015년이다. 이유는?

HR의 경우 문화의특성 때문에 로컬 기업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연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대로 전체 ERP 중 HR은 미비했다. HR만 커스터마이징할 수 없는 외산 벤더의 특수성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고객들이 점차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미 그런 구축 사례도 있다. 현지에서 사용하려면 제대로된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제공해야 한다. 멀티테넌트 기술이 제대로 구현돼야 한다. 말로만 구현되는 게 아니라 실무에 제대로 적용돼야 한다. UI는 특히 현지에서 중요하다. 각 문화적 특성이 가장 잘 들어나는 분야가 바로 UI 부분이다. 프레임워크를 통해서 이를 모두 제공하기 위해서 지금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면 조금 주춤한 것 같다고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환경을 수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HR만 계속하다보니 이제 커스터마이징할 수 없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이미 5.0 베타버전이 출시됐다.

SaaS가 여전히  국내에서는 확산이 더딘 것 같다.

2010년 7월 SaaS형 제품을 선보였다. 6, 7개 업체에 공급했지만 확장은 유보하고 있다. 멀티테넌트 기능을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있다고 무턱대로 확산하는 건 고객에게 피해를 준다. 1천개 사이트에서 사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제대로 정비하고 있다. 단기 성과를 노리다보면 유혹에 휩싸이기 쉽지만 고객을 생각하면 그렇게 못한다. 기존 패키지 제품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어 많은 인력이 그곳에 투입돼 있고, 이것이 끝나면 올해 말까지는 SaaS도 완비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협력을 단행하고 있다. HR 부분의 강자라면 외부에서 접촉도 많지 않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은 사실이다. 많이 만나는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자들이 독점 공급을 원한다. 소프트웨어 업체 입장에서 특정 사업자와 독점하는 구조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내 물건을 제대로 만들어서 협력할 건 하고 직접 제공할 건 하면 된다. 우리가 직접 제공하기 위해서 인프라가 필요하면 그 때 손을 잡아도 된다. 서비스 품질의 문제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좀더 내부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20년넘게 경영했다.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재미가 없으면 쓰러진다. 나도 체력의 한계가 있다. 경영자로서 마음을 항상 잘 다스리도록 노력하고 준비한다. 경영은 내가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후배가 더 잘하면 언제든 지 넘겨 줄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또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면 사업을 오래할 수 없다. 단기 실적이 안좋더라도 끝까지 자기 신념을 지켜야 기회가 오고 그걸 잡을 수 있다. 시시때때로 대응하면 자기 주관이 없어지고 기회도 안온다. 마음이 불안하고 미흡하면 안된다. 자신감을 잃기 때문이고 불안해진다.

소프트웨어 시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에 아쉬운 점은 없나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또 이 분야에서 몸담고 있어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다른 분야에는 많은 지원금들이 있다. 시장을 살리고 그 안에 있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는그런 것이 없다. 산업으로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타산업군에 투자를 하듯이 정부도 소프트웨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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