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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모음 키보드’ 개발자는 누구?

2011.08.02

회사가 판매한 제품에 탑재된 기능 중 하나를 그 회사 내부의 한 엔지니어가 더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서 별도의 장터에서 무료로 제공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이상하지만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구글 안드로이드용 ‘단모음 키보드’ 앱이 바로 이런 형식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그것도 구글코리아의 한 엔지니어의 손을 통해서.

단모음 키보드는 안드로이드 기본 한글 키보드보다 자판 간격이 넓어, 한글을 입력할 때 정확도를 높여주는 앱이다. 안드로이드 기본 한글자판은 일반적인 키보드의 키 배열을 그대로 옮겨 온 ‘쿼티(QWERTY)’ 자판이다.

‘단모음 키보드’ 앱은 지난 2010년 10월 9일 한글날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됐다. 변변한 광도고 없이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인 지금까지 50만건 이상의 내려받기가 이어졌다고 하니, 성공한 앱인 셈이다. 한글날 태어난 한글 입력 도구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

이 키보드를 만든 주인공은 허윤철 구글코리아 엔지니어다.

그는 “동료에게 키 버튼을 연속으로 누를 때 간격을 어느 정도로 해야 좋을지에 대해 설문조사도 받아봤어요. ‘도그푸드(Dog Food)’라고 부릅니다. 개밥을 만드는 사람은 개밥을 먹어봐야 한다는 마음가짐입니다. 내부적으로 먼저 출시한 이후 동료끼리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윤철 구글코리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구글의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를 ‘개밥’에 비유했다. 일반에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에 내부 개발자들에게 먼저 선보여 완성 직전의 프로젝트를 평가받는 문화다. 일반에 공개하기 전, 내부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 일종의 ‘알파 테스트’인 셈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한글 입력기, ‘단모음 키보드’도 이 같은 구글의 문화 속에서 태어났다.

그가 직접 개발한 단모음 키보드는 키 배열 방식이 안드로이드 기본 한글자판과 다르다. 기존 자판이 일반적인 키보드의 키 배열을 그대로 옮겨 온 ‘쿼티(QWERTY)’ 자판인 반면, 단모음 키보드엔 ‘ㅕ’나 ‘ㅑ’ 등이 빠져 있다.

배열해야 할 키 개수가 줄어드니 가로로 최대 10칸에 달하던 자판도 8칸으로 줄였다. 남은 공간으로 각각의 키 버튼의 크기를 키울 수 있었다. 키 버튼 크기가 커지니 오타도 줄어든다. 오타 때문에 낭비했던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다.

단모음 키보드에서 빠져 있는 ‘ㅕ’나 ‘ㅑ’ 같은 모음은 ‘ㅓ’나 ‘ㅏ’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입력할 수 있다. 된소리 입력 방법도 마찬가지다. ‘ㄲ’, ‘ㄸ’, ‘ㅃ’ 등의 자음을 안드로이드 기본 한글자판에서 입력하기 위해선 쉬프트 기능을 하는 ‘↑’버튼을 누르고 ‘ㄱ’, ‘ㄷ’, ‘ㅂ’을 눌러야 했다.

하지만 단모음 키보드에서는 ‘ㄱ’ 버튼을 두 번 연속으로 누르는 것으로 된소리를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엄지손가락만으로 글자를 입력해야 하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쉽고 편리하게 한글을 입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앱을 개발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당시 한글 입력방식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스와이프나 슬라이딩 방식, 천지인, 나랏글 등 좋은 키보드가 많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러 가지 놓고 보니까 오히려 더 어려워졌어요. 모두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와이프나 슬라이딩 방식은 특허를 피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처음부터 검토하자는 생각에 쿼티 자판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단모음 키보드에서 빠진 키 버튼은 한글을 입력할 때 자주 사용하지 않는 모음들이다. 사용 빈도수는 안드로이드에 기본 탑재된 한글 추천단어사전을 참고했다. 추천단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보여주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모음 중 ‘ㅒ’나 ‘ㅖ’ 등이 빠져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추천단어사전의 기능을 이용하다 보니 추가로 할 수 있는 기능도 생겼다. 연속으로 두 번 입력해야 하는 자음이 된소리가 되는 대신 다음 글자로 넘어가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를테면 ‘학교’라는 단어를 입력할 때 ‘ㄱ’을 두 번 눌러야 하지만 ‘하꾜’로 입력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하꾜’보단 ‘학교’가 더 자주 이용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똑똑한 키보드다.

단모음 키보드는 허윤철 엔지니어의 ‘구글 20% 프로젝트’ 결과물이기도 하다. 업무 시간의 20% 정도는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하는 일이다. 도그푸드와 함께 구글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허윤철 엔지니어는 구글 넥서스원 출시 이후 한글 입력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자는 생각에 단모음 키보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넥서스원 당시 IME(input method editor: 입력 방식 편집기) 키보드 제작은 원래 일이었지만, 넥서스원이 출시된 이후 입력장치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제 구글 20% 프로젝트로 삼았습니다. 아이디어부터 출시까지 6개월 정도 투자한 것 같네요.”

허윤철 엔지니어는 단모음 키보드의 작은 버그를 해결한 업데이트도 준비중이다. 트위터나 안드로이드 마켓에 달린 의견, 각종 게시판 등이 허윤철 엔지니어가 사용자의 반응을 엿보는 창구다. 최근엔 갤럭시탭 7인치에서만 발생하는 단모음 키보드의 오류를 접하기도 했다.그는 “오류는 되도록 자세히 설명해 줄수록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모든 엔지니어의 마음이 아닐까?

“제가 개발하고 공개해서 그런지, 왠지 제 자식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단모음 키보드에 대해 욕하면 마음이 아파요. ‘악플’은 되도록 적게, 오류에 대해선 되도록 상세히 설명해주면 좋겠습니다.”

단모음 키보드

허윤철 엔지니어가 개발한 구글 안드로이드 ‘단모음 키보드’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앱 처럼 새로운 아이콘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지만 입력도구 설명 화면에서 단모음 키보드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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