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앱 판올림…접근성 지원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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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1일, 스마트폰용 ‘청와대’ 공식 응용프로그램(앱)이 장애인 접근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습니다. 요컨대, 장애인도 ‘청와대’ 앱을 이용하도록 관련 기능을 제대로 넣지 않았다는 얘기인데요. 때마침 ‘청와대’ 앱이 8월8일, 장애인 접근성 기능을 보완한 새 버전을 선보였습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바뀐 ‘청와대’ 앱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른 기능 변화는 없고, 장애인 접근성 기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 모습입니다.

앞서 지적한 ‘청와대’ 앱의 문제점부터 볼까요. 가장 큰 문제는 시각장애인이 화면을 인식할 때 쓰는 화면낭독기(보이스오버)가 앱 내부 주요 메뉴나 버튼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점이었습니다. 앱 핵심 메뉴와 도구막대 메뉴를 아예 읽어들이지 못하면, 시각장애인은 청와대 앱 자체를 쓸 수 없습니다. 화면이 보이지 않는데, 메뉴를 찾지 못하면 무용지물이지요.

판올림한 ‘청와대’ 앱은 이 기능을 모두 지원합니다. 첫 공지 화면부터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도록 그림설명(알트텍스트)을 덧붙였습니다. 제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버튼들을 모두 ‘버튼’이라고만 읽던 문제도 개선됐습니다. 예컨대 공지 화면의 ‘닫기’ 버튼을 ‘청와대 애플리케이션 안내 닫기 버튼’이라고 친절히 읽어주는 식이죠.

상단 메뉴명과 하단 도구막대 메뉴에도 그림설명이 덧붙었습니다. 각 버튼도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그대로 읽어들입니다. ‘뉴스/브리핑’ 메뉴 옆에 붙은 ‘포털검색’ 버튼을 그냥 ‘버튼’이라 읽지 않고 ‘청와대 뉴스/브리핑 머리말 포털검색 버튼’이라고 제대로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이미지로 처리된 본문에도 대체 텍스트가 붙었습니다. 화면낭독기는 이미지로 처리된 텍스트를 읽어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이미지 내용을 설명해주는 대체 텍스트를 따로 붙여줘야 합니다. 이 기능이 이번에 판올림된 ‘청와대’ 앱에도 적용됐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모바일 앱이나 모바일웹을 제작할 때 주요 메뉴에 대체 텍스트나 그림설명을 넣어주기만 해도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개발자나 기획자가 조금만 더 신경쓰면 될 일입니다.

진짜 장벽은 따로 있습니다. ‘왜 굳이 장애인까지 고려해 이런 기능까지 넣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인식 말입니다. ‘다들 제대로 안 지키는데 왜 나만 힘들여 접근성 기능을 지원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대다수 모바일 앱이나 모바일웹이 아직까지 장애인이 넘기엔 문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들 외면해도 괜찮을까요? 생각해볼 일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금융 거래나 e쇼핑을 이용하는 건 비장애인만의 몫일까요?

웹표준을 제정하고 권고하는 W3C는 왜 공들여 접근성 관련 항목을 제정해 지키도록 권고하고 있을까요? 미국이 1998년 ‘재활법 508조’를 만들어 장애인 접근성을 제공하지 않는 SW나 데이터는 애당초 정부에 조달조차 못하도록 하거나, 국내에서 2007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법으로 강제한 이유를 생각해볼 일입니다. 내가 불편하지 않으니, 사회적 소수의 불편함은 외면해도 무방할 지 궁금합니다.

접근성을 보장하는 일이 꼭 장애인을 위해 필요한 것만은 아닙니다. 시끄러운 클럽이나 음식점에서 TV 뉴스를 본다고 생각해봅시다. 청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렵습니다. 이 때 리모컨 버튼 한 번 눌러 자막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접근성은 물리적 장애를 겪는 사람만 고려하지 않습니다. 특정 장소나 상황에 따라 누구나 장애를 겪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최소한의 보조 수단을 제공하자는 게 접근성의 기본 취지임을 곱씹어볼 때입니다.

기업의 애로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업무 순위에 밀려 접근성 지원 기능이 뒷전으로 밀리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일손에 여유가 생기길 기다리면 해결될까요? 법으로 강제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지도 않는다면 언제쯤 소수자들에게도 동등한 접근성과 사용성이 보장이 될까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나 휠체어 전용 통로를 만드는 일은 당연시하면서, 왜 유독 웹서비스나 SW의 접근성 기능을 지원하는 데는 인색할까요? 웹은 이미 일상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가 됐는데도요.

접근성은 기업이나 서비스 경쟁력과도 연결됩니다. 국내 유명 보안업체는 지난해 미국에 제품을 공급하려다 접근성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출이 좌절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공표된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 법’에 따라 머잖아 미국에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등을 수출할 때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당장 수출길이 막히게 됩니다.

웹서비스나 SW가 접근성을 보장하는 일은 더 이상 ‘배려’나 ‘선심’ 차원이 아닙니다. 기업이나 서비스 사업자의 ‘의무’입니다.

‘블로터닷넷’도 아직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개선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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