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18일(현지시간) 열린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PC 사업을 분사하고 웹OS 기반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커넥티드 라이프(Connected Life)의 시대를 열겠다”라며 웹OS를 탑재한 태블릿 PC 터치패드(TouchPad)를 출시한 지 불과 49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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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의 태블릿 PC 터치패드는 출시 49일 만에 생산 중단 결정을 맞이하게 됐다

HP가 웹OS를 보유한 팜(Palm)을 1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 2010년 5월이다. 모바일 기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지 불과 1년 만에 실패를 인정하게 된 셈이다. 전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애플과 구글의 벽은 높기만 했다.

HP의 팜 인수 가격인 12억 달러는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가격(125억 달러)의 1/10 밖에 되지 않지만, 결코 적다고는 볼 수 없는 액수다. 더군다나 HP는 팜을 인수한 이후 웹OS를 활용해 거두어들인 수익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HP가 웹OS 탑재 기기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웹OS를 이용할 하드웨어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웹OS의 미래는 없다.

HP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웹OS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며, 스티븐 드윗(Stephen DeWitt) HP 웹OS 사업부(GBU) 부사장도 “웹OS의 개발을 지속할 것이며 하드웨어를 제조할 라이선스 파트너를 찾아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은 곧 아직까지 가시화된 하드웨어 파트너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웹OS의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은 채 1%에도 못미친다. HP가 적극적으로 웹OS를 되살릴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선뜻 웹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하겠다고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HP의 웹OS 기기 생산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전문가들은 “웹OS가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라며 웹OS의 미래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HP가 웹 OS의 ‘죽음’을 막고 팜 인수의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남아있다. 웹OS를 안드로이드와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개방하거나 웹OS의 지적재산권의 재매각에 나서는 것이다. HP가 낮은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라이선스 수익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웹OS의 몰락을 가속화할 뿐이다.

웹OS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은 ‘제 2의 안드로이드’를 노리는 방책이다. 때마침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HTC, LG전자 등 다른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파트너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HP가 신속히 웹OS의 오픈소스화 작업을 진행하고 모토로라와 구글의 밀월관계가 가시화된다면 ‘플랜B’로서 웹OS 스마트폰 개발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다른 하드웨어 제조업체를 컨트롤하려고 한다면,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웹OS 등 다른 운영체제를 통해 구글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다.

웹OS 오픈소스로 공개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iOS나 안드로이드와 경쟁할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은 낮지만, 블랙베리OS나 윈도우폰7과 3~4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면 웹OS의 지적재산권을 재매각해서 인수 비용을 회수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 외신에서는 페이스북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웹OS를 인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구글을 위협할 만한 소셜 네트워크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키워낸 구글과 같이 페이스북이 웹OS를 인수해 ‘페이스북 폰’을 만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페이스북 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나 HTC,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도 웹OS 사업부는 괜찮은 인수 대상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특허 전문업체 인터디지털에 비해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HP의 웹OS 인수 당시에도 국내에서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가 웹OS를 인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충분한 제조 능력을 갖춘 이들의 입장에서는, 최근 언론에 인수합병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는 RIM보다도 소프트웨어와 지적재산권만을 가진 웹OS가 흡수하기에 용이하다. QNX 운영체제와 메시징 플랫폼 등 RIM이 가진 또 다른 자산은 매력적이지만, 단순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만 놓고 봤을 때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 면에서는 블랙베리 OS보다 웹OS가 한결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의 고공행진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IT업계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이어서, 페이스북이나 삼성전자 혹은 HTC가 웹OS를 전격적으로 인수한다고 해도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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