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SW업체] ③전화위복 HP, SW로 신발끈 ‘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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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HP는 유독 힘든 한해를 보냈다.

먼저 동료의 ‘배신’이 있었다. 절친한 사업 파트너였던 오라클이 썬 인수 후 HP 견제에 온 힘을 쏟기 시작했으며, 마크 허드 전 HP 최고경영자는 오라클로 자리를 옮겨 HP 비난에 앞장섰다. 변화한 IT 환경도 HP를 곤경에 빠뜨렸다. HP 매출의 상당 부문을 차지했던 PC등 하드웨어 사업 부문이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 공세에 하락세를 그렸다. IBM과 같이 PC 전성기를 이끌었던 HP는 이렇게 추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HP는 정신을 차렸다. 쇠락해가던 PC 등 하드웨어 사업부분을 과감히 접고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에 나서며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우선 20여년간 SW 사업만 담당한 SAP 전 최고경영자인 레오 아포테커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해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 활성화에 나섰다.

실제로 아포테커 최고경영자는 HP 최고경영자 취임 후 머큐리, 포티파이 등 SW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섰다. 또 델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스토리지 업체인 쓰리파(3Par)를, 보안 SW 업체인 아크사이트를 15억달러에 인수하며 SW 부문 사업 강화에 나섰다. 애플리케이션 자동화 SW 업체인 스타라타비아도 인수했다.

아포테커 최고경영자는 기존에 복잡했던 SW 사업 전략을 단순하게 수정했다. ‘인스턴트 온 엔터프라이즈’라는 메시지를 통해 SW 사업부문을 빌드, 운영, 보안, 스토어, 분석 등 5가지 분야로 단순화해 집중에 나섰다.

이에 따라 ▲‘빌드’ 부문은 머큐리가 담당했던 애플리케이션 수명주기관리(ALM), 품질관리, 성능관리를 ▲‘운영’ 부문은 IT서비스관리, 비즈니스서비스관리, 비즈니스 서비스 자동화를 ▲‘보안’ 부문은 HP가 인수한 포티파이와 아크사이트, 티핑포인트의 소프트웨어를 ▲‘스토어’ 부문은 데이터백업과 아카이빙을 ▲‘분석’ 부문은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를 맡게 됐다.

기존 HP의 SW 사업 전략이 DW와 BI가 핵심인 비즈니스 정보 최적화(BIO) 분야와 패러그린과 머큐리 인수합병을 통한 자산 관리, 서비스 관리, 성과 관리 등으로 이뤄진 비즈니스 기술 최적화(BTO) 분야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세분화되고 강화된 모습이다.

그리고 지난 8월19일, 아포테커 최고경영자는 “하드웨어 사업 부문을 분사하겠다”라고 밝혔다. SW 부문에 완전히 주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세간의 걱정이 쏟아졌다. IBM, 오라클 등 경쟁업체보다 늦은 행보를 보인 HP가 SW부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나왔다. HP가 SW부문에 집중하는 것은 좋지만, 하드웨어 사업 부문을 분사하면서까지 집중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장민하 한국HP 소프트웨어&솔루션 사업부 프리세일즈팀 이사는 “HP가 IBM 등과 비교했을 때 느리게 변화를 시도한 것은 맞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변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게 아니겠냐”라고 반문하며 “HP는 비록 늦게 시장진입을 했다고 하더라도, 경쟁사와 비교해 적절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장민하 이사는 “HP는 빌드, 운영, 보안, 스토어, 분석 등 5개의 필라들을 통해 각각의 솔루션들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연관되는 형식으로 움직이게끔 소프트웨어 전략을 세웠다”라며 “기존에 개발자는 애플리케이션만 개발하고 일을 마무리 했지만, 이제 기업은 HP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유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살펴볼 수 있게 됐다”라고 다른 경쟁업체들과의 차이를 강조했다.

과거 비즈니스 SW 시장은 애플리케이션 기능이나 성능을 어떻게 테스트 할 것인지, 성능에 대한 모니터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안전한 저장을 위해서 어떻게 백업할 것인지, 예산이나 자산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각 분야를 따로따로 살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의 IT관련 비용 중 70%가 버그 수정, 유지보수 등 운영에 들어가게 됐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별 5%의 편차는 있겠지만, 실제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기업이 투자하는 비용은 채 30%도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장민하 이사는 “그 결과 관리에 들어가는 70%의 비용을 기업들이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가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게 됐다”라며 “HP는 5개 필라를 통한 통합적인 관리를 통해 성과 플로우 전체를 기획에서 운영 맨 마지막까지 관리할 수 있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HP 소프트웨어 부문은 이런 전략에 힘입어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 2011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HP SW부문은 7억64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17%의 매출 상승을 보였다.

장민하 이사는 “HP의 소프트웨어는 어느날 갑자기 생긴에 아니며, 예전에도 있었지만 규모 자체가 작아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았을 뿐, 전세계에서 6번째로 큰 SW 회사”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SW 시장 뿐만 아니다. HP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석 시장과 관련한 대응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포테커 최고경영자가 “오토노미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듯이, 버티카를 출시한 HP도 이 부문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장민하 이사는 “비정형 데이터들이 늘어나면서, HP도 이 부분과 관련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이 부문에 있어서도 HP는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2012년에 HP가 보일 소프트웨어 성과를 기대해달라”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라클의 ‘배신’은 어쩌면 HP에게 있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PC사업 분사와 모바일 사업 매각 이후 HP가 SW 회사로서 어떻게 성장을 보일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