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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도서관 역할은 ‘공공성 강화’

2011.08.30

도서관은 이제 정보를 얻는 곳이 아니다. 도서관이 보유한 책에 있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고 있다. 도서관은 수험생들이 무료로 시험 공부하는 장소에 불과한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립중앙도서관이라고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디지털 시대의 전자책과 저작권’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8월29일 열었다. 이 행사는 과거 음악은 음반에, 정보는 책과 신문, 잡지에, 영화는 필름에 저장되고 즐기던 모습이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변화 속에서 저작권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세부 주제는 저작권이었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도서관의 존립을 위협하는 존재는 무엇일까. 도서관의 역할을 먼저 생각해보자.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다. 사서가 있고 국가에서 공공도서관을 별도로 만들어 예산을 지원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정보를 저렴하고 쉬운 방법으로 이용하도록 돕는다.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필요한 신문과 잡지를 구독하고 책을 살 형편을 갖추진 않았다. 개인이 신문, 잡지, 책 등을 저장할 공간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도서관은 정보를 얻는 데 드는 비용과 관리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사람들에게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다. 도서관에 있는 사서는 그 정보 중에서 양질의 정보를 갖추는 데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 도서관의 이러한 역할을 무색하게 하는 존재가 등장했다. 포털사이트다, 박위진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자료운영부장은 “최근 자료를 도서관이 아니라 포털사이트에서 찾는 는 경향이 늘고 있으며, 포털사이트가 발전할수록 도서관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포털사이트에 대한 정보 의존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포털사이트는 여러모로 도서관보다 편하다. 정보 검색이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포털사이트가 보여주는 정보의 질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학위 논문 검색과 구매도 간편하게 이뤄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제 포털사이트는 책으로도 눈길을 돌렸다. 네이버가 책 본문 검색을 시도하고 있고,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2004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이영대 법무법인 수호 변호사는 특히 “구글이 도서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의미를 도서관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영대 변호사는 “우리는 책을 공공의 영역이라고 배워오고 경험했는데 구글이라는 사기업이 이 모두를 한데 모으고 있다”라며 “어떠한 정부도 공공기관도 하지 않는 일을 구글이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에서 도서관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2004년부터 세계의 도서관을 표방하고 나서서, 주요 도서관과 계약해 출판물을 디지털로 옮기기 시작했다. 저작권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세계의 모든 책을 구글 웹사이트로 옮기려는 시도를 중단하진 않았다. 국내에서도 구글은 꾸준히 출판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구글과 같은 특정 사업자가 책을 저장하고 유통하려는 시도를 관망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형순 시공미디어 상무는 “전자책의 유통을 사적 영역에 맡겨둘 게 아니라, 공공도서관이 맡아야 한다”라며 “특히 애플과 구글의 유통 체제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구글의 도서관 프로젝트도 위협적이지만, 전자책 유통이 특정 운영체제 사업자의 논리에 종속되는 경향도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전자책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과 함께 성장하며, 전자책 업체들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최적화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책을 유통하는 업체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북큐브, SKT 등 다양하지만, 결국 판매와 읽기가 이루어지는 곳은 구글과 애플 플랫폼이다. 최형순 상무의 주장은 앞으로 두 회사가 정보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애플이 국내 전자책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만 해결하면 되는 것일까. 최형순 상무는 정보와 지식을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두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이 정보와 지식 유통을 담당하면, 자극적인 콘텐츠와 상업적으로 미는 콘텐츠만 유통될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디지털에서는 이를 정제할 주체가 없는데, 도서관과 사서가 오프라인뿐 아니라 디지털 정보의 수집·관리·유통을 책임져야 한다”라고 최형순 상무는 주장했다. 도서관에서 양서를 제공하듯, 전자책에서도 이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이다. 정보가 디지털화할수록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우선은 각 도서관마다 별도로 구축하는 전자도서관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게 최형순 상무의 생각이다. 또한 정부에서 전자책 단말기를 지원해 전자책에 대한 접근권을 늘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장이지만, 디지털TV 보급을 위해 정부가 예산까지 지원하는 현실을 보면 논리가 빈약하지는 않다.

과거 신문과 종이책으로 정보를 얻을 때 필요한 건 신문 1부와 책 1권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지금은 인터넷 접속과 전자책 독서를 위해 고가의 기계와 인터넷 접속비가 필요하다. 값이 내려간다고 해도 저소득층까지 그 접근권이 넓혀지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하철에서도 책을 검색해 읽는 시대에 공공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디지털 정보 포럼’을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오후에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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