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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인정받아야 진짜 ‘리그 오브 레전드'”

2011.09.28

“어린 시절 LA 한인타운에서 접한 PC방 문화가 게임 개발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브랜던 벡 라이엇 게임즈 CEO는 한국의 게임 문화에 친숙하다. 한국 게이머들의 성향과 한국 게임시장에 대해 브랜던 벡 CEO가 어린 시절 LA 한인타운에서 직접 경험한 덕분이다. 한국 게임시장이 전세계에서 으뜸가는 시장이라는 판단도 브랜던 벡 CEO가 한국 게임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브랜던 벡 라이엇 게임즈 CEO

브랜던 벡 CEO뿐만이 아니다. 니콜로 러렌트 라이엇 게임즈 국제사업 총괄 부사장도 12살 무렵 한국에서 지냈다. 그때 한국에서 게임을 통해 친구를 만들고 한국의 게임 문화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에 직접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었던 건 이처럼 한국 게임시장과 친숙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이엇 게임즈는 현재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한국에서 직접 서비스하기 위해 라이엇 게임즈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고 9월28일 밝혔다. ‘LOL’은 현재 국내에서 지난주부터 비공개 알파 서비스 중이며, 정식 서비스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라이엇 게임즈는 국내 게임사를 통해 ‘LOL’을 서비스하는 대신 직접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게임을 제공하기로 했다. 라이엇 게임즈 한국지사는 아시아 첫 지사이자 앞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LOL’이 뻗어나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예정이다.

‘LOL’은 AOS(Aeon of Strife)라는 다소 낯선 장르의 게임이다. 게이머가 선택한 캐릭터를 육성하고 각종 능력치를 발전시키는 방식은 기존 롤플레잉 게임이나 MMORPG 장르와 흡사하지만, 단순히 게임 안에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식으로 즐기는 게임은 아니다.

‘LOL’에서 게이머는 육성하고자 하는 챔피언을 선택하고, 게임 내 친구와 팀을 이뤄 상대 팀 건물을 부수거나 일정 지역을 점령해 승패를 가른다. 사냥터의 몬스터가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다른 게이머가 적이 된다. 브랜던 벡 CEO는 이 같은 ‘LOL’ 장르에 대해 “무한 경쟁과 대결을 펼치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LOL’은 현재 미국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이다. 전체 게이머의 플레이 시간을 기준으로 ‘LOL’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를 제치고 북미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북미와 유럽지역만 따졌을 때 전체 1500만명에 이르는 게이머가 ‘LOL’ 회원으로 등록돼 있고, 월간 실제 접속은 400만건 이상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선 동시접속자수 50만명을 기록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니콜로 러렌트 라이엇 게임즈 국제사업 총괄 부사장

“우리가 LOL을 북미와 유럽에서 성공시켰지만 이걸 전세계적인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적어도 한국 게이머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성공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능있는 축구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니콜로 러렌트 부사장은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에서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이유를 짧게 설명했다. “성숙한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와 한국 게이머의 열정도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에 진출하려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LOL’이 국내에서 비공개 알파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내 유명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통해 수많은 ‘LOL’ 팬카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LOL’ 북미 서버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게이머 1, 2, 3위가 전부 한국인 사용자라는 것도 재미있다. ‘LOL’은 국내에 정식으로 서비스되기도 전에 이미 두터운 팬을 확보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 같은 한국 게이머들에게 최고의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북미 서버로 접속할 수밖에 없어 생기는 네트워크 지연 문제나 한글화가 되지 않아 불편을 겪었던 게이머라면 라이엇 게임즈의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할 만하다.

한국 게이머를 위한 새 챔피온 ‘구미호’, 완성된 디자인은 아니다

한국 진출을 위한 라이엇 게임즈의 다양한 정책도 눈길을 끈다. 라이엇 게임즈는 현재 80여종의 챔피언을 고를 수 있는 ‘LOL’에 한국 문화를 반영한 ‘구미호’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오진호 라이엇 게임즈 아시아지역 대표는 “LOL에 등장하는 구미호는 예전과는 달리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라며 “매력적인 외모와 변신하는 능력 등으로 게이머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LOL’의 구미호 챔피언의 콘셉트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댕기머리를 하고, 노리개와 꽃신, 한복을 입는 등 한국적 이미지가 녹아든 캐릭터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라이엇 게임즈는 국내 게임시장에 ‘LOL’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진행한다. ‘LOL’ 서비스 시작부터 6개월 동안 구미호 챔피언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전액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 게이머들의 열정과는 달리 국내 게임시장을 아우르는 각종 정책은 게임을 즐기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물 사전심의제도나 셧다운제 등 게임을 가로막는 규제가 쌓여 있다. 게다가 라이엇 게임즈는 국내에 서비스하는 ‘LOL’의 서버도 국내에 둘 계획이다. 한국에 서버를 두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는 모두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다. 규제에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게이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임 회사입니다. 한국의 법이 있다면 한국 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직접 서비스를 하며 게이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지사를 통해 한국 게이머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브랜던 벡 CEO는 국내 게임관련 규제를 피할 ‘꼼수’는 부리지 않을 계획이다. 지사를 설립해 직접 게임을 서비스할 때의 장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국내 게임법도 준수하겠다는 생각도 이 때문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현재 ‘LOL’ 비공개 알파 서비스를 통해 한국 시장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확한 서비스 일정이나 한국 챔피언 구미호의 가격 등은 밝히지 않았다. 2012년 출시 예정인 ‘디아블로3’와의 경쟁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sidewa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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