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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북’으로 일주일 살아보니

2011.10.03

구글처럼 독특한 기업이 또 있을까. 미국에서는 인터넷 회선을 직접 구축하기도 하고, 구글 맥주를 만들어 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이 같은 구글이 PC 운영체제를 만드는 일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구글이 만드는 운영체제는 독특하다. 구글은 크롬 웹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운영체제를 만들었다. 구글 ‘크롬OS’다. 그리고 삼성전자를 통해 크롬OS가 탑재된 첫 번째 노트북 삼성 시리즈5 ‘크롬북’을 출시했다.

크롬OS는 PC에 저장공간을 따로 두지 않고 구글 서버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운영체제다. 문서작성부터 게임까지 크롬이 지원하는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할 수 있다.

구글이 말하는 클라우드 운영체제는 뭘까. 삼성전자는 크롬OS로 어떤 노트북을 만들었을까. 크롬북이 현재 많이 쓰이는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을지 블로터닷넷이 일주일 동안 직접 써봤다.

첫 날: 겉모습

크롬북은 무겁다. 1.48kg의 무게를 생각하면, 다른 13인치급 노트북과 비교해 무거운 편은 아니지만 크롬북은 12.1인치다. 게다가 구글의 클라우드 운영체제는 노트북에 따로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삼성전자 크롬북에는 16GB 용량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가 적용됐고, 인텔 아톰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사양만 따지면 넷북과 비슷하지만, 무게는 13인치급 일반 노트북과 다를 것이 없다. 이동성을 강조하는 구글 크롬OS 노트북의 이 같은 무게는 감점 요소다.

크롬북 최초 부팅 화면, 사용자 계정만 설정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크롬북 덮개를 열자 자동으로 부팅됐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거나 ‘손님’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 터치패드 이용법에 대한 연습이 끝나면, 크롬OS 첫 화면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많은 사용자가 당황한다. 윈도우나 맥 운영체제와 크롬OS가 다른 점이 바로 바탕화면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크롬OS에는 바탕화면이 없다. 부팅이 끝나고 처음 만나는 화면은 크롬 웹 브라우저의 ‘새 탭’ 화면이다.

조원규 구글코리아 R&D센터 사장은 지난 9월27일 ‘크롬과 함께하는 개방성 포럼’에서 “사용자는 컴퓨터를 이용할 때 90% 이상의 시간을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소비한다”라며 “90%의 일을 하는 데는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구글 크롬OS의 탄생 배경이자, 크롬OS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한 마디다. 크롬OS는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 자체인 동시에 크롬 웹브라우저의 웹 앱을 이용하는 통로인 셈이다.

문서작업은 구글이 제공하는 구글 ‘문서도구’로, e메일은 구글 G메일, 그 외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도구는 크롬 웹스토어를 통해 내려받도록 했다.

‘파일 매니저’앱을 실행하면 크롬 웹에서 저장 공간을 관리할 수 있다. ‘외부 저장소’는 외부 메모리 영역이고, ‘기본폴더’는 크롬북에 내장된 16GB SSD 영역이다

클라우드 운영체제라고 해서 크롬북 자체에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롬북엔 16GB 용량의 SSD가 장착돼 있고, 사용자는 ‘파일 매니저’라는 웹 앱을 통해 저장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은 파일도 이곳에 저장되고, USB 메모리 등 외부 저장소를 연결할 때도 파일 매니저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

둘쨋날: 크롬북 써보기

지금 사용 중인 노트북이 너무 무거워서 불만이었다. 이번 기회에 크롬북만 갖고 다니며 실제 현장에서 써보기로 했다. 구글 계정을 입력하고 로그인하면 원래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이용 중이던 크롬 웹브라우저의 모든 설정이 고스란히 반영돼 편리하다. 새 PC가 생겼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모든 설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셈이다.

즐겨찾기나 웹 앱 설치현황 등 모든 부분이 기존 크롬 웹 브라우저와 연동된다

무엇보다 크롬OS의 빠른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크롬북의 부팅 시간은 8초 남짓, 노트북 덮개를 닫아 대기상태로 바꿨다가 다시 덮개를 열어 노트북을 이용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도 2초면 충분했다. 직업상 노트북 전원을 끄지 않고 들고 다녀야 하는 처지에서 크롬북의 이 같은 빠른 반응은 편리한 부분이다. 전원을 완전히 끌 때도 3초면 된다.

부팅하는데 1분, 덮개를 닫았다가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대기상태에서 빠져나오는데도 한참 기다려야 하는 윈도우 운영체제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사무실을 빠져나가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면 크롬OS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 때는 항상 휴대하는 스마트폰의 3G 네트워크 테더링 기능으로 인터넷을 이용했다.

‘에버노트’를 이용하면 문서작업도 불편함이 없다

문서작업 도구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스카이드라이브 오피스 제품군이나 클라우드 노트 앱 ‘에버노트’를 이용하면 된다.

문서를 인쇄하는 일도 간단하다. 프린터가 연결된 다른 PC에 크롬 웹브라우저를 설치하고, 프린터를 클라우드 프린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정해주면 된다. 크롬북에서 인쇄할 때는 프린터가 연결된 PC를 찾아 인쇄할 수 있다. 복잡하게 프린터 드라이버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이만하면 문서작업 정도는 지금 당장 윈도우 운영체제 대신 크롬OS로 바꿔도 될 정도다.

문제는 뜻밖에 가까운 곳에서 생겼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크롬북으로 옮길 방법이 없었다. 카메라는 CF메모리 카드를 이용하는데, USB리더에 CF메모리를 연결하고 크롬북에 연결해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카메라를 직접 크롬북에 USB로 연결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원래 크롬북은 USB 메모리를 인식할 수 있다. SD메모리를 직접 삽입할 수 있는 SD카드 리더도 마련돼 있지만, 유독 USB 리더에 끼운 CF메모리는 인식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윈도우 운영체제 노트북을 빌려서 사진과 글을 올렸다. 윈도우 운영체제와 비교해 USB 컨트롤러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도구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원본 사진을 그대로 이용하는 일은 드물다. 크기를 줄이거나 필요한 부분을 자르기 위해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크롬OS 웹 앱 중 ‘픽셀 에디터’가 이런 기능을 지원하지만, 사진을 편집한 후 크롬북에 저장이 되지 않았다. 플리커나 피카사 등 온라인에 사진을 등록한 후 다시 불러와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크롬 웹스토어를 통해 제공하는 웹 앱도 크롬OS와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윈도우 운영체제가 아니면 실행조차 할 수 없는 앱도 많았다.

사진편집 외에도 PC를 이용할 때 필요한 도구는 부지기수다.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하는 미디어 재생기부터 토런트 클라이언트, 동영상 편집도구까지 다양하다. 사용자에 따라 이같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천차만별이다. 크롬 웹스토어에 등록된 웹 앱은 약 3만개 수준, 사용자의 이 같이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앞으로도 크롬북만 들고 다니며 일을 하기란 만만찮은 느낌이었다.

넷쨋날: 할 수 있는 일 많지 않아

조원규 사장은 “PC를 켜고 가장 먼저 실행하는 프로그램이 인터넷 브라우저”라고 말했다. 실제로 PC를 켜고 가장 먼저 실행하는 응용프로그램이 웹브라우저인 경우가 많다. 일상 생활에서도 인터넷을 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만큼 인터넷은 중요하다.

인터넷만 이용하는 것이라면 크롬북은 안성맞춤이다. 부팅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윈도우 운영체제와 비교해 빠르다. 플래시를 지원하므로 대부분의 인터넷을 기존 윈도우 운영체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는 인터넷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일부터 그래픽 작업, 개발 등 각종 복잡한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할 때도 있다. 크롬북은 이 모든 것을 크롬 웹스토어를 통해 지원해줄 수 있을까. 앞으로 크롬 웹스토어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웹 앱의 수는 늘어나겠지만, 전문적인 영역까지 웹 앱이 파고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아직은 크롬OS를 통해 동영상을 감상할 방법이 없다. 기존 PC에 갖고 있던 몇 가지 영상을 크롬북을 통해 감상하려 했지만, 크롬 웹스토어에는 동영상 재생기가 없었다. 유튜브가 유일한 대안이다.

크롬북에서는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웹 개방성에서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 국내 환경에선 크롬OS가 발붙이기 더 어려워 보인다. 금융결제가 가장 큰 문제다. 크롬과 함께하는 개방성 포럼에 참석한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은 개방성과 정 반대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라며 “예를 들어 금융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를 요청한 사용자 사이에 일대일 서비스로, 그 외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웹이 일정한 표준을 갖고 발전했을 때 그 이후 새로 생기는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될 가능성을 무시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금융결제 시스템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방법으로 발전했고, 구글 크롬OS는 웹표준을 수용해 만들었다. 크롬OS에서 국내 금융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여섯쨋날: 지금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운영체제

웹 앱 생태계를 넓히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웹 개발자가 크롬OS에서 이용할 수 있는 더 좋은 웹 앱을 내놔야 크롬북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앱 생태계와 비슷하다. 구글이 모든 것을 제공할 수는 없다. 모바일 운영체제와 같이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네트워크의 발전 속도도 크롬북의 미래를 보장한다. 크롬북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구글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e메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메일 오프라인 버전을 선보였지만, 그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3G 통신망 외에 4세대 LTE 통신망이나 그보다 빠른 네트워크가 전세계에 보급되는 때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때가 되면 구글이 그리는 웹의 미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구글은 웹의 가능성을 믿는 회사입니다.”

구글 조원규 사장은 크롬OS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구글이 믿는 웹의 가능성을 일반 사용자도 함께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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