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지식경제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 방안을 수립, 발표했다. 정권 교체에 따라 7개월여가 넘도록 표류하고 있던 SW 육성 정책의 큰 틀을 밝혔다는 점에서는 일단 관련 업계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번 발표의 큰 내용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업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 소프트웨어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한 국가전략 산업의 경쟁력 강화,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량 강화 등이다.
정부가 밝힌 내용을 세부적으로 더 살펴보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업의 융합은 서울시 교통카드 서비스나 농축산식료품 원산지 정보시스템, 기업 유해물질 정보관리 종합지원 서비스, 교통정보 종합 서비스 등 공공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진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자동차와 조선, 건설, 철강 등 국내 제조 산업과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고, 임베디드 소프트에어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 산업 역량 강화는 소프트웨어 시장 활성화 개선과 인력 양성, 기반기술력 제고, 해외 진출 활성화 등을 추진해 소프트웨어 산업의 체질 개선과 함께 SW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첫번째와 두번째 사항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제조업체들은 이미 자사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키기 위해 알아서 노력해 왔다. 이번 방한한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발머 CEO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를 괜히 만나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모두 자사의 제조품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차별화를 내세우지 않으면 자사의 제조 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경제 현실에서 도태될 것을 제조업체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분야다. 정부의 개입 없이도 알아서 잘 하는 분야다.
이번 발표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에 대한 육성이 거론된 분야는 맨 마지막이다. 바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량 강화’ 분야.
정부는 SW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공공 정보화 사업 전개시 대기업 참여의 하한 금액을 40억,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매출 8천억원 이상 기업은 20억원, 매출액 8천억원 미만 기업은 10억원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는데 이를 조정하겠다는 것.
두번째는 정보화전략 계획을 수행한 사업자가 실제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대형 SI 업체들의 과점 상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눈여겨 볼 대목은 SW 분리 발주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보화 예산 심의시부터 분리 발주 여부를 사전 검토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지식경제부 산하기관과 공기업 등에 SW 분리 발주 시행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점.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왜 핵심 요소가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난 10년간 정부는 국내 정보화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면서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관련 업계가 환영할 만한 생태계 마련에는 실패했다. 공생 관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국내 타 사업에서 만연된 수직 계열화된 하청 구조가 고스란히 SW 업계에도 똬리를 틀고 있다.
신정부가 대형 SI 업체들의 과점 형태를 막기 위해 그 하위 SI 업체들의 시장 참여를 넓혀놓고 있지만 큰 포식자가 빠진 자리에 그 밑의 포식자가 활개를 칠 수 있는 상황일 뿐 국내 SW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라는 소위 국내 SW 계약의 하청 구조에서 갑만 바뀔 뿐 그 하위 구조가 왜 만들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문제로 IT 인력들은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떠나고 있으며 새로운 신규 인력들의 유입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해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산학 협동이 안돼 기업체에서 쓸만한 인재가 시장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국내 SW 산업 구조가 엉망이다보니 유능한 인재들이 이 분야에 더 이상 유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원인과 결과를 전혀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문제 해법의 기회 자체도 날려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끼우는 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전 정부에서 안을 짰던 소프트웨어 분리 발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정도가 위안거리다.
정작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료의 현실화 부분은 이번에도 빠져 있다.
오라클이라는 전세계 DBMS 분야 1위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자사의 유지보수요율을 22%로 올렸다. ERP와 CRM, SC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AP도 이런 정책을 따라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SW 벤더들은 대부분 이런 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본사에서는 이미 관련 사항을 적용해 나가고 있다.
다만 글로벌 SW 업체라도 1위 업체들을 추격하는 회사들은 일단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22%의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유지보수료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나가는 원천 자금이 된다. 그렇지만 정부나 기업들 대부분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유지보수료를 지급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형 SI 업체들이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국산 SW 도입 단가를 낮추다보니 이 금액에 따라 책정되는 유지보수료로는 새로운 제품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지속적인 제품 개발이 어려워지고 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영향을 미친다. 고객들은 또 다른 제품을 찾아보지만 다른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고객을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사업하기가 어려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국의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대목과 정부가 나서서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료를 제대로 주도록 감독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기업 고객들은 외산 업체에 비해 품질 면이나 기능면에서 떨어지는 제품에 대해 동일한 가격을 제공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타당한 문제제기다. 그렇지만 국산 SW 업체들은 동일한 가격을 제공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10% 정도라도 지불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새로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의 육성은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튼튼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는 자연스럽게 외산 소프트웨어 업체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SW 융합 서비스라는 신시장을 창출하려고 해도 소프트웨어 업체가 뒤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를 육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기술들이 적용되는 관련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선후가 바뀌고 원인과 결과를 전혀 파악하지 않고 내놓은 부실한 정책이라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서 기존에 마련됐던 규제들도 대거 없애고 있고, 9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도 직접 투자하겠다고 나선 정부다.
그 돈의 10%만 유지보수료 현실화 분야나 정부 IT 예산에 투자됐으면 하는 생각은 꿈일 뿐일까? 지난 10년의 정부를 부정하면서도 정작 지난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철학이 과연 이 정부에 있는 것일까?
정부는 내년 정보화 예산을 올해보다 7.1% 감소한 3조1555억원 규모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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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습니다. 정통부도 없애버리더니 예산까지 삭감을 해 버렸군요. 유난히도 과거에 집착하는 정권이라 그런지 과거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말은 녹색성장하면서 삽질이라니…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