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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한글→전자책 변환도구 내놓겠다”

2011.10.07

“한글과컴퓨터가 전자책만을 위한 저작도구를 만들 겁니다. 바탕은 오피스 문서인 HWP, DOC, TXT 파일을 기본으로 합니다.”

아래아한글과 한컴오피스, 씽크프리로 대표되는 오피스SW 전문 기업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전자책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홍구 한컴 대표는 올 2월 ‘2011 사업전략 발표 간담회’에서 2012년께 전자책 솔루션 부문이 한컴 매출에서 5%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뜬금없는 선언처럼 들리지만, 한컴은 전자책과 관련한 결과물을 여럿 냈다. 애플 아이패드용 앱북 ‘구름빵’과 EPUB 뷰어 ‘한컴리드온’을 출시했고, 얼마 전엔 뽀로로도 앱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들어 한컴이 왜 이리 전자책 사업에 몰두하는 것일까. 김재욱 한컴 신제품팀 팀장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내부에서 ‘한컴의 기술이 전자책 저작도구를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우리가 전자책 관련한 사업을 벌이겠노라고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2009년부터 단발적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어요.” 대대적으로 전자책 사업 계획을 밝히진 않았어도 이 시장에 이미 발을 담갔다는 이야기다.

▲김재욱 한글과컴퓨터 신제품팀 팀장(사진 제공: 한글과컴퓨터)

4년째 전자책 사업을 고민하며 한컴은 담당 인력도 최대한 끌어모은 눈치다. 현재 한컴에서 전자책 사업과 관련된 개발자가 28명이 있고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직원까지 더하면 인력은 더 늘어난다.

한컴이 전자책 사업에 시도한 결과물을 보자. 한컴은 2009년 인터파크의 전자책 저작도구인 ‘비스킷 메이커’를 만들었다. 비스킷 메이커는 ‘한글2007’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듬해인 2010년엔 한국이퍼브에 한컴DRM을 납품했다.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도 뛰어들어 LG CNS와 교과서 플랫폼, 앱, 수업관리, 책을 보는 솔루션을 만들었는데 6개 초등학교에서 시범으로 쓰인다고 한다. 그 외 앱북 ‘구름빵’과 EPUB 뷰어 ‘한컴리드온’도 있다.

전자책과 관련한 다양한 부문에 참여했지만, 한컴이 전자책 생태계에서 어떤 분야에 뛰어들 것인지 분명해 보이진 않는다. 전자책 시장에는 작가와 출판사부터 시작해 전자책 저작도구, 앱북 저작도구와 개발사, 유통사, 뷰어 공급업체,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업체 등이 참여해 있다. 김재욱 팀장은 이 가운데 한컴이 관심있는 분야는 저작도구와 뷰어, DRM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유통보다는 한컴이 오피스SW에서 쌓은 노하우를 적용하기 쉬운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다.

한컴은 전자책 사업을 EPUB과 DRM, 앱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이 중 EPUB은 저작도구와 뷰어로 나뉘며, 앱은 저작도구와 앱 개발로 사업 형태가 구성됐다.

EPUB 저작도구를 개발한 배경에 대해선 김재욱 팀장은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까지 전자책 시장이 15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말하고, 교보문고는 하루평균 매출이 1500만원이 넘는다고도 이야기하며 전자책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전자책을 위한 솔루션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EPUB만을 위한 저작도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설명으로 보인다. 교보문고와 인터파크, 유페이퍼가 EPUB 솔루션을 갖췄지만, 출판사에서 널리 쓰이진 않는다. 국내 출판사의 전자책 제작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출판사에서 주로 쓰는 저작도구는 쿽익스프레스와 어도비 인디자인이다. 그런데 이 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책을 EPUB이나 PDF로 변환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변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글자와 레이아웃이 깨지는 현상이 빈번하다고 출판계에선 말한다. EPUB으로 변환하는 데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보니, 비용과 시간이 종이책 제작만큼 드는 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규모 있는 출판사는 외주 업체에 맡기고 상대적으로 작은 출판사는 아예 유통사에 원본 파일을 넘기는 일도 벌어진다.

한컴 EPUB 저작도구가 EPUB으로 변환하는 데 따르는 지금의 불편을 줄여줄 것이라고 김재욱 팀장은 설명했다. 출판사가 저자에게 문서파일을 받아 쿽과 인디자인으로 제작해 EPUB으로 만드는 지금의 전자책 제작 과정이, 저자의 문서파일을 곧바로 EPUB으로 옮기도록 단축시키는 게 한컴 계획이다.

“책을 만드는 기본은 오피스 문서 저작도구에서 시작합니다. 출판사가 쿽과 인디자인으로 책을 만들 땐 작가가 아래아한글로 입력한 글을 복사해 붙이지요. 우리는 이 공정을 줄여 오피스 문서에서 바로 전자책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만들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인쇄를 위한 저작도구가 아니라 EPUB을 위한 저작도구라는 설명이다.

한컴은 EPUB 저작도구를 전문가용과 일반인용으로 나눠 개발하고 있으며,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전문가용을 시범적으로 먼저 내놓을 예정이다. 한컴 EPUB 저작도구는 HWP와 DOC, TXT를 기본으로 하며, 쿽과 PDF를 EPUB으로 변환하는 기능도 포함할 예정이다.

▲한글과컴퓨터가 5월 출시한 전자책 뷰어 ‘한컴리드온’

저작도구를 내놓기에 앞서 한컴은 전자책 뷰어앱 ‘한컴리드온’을 안드로이드용으로 5월16일 내놓았다.

김재욱 팀장은 “EPUB 전자책을 만들고 막상 뷰어에서 열어보면 의도와 다르게 나오는 때가 잦다”라며 “한컴리드온은 EPUB 표준을 준수해 저작자의 의도대로 가장 잘 보여주는 뷰어가 될 것”이라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한컴의 저작도구로 만든 전자책을 가장 잘 구현해내는 뷰어라는 이야기다. 독자가 읽기 편한 글자색, 줄간격, 들여쓰기를 적용해도 뷰어가 윈도우 메모장처럼 글만 뿌려주면 공들여 만든 EPUB이 소용없게 된다.

한컴리드온은 현재 EPUB과 PDF, HWP파일을 보여주지만, 앞으로 TXT파일과 만화도 포함할 계획이다.

한컴이 EPUB 저작도구와 뷰어 사업에 나선 배경엔 EPUB을 제정한 IDPF의 기준에 가장 잘 맞는 전자책을 만들어 어디서든 보기 쉽게 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한컴이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주한 DRM 표준 레퍼런스를 연구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도 이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EPUB 전자책에만 집중해도 숨이 가쁠텐데 한컴은 앱북이라는 두 번째 토끼도 움켜쥐려 한다. 한컴오피스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인터랙티브 앱을 제작하고 솔루션도 보급하겠다는 게 한컴의 계획이다.

“구름빵은 앱북 저작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산출물입니다. 구름빵을 만들며 저작도구에 필요한 기능을 살펴볼 생각이었는데 이젠 앱을 직접 개발하는 것도 전자책 사업의 한 분야가 됐어요.” 앱 저작도구는 현재 개발중에 있으며 라이선스비를 받을 예정이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현재 EPUB과 앱으로 나뉘었듯 한컴도 두 분야로 나눈 건 적절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내 EPUB 전자책 시장에서 인터랙티브 기능을 포함하는 EPUB3.0을 소화할 때가 오기 전까진 지금의 체제로 전자책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김재욱 팀장은 설명했다.

한컴이 직접 앱을 개발한 사례는 구름빵 앱뿐이지만, 유아동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앱을 준비하고 있다. 한컴은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애니메이션과 인터랙티브 기능이 있는 구름빵 애니메이션 앱을 제작한다고 9월22일 밝혔다. 또, 유아동에게 인기캐릭터를 소개한 아이코닉스와 제휴해 ‘뽀로로’와 ‘꼬마버스 타요’ 같은 캐릭터를 활용한 앱도 내놓을 예정이다.

“당장 전자책으로 수익을 내려고 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3~5년 정도 장기적으로 보고 있어요.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꾸준히 끌고 가면서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할 겁니다. 우리가 사업을 벌일 곳에 시장이 없다면 시장을 만들어서라도 키우겠습니다.”

한컴은 지난 9월, 스마트TV에서 전자책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TV용 e북 솔루션도 내놓았다.

borash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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