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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 “반도체는 한국, 태블릿은 안드로이드”

2011.10.11

“D램 시장은 부의 재분배가 대만에서 한국으로 굉장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다.”

앤드류 노우드 가트너 연구부분 부사장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10월11일 서울에서 개최한 ‘가트너 연례 반도체 로드쇼’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국내 두 업체가 전세계 D램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7년부터 2011년 2분기까지 반도체 업계의 수익 분배 양상을 살펴보자. 전세계 D램 업체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총 180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경험한 바 있다. 이는 2009년 들어 점차 회복세로 돌아섰는데, 2009년 중반엔 150억달러 수준까지 회수했다. 이 같은 회복세는 2011년 2분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적자 금액을 회수한 주요 업체를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회수 이익은 두 업체에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다. 삼성전자는 적자 금액 1달러당 9달러를 회수했으며, 하이닉스도 1달러당 2달러를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3위 업부터는 명암이 엇갈린다. 엘피다는 1달러 손해에 67센트를 회수하는 것에 그쳤다. 대만 업체 난야는 1달러당 0.01달러, 즉 1센트를 회수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전세계 D램 수요가 국내 두 업체에 쏠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나머지 업체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전세계 D램 시장 업체별 점유율 (2006년~2011년 2분기, 출처: 가트너)

전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을 봐도 국내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 공급되는 D램 중 무려 42%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삼성전자의 지배가 무너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점유율 2위 업체인 하이닉스도 22.6%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 업체가 전세계 D램 시장에서 6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앤드류 노우드 부사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확산에 따라 저전력 D램 시장이 특히 높은 매출을 올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30nm급 저전력 D램을 최초로 개발한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공급하는 반도체 물량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산업이 견인하는 부품은 D램뿐만이 아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산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앤드류 노우드 부사장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산업을 견인하는 주요 기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꼽았다. 이 세 종의 기기가 2015년까지 전체 낸드 플래시 메모리 수요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수요도 덩달아 폭증할 전망이다. 2010년 기준으로 개인용 PC에 공급된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총 640만개 수준이었다. 가트너는 메모리 수요가 2015년엔 1억2700만개 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이 수요가 증가하는 원인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가트너는 2012년이 되면 낸드플래시 가격이 1GB당 1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2년이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확산되는 원년이 되는 셈이다.

태블릿 PC 운영체제 전망…”윈도우는 고전할 것”

가트너 연례 반도체 로드쇼에서는 태블릿 PC 시장의 앞날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iOS를 위협하는 제2의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될 것이며, MS의 윈도우8은 시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벤 리 가트너 수석 분석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놨다. 벤 리 수석 분석가는 “MS가 2012년 태블릿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발표할 때면 애플과 구글도 새 iOS와 안드로이드를 내놓을 것”이라며 “MS 윈도우8의 기회는 제한될 것이며, 풍부한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와 우수한 사용성을 제공하지 않는 한, 윈도우 운영체제의 태블릿 PC 시장 점유는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 리 수석 분석가는 윈도우 운영체제는 태블릿 PC 시장에서 10% 가량의 시장을 점유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태블릿 PC 운영체제별 예상 점유율 (출처: 가트너)

태블릿 PC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태블릿 PC가 갖고 있는 성격이다. 태블릿 PC는 PC보다는 스마트폰과 유사하다. 태블릿 PC 운영체제 역시 결국 생태계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 iOS에 이어 2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역시 iOS와 유사한 전략을 취했다. 이같이 PC 운영체제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MS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PC와 MS의 새 운영체제가 연동될 수 있다는 점은 윈도우 운영체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채기 가트너 이사는 “기업이나 개인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PC를 사용해 왔다면, 태블릿 PC는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윈도우8 운영체제 역시 앱 생태계를 늘려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MS가 공개한 윈도우8 개발자 버전을 보면, 기존 윈도우폰7과 같이 메트로UI가 적용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MS 운영체제는 내세울 만한 생태계를 가꾸지 못했다. 태블릿 PC는 생산성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족한 생태계는 MS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iOS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운영체제는 무엇일까. 가트너는 현재 애플 iOS가 주도하고 있는 태블릿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갈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3.0(허니콤)을 발표한 이후 올해 말까지 200여개의 새 태블릿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며, 그 이후에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 PC는 2015년 1억1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체 태블릿 PC 시장에서 36%에 해당하는 숫자다. 안드로이드가 iOS를 턱밑까지 쫓는 셈이다.

벤 리 수석 분석가는 “안드로이드는 iOS의 가장 강력한 상대가 될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를 꼽을 수 있는데, 킨들 파이의 시장 확대 속도는 아이패드에 비해 2배나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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