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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포럼] 셧다운제, 응급처방 vs. 과잉규제

2011.11.20

‘셧다운제’가 시작됐다. 11월20일 밤 12시부터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온라인 게임 세상에서 쫓겨났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에서 마련된 법안이다. 밤 12시 이후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셧다운제를 둘러싼 논란은 꺼지지 않았다.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쪽은 시대착오적이고 권위적인 법안이라며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청소년의 권리를 뺏는 법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청소년 단체를 중심으로 셧다운제에 대한 위헌소송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셧다운제의 실효성도 논란거리다. 16세 미만 청소년이라도 부모님이나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게임에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셧다운제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법안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연구와 토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현상은 사실이 아닌가. 밤새워 게임을 하고 다음 날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이어갈 수는 없다.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이들은 청소년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내세운다.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며 청소년 게임 과몰입 현상을 예방할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셧다운제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차차 개선해 나가면 된다. 모바일 게임이나 중독성이 없다고 판단한 콘솔 온라인 게임에 대해선 일정 기간 유예를 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셧다운제 시행 후 2년 주기로 평가해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도 세웠다.

좀 더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블로터포럼’에서 자리를 마련했다.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입장인 김남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교육팀장과 셧다운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팀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셧다운제에 대한 법적 조언을 듣기 위해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도 함께 자리했다. 마침, 문화연대의 도움으로 청소년 단체에서 셧다운제 대한 위헌소송이 진행 중이다. 게임업계도 위헌소송을 준비 중이다. 폭넓은 법적 조언도 빠져서는 안 된다.

  • 일시: 2011년 11월16일(수) 오후 4~6시
  • 장소: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가자: 김남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교육팀장,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팀장, 이희욱 블로터닷넷 편집장, 오원석 블로터닷넷 기자
  • 이희욱: 셧다운제가 일단 시행됐다. 하지만 아직 쟁점은 풀리지 않는 것 같다. 찬성하는 쪽 의견부터 들어보자.

    김남희: 찬성하는 사람들은 셧다운제 법률안 자체에 대해 찬성한다기 보다는 그 취지나 의도에 찬성을 하는게 더 맞다고 본다. 놀이미디어센터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를 최우선으로 한다.

    때때로 수천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기회도 있다. ‘온라인 게임을 한 번도 안해본 친구 있으면 손들어볼래?’ 라고 물어보면 ‘뭐 그런 질문이 있나’ 하는 분위기다. 아이들 100%가 게임을 해봤거나 즐기고 있다. 그 아이들을 대상으로 게임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더 어린 연령의 아이일수록 더 게임에 몰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게 문화를 향유하는 차원에서 멈추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 실제로 아이들 스스로도 게임 몰입에 대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을 어떻게 성인이 도와줄 수 있을까.

    셧다운제는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도입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희욱: 그 전까지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이 없었나?

    김남희: 게임 과몰입에 대한 교육은 지속적으로 시행돼 왔다. 규모의 문제이긴 하지만, 게임 과몰입 예방 교육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 온라인 게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 기획도 증대됐고, 치료 예방 차원의 상담 기관도 만아졌다. 셧다운제도 2004년에 게임산업진흥법을 재정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제안된 법안이다. 그리고 지금에야 그 창구가 열린 거다.

    이희욱: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막자는 취지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동감할 수 있나?

    정소연: 문화연대는 셧다운제에 대해 크게 3가지 입장이 있다. 첫째, 셧다운제 법안이 과연 청소년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인가 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다. 청소년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보호는 폭력이라는 입장이다. 청소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게임이라는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는 게 아니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

    두번째로, 가정에서의 일차적인 청소년 교육권이나 셧다운제의 실효성, 청소년 인권침해, 개인정보제공문제 등 2005년부터 끊임없이 위헌 제기가 있었다. 문제는 이번에 시행되는 셧다운제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거다. 실효성은 더 예기할 필요도 없다. 대책이 없다.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지 걱정이다. 게임 과몰입 문제에 빠진 청소년을 구제하기 위한 법인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이를 빌미로 부서 예산을 확충하기 위한 법인지 의도가 의심된다.

    마지막으로, 셧다운제는 게임 자체가 유해하다는 딱지를 붙이는 법안이라는 점이다. 김남희 팀장님이 청소년 100%가 게임을 한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렇다면 게임을 새로운 문화매체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셧다운제는 이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걸 반증하는 법안이다.

    날새고 게임하면 안 된다. 가정의 부모나 어느 누구도 날 새면서 게임하는것을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접근 방식이 틀렸다. ‘게임 하지 마’가 아니라 게임 이용에 대한 교육으로 먼저 접근했어야 했다. 단순히 하지마라 식의 법안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좀 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희욱: 현행 법에 대한 실효성 문제는 양쪽 모두 지적하는 것 같다. 시작하는데 의의를 두는 것과 이런 수준으로 시작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 같은데, 법리 면에서 셧다운제를 따져보면 어떤가.

    박주민: 셧다운제가 갖고 있는 목적이나 셧다운제에 대해 우려하는 점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셧다운제는 어떤 부분에선 과잉규제 면모도 보이고, 또 어떤 부분에선 상당히 엉망인 법안인 것 같다. 이 제도가 갖고 있는 위험성은 찬성하는 사람이라도 고쳐나가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인식, 이에 대한 동의가 늘고 있다. 간통죄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시간대를 정해서 일률적으로 게임을 이용 못하게 하는 것은 점점 없어져야 할 국가의 제도적 방식이라는 것이다.

    법률가 입장에서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런 식으로 법이 들어온 후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하에 ‘누구에게도 담배를 팔지 못하게 하자’ 라든지, ‘청소년 통행금지 시키자’ 등 더욱 강력하고 어처구니 없는 법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셧다운제가 일종의 관문이 될 수도 있다.

    정소연: 파격적 법안인 것은 확실하다. 한번은 중국에서 취재 요청이 온 적도 있었다. 전세계 게임회사, 협회가 한국의 셧다운제에 주목하고 있다. 새계적으로 성공 유례가 없는 법안이기도 하고, 태국이나 중국 등에서 이미 실패 했던 내용을 수정 없이 들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아직 한국 사회는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여가부 보도자료도 두 용어가 혼재돼 있다. 청소년 게임중독의 특성을 연구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다른 기관에 연구를 위임한 형태다. 전문성도 부족하다.

    김남희: 셧다운제를 우리나라 현실을 비추는 자화상이라고 보는 건 어떨까. 인터넷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가 어린아이부터 게임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 외국 학회에서도 이런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이런 일도 있었다. 독일에서 열린 정신과 학회에서 다른 나라의 의사가 우리나라 의사에게 “폭력적인 게임을 오랫동안 해서 강력범죄까지 발생하는데, 왜 규제를 하지 않나?”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게임 과몰입을 병리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은 박사 연구팀 2008년에 코카인 중독자의 뇌와 게임 중독자의 뇌가 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같은 병리적인 증상의 누가 최대 피해자인가? 청소년이다. 그런 차원으로 봤을 때 셧다운제도는 여러 허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료할 대안적 규제라고 생각한다. 응급처방인 셈이다.

    이희욱: 우리나라 청소년이 유달리 게임에 몰입하나?

    김남희: 유달리 많이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잘 갖춰진 인프라 덕분이다. 폭력적인 게임에 많이 노출된다는 것도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처음에는 메이플 스토리나 카트라이더 등 소프트한 게임으로 시작했다가. 좀 더 자극적인 게임을 찾게 된다.

    이희욱: 그래서 게임 등급제가 있지 않나? 연령대에 맞는 아이가 즐기라는 뜻 아닌가?

    김남희: 등급제도 필요하지만, 셧다운제는 밤에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다음날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니까.

    정소연: 폭력적인 게임이 문제라는 건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폭력적인 게임이 문제라고 하면서 셧다운제는 시간을 문제 삼는다. 또, 폭력적인 게임이 꼭 청소년을 폭력적으로 만든다고 할 수 있나?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의 판결 내용 중 이런 판결이 있었다.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실제로 청소년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결이었다. 그때 판사가 한 말이 재미있다. “새엄마가 독사과로 수양딸을 죽이는 백설공주 이야기는 전세계 아이들이 다 보는데, 왜 게임은 문제인 거냐?” 라고 말했다. 폭력적인 게임이 실제로 유해한가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박주민: 경험에 비춰봤을 때, 게임 이외에 즐길 놀거리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음 편하게 먹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게임이다. 지금도 청소년이 게임하는 게, 이해가 된다. 과도한 학업 경쟁 속에서 짬을 더 많이 내서 뭘 할 수는 없고, 스트레스는 풀고 싶은데 청소년이 술·담배를 할 수는 없잖나. 결국, 게임이라는 거다. 우리 사회가 게임을 권장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은 하면 안되는 것 처럼 말한다. 이건 모순이다. 이 틈에서 괴로운 건 청소년 본인이다.

    우리 사회는 게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게임은 일단 나쁜 거니까, 게임을 하지 말라라는 얘기만 무수히 반복했다. 자녀가 게임을 할 때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은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 말라고만 하지. 언젠가부터 청소년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돼버렸다.

    정소연: 우리나라 청소년은 기본적으로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11시가 넘는다. 길거리 농구 코트도 9시 이후 출입이 금지다. 나라에서 권장하는 청소년 수련관이나 청소년센터는 6시에 문을 닫는다. 게임은 청소년이 가장 적은 돈으로 효율적으로 놀 수 있는 수단인 거다.

    박주민: 2005부터 논의돼 왔고 6년이 지났는데, 대안 문화공간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결과를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청소년의 놀거리,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청소년이 중독자가 되는 게 아니라 문화적 창조자가 되지 않을까.

    이희욱: 게임 중독이 병리적 증상이라는 것에 대한 연구 자료는 있나?

    김남희: 게임 중독에 대한 뇌 활성화 연구가 일본과 우리나라, 미국 등에서 있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게임 중독이 분명히 질환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게임 개발자의 고민도 주목해야 한다. KBS 시사프로그램을 봤는데, 거기 게임 개발자의 인터뷰가 나왔다. 내용인즉슨, 게임을 개발할 때 청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 음악, 캐릭터 등 모든 것들을 면밀하게 연구해서 청소년이 게임에 몰입하도록 만든다는 거다. 일종의 양심고백인 셈이다.

    이 때문인지 게임 업체에서 일하는 학부모의 상담을 많이 받는다. “게임에 중독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데,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을 중독되게끔 만드는 내가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라는 내용이다.

    정소연: 그건 다른 기준에서 생각해야 한다. 모든 주부가 중독되는 소위 ‘막장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 누구도 죄책감을 갖진 않는다. 하지만 게임개발자는 그런 죄책감을 가져야 하나? 게임은 나쁘다는 인식 때문이다. ‘게임이 문제다’가 아니라 ‘나쁜 게임이 문제다’라고 얘기해야 한다.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 개발자는 자존감에 엄청난 상처를 받을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폭력적인 영화가 명절 때 온 가족이 보라고 TV에서 방영한다. ‘친구’나 ‘공공의 적’을 생각해 보라. 이건 영화라는 문화매체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젠 영화라는 매체를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요즘은 아이폰으로도 영화를 찍고, 국제청소년영화제가 한국에서 열리는 정도가 됐다.

    게임에도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을 때, 자극적인 게임을 찾는 게 아니라 좋은 게임을 찾게 될 것이다. 자극적인 영화를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영화를 찾는 것과 같은 거다. 문화의 발전 방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연 게임이라는 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했나?

    김남희: 게임이 진짜 상업적으로 청소년을 중독시킬 의도를 갖고 만들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업계의 자정 노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게임에 중독되도록 하는 장치를 심어서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좋은 말로는 콘텐츠 개발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독되게 하는 장치일 뿐이다.

    이희욱: 셧다운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청소년 게이머를 잠재적인 중독자로 본다는 점과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악플러로 보는 것, 사업자의 선택권 없이 법으로 강제한다는 점 등이다. 역차별 얘기도 똑같다. 외국 서비스는 실명제 안 해도 되니까. 기술적인 분석 없이 너무 성급하게 시행한 건 아닌가 싶다. 취지가 좋더라도 국민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정소연: 법이 이래도 되나?

    박주민: 입법적 상상력 부족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밀하고 꼼꼼하게 규제해야 할 것을 통으로 규제한 거다. 기본권도 보장하면서 실효성도 있고, 효과도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해 입법적 상상력을 발휘했다기보다는 부처가 좌충우돌하다가 갑자기 ‘꽝’하고 터뜨린 법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셧다운제는 효율성도 없고, 과잉규제 면모도 보이고, 기본권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개선돼야 할 것이다.

    김남희: 업계의 자정노력이 미비하니까 국가가 규제하는 형태로 간 것이라고 본다.

    이희욱: 부모가 게임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지하다는 것도 원인이 아닐까. 자녀의 게임 이용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상당수 부모가 ‘게임은 안 된다’ 라는 입장일 것이다.

    정소연: 이 부분은 90년대 일본만화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본문화 개방 때 전국이 난리였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일본 만화가 들어오면 우리 청소년 큰일난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정작 청소년은 코웃음을 쳤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일본만화와 문화가 들어오고 나서야 기성세대도 이런 게 있구나 알게 된 거다.

    이제, 일본만화 때문에 머리 나빠진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국의 아이들이 만화로 한자공부 하고 있지 않나. 영화도 타이타닉 이후 많이 변했다. 영화산업에 대한 평가가 재고된 계기였다고 본다. 유독 게임은 그게 잘 안 풀리고 있다.

    구성회가 나와서 성교육 하고 강풀 같은 만화가가 스토리텔링 했듯, 게임 업계에서도 게임이 훌륭한 텍스트를 갖고 있다는 걸 다뤄야 한다. 무조건 덮고, 피하고, 격리시킨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박주민: 자본주의 시장의 합리성을 얘기할 때, 완전한 정보가 제공되면 소비자는 항상 완벽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시장엔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거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금융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소상하게 전달해주는 교육을 실시하자는 쪽으로 문제가 해결됐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내용은 어떤가, 어떤 위험성 있나, 그런 게 알려져야 한다. 국가나 업계를 통해서 게임이 어떤 특성이 있는지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거다.

    이희욱: 헌법소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정소연: 문화연대의 도움으로 청소년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아직 아무런 연락은 없다.

    박주민: 헌법소원이란 게, 원래 한참 걸린다. 쟁점이 되는 사안은 길게는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희욱: 문광부는 기능성 게임을 육성하고, 비즈니스 육성하고 벤처 지원하자고 하는데, 여가부는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한다. 정부 정책의 아이러니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화살은 시위를 떠난 모양새다. 제도는 시행된 만큼, 부족한 부분을 빨리 발견하고 보완하는 차후 노력이 꼭 필요할 것이다. 양쪽 모두 힘을 합쳐 개선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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