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사진, 지역 정보, 맛집 정보, 음악, 책에 이어 이번엔 패션을 주제로 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등장했다. 올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일쉐어는 패션 사진을 공유하는 모바일 기반 SNS다. 인스타그램에서 패션만 떼온 모습을 그리면 이해하기 쉽다.
패션 사진을 공유한다지만, 스타일쉐어에는 유명 모델이 명품을 휘감고 찍은 사진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 주위에서 ‘멋 좀 부린다’ 싶은 ‘일반인’의 사진이 더 많다. 패션 전문가보다는 비전문가의 향기가 강하다고나 할까.
“패션쪽에 있는 사람은 테크놀로지와 거리가 있고, 테크놀로지쪽은 패션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편이에요. 스타일쉐어는 패션 전문가는 아니지만, 소비자로서 이 두 사이를 적절하게 메울 수 있는 팀인 것 같아요. 개발팀도 그렇고 저도 욕구가 강한 소비자인 셈이죠.”
▲연세대학교 공학원 스타일쉐어 사무실. 왼쪽 위 검은 옷을 입은 이가 윤자영 대표이고 오른쪽이 홍민희 CTO
스타일쉐어를 만든 윤자영 대표와 홍민희 CTO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웹서비스로 말하자면, 운영진이 아니라 이용자 측면에서 말이다. 윤자영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는 ‘5학년’으로, 방학마다 수차례 외국 여행을 다니며 스타일쉐어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패션의 도시인 파리, 뉴욕, 런던에 가봤지만 실제로 멋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서울의 명동이나 가로수길을 걷는 사람들 옷차림이 더 흥미롭지요. 그런데도 저 도시들이 더 유명한 건 수많은 채널을 통해 언급됐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우리나라 멋쟁이도 매체를 통해 널리 퍼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자영 대표는 ‘국내 패션을 해외에 알리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곧장 사업으로 펼칠 생각은 못했다. 서비스를 직접 만들 생각보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스타일쉐어와 비슷한 서비스를 찾지 못했다.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네가 하라’는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두 해를 흘려보내다 또 ‘네가 하라’는 말을 들을 바에야 제가 하기로 했어요.” 윤자영 대표는 그렇게 창업을 했다. 여기까지는 흔히 듣는 창업스토리다. 사실 윤자영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고도 ‘회사 차리는 법’조차 알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일하는 법을 가르치지 사업계획서를 잘 썼다고 학점을 주진 않으니까.
“일단 교내 창업지원센터에 찾아갔더니 사업계획서를 써보라는 말을 들었어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대학생 벤처창업경진대회 참가 서류를 참고했어요. 그렇게 반쯤 완성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다시 창업지원센터를 찾았는데 우연히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를 만나게 됐습니다.”
▲스타일쉐어의 아이콘인 실로 연결된 단추구멍은 패션으로 사람을 엮는다는 스타일쉐어의 철학을 반영한다.
프라이머는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이재웅, 이택경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자,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가 설립한 엔젤투자사다. 연중 수시로 인큐베이션 희망팀을 최대 10개 팀을 선발해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윤자영 대표는 마침 권도균 대표가 연세대학교 학생들과의 모임이 있던 터라 동석해 사업계획서를 보였다. “사업계획서를 첨삭받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 때 사업계획서는 서울대의 한 경진대회 제출용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얼마 후 프라이머에서 사업 발표를 해보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렇게 이택경 대표 앞에서 사업 발표를 하고 윤자영 대표는 프라이머에서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스타일쉐어를 시작하게 됐고, 프라이머를 통해 만난 스타트업에서 홍민희 CTO를 소개받았다.
홍민희 CTO를 만나고서야 서비스 방향이 구체적으로 정해졌고, 시작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등을 나눌 수 있었다. 윤자영 대표와 홍민희 CTO 둘이서 일을 벌이고 나니 직원이 한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송영길 대표에게 소개받은 개발자, 경험을 쌓고 싶다며 찾아온 학생,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직원도 있었다. 현재 송채연 마케팅 매니저는 패션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다며 제 발로 찾아온 직원이다.
이렇게 찾아온 직원까지 더해 현재 스타일쉐어 직원은 10명이다. 신규 창업 벤처가 개발자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농담이 있는데, 스타일쉐어는 직원 10명 중 7명이 개발자란다. 학점을 모두 채운 윤자영 대표와 홍민희 CTO를 제외하고는 모두 학생 신분이라, 정해진 업무 시간 없이 다들 틈날 때 집이나 사무실에서 일한다.
직원이 적지 않지만, 스타일쉐어는 아직 수익 모델을 마련하지 않았다. 지금껏 회사 운영비는 창업 초기 프라이머에서 받은 2천만원을 비롯해 각종 경진대회에서 받은 수상금으로 대체하고 있다. ‘청년기업가대회’에서 5천만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과 ‘예비기술창업자기금’, 연세대학교 ‘연세 CEO 발굴 경진대회’를 통해서는 사무실을 지원받았다.
경진대회 수상금으로 회사를 계속 꾸려갈 수 있을까. “패션에 대한 소셜미디어를 제대로 만들면 수익 모델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윤자영 대표는 당분간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스타일쉐어를 해외로 확장하려는 계산도 있는 눈치다.
“다운로드 수는 한국이 많지만,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에서 사진이 올라오고 있고 북유럽 쪽 다운로드 수도 꽤 있습니다. 스타일쉐어에서는 게시물에 이용자의 국가를 표시하고 있어 누구나 확인 가능해요.”
스타일쉐어는 올 9월1일에 출시됐지만, 벌써 수익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동대문의 한 의류점 주인이 자기 제품을 찍어 스타일쉐어에 올린 사진을 스타일쉐어 이용자가 보고 매장을 찾아가 구매한 일이 있는가 하면, 디자이너겸 패션 전문 블로거가 스타일쉐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는 스타일쉐어를 통해 행사를 홍보하기도 했다.
스타일쉐어는 현재 아이폰 응용프로그램(앱)으로만 출시했는데 다운로드가 5만회를 넘었고 하루에 올라오는 사진은 300장에 이른다. 올 12월에는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스타일쉐어가 출시될 무렵, 국내에도 패션을 주제로 한 SNS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외에서는 스내펫, 투데이코디, 이게패션이다, SF, 고트라잇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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