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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웹OS 오픈소스로 공개…“태블릿 재도전”

2011.12.12

매각설, 사업 포기설, 이미지 프린터 사업부 활용설 등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던 웹OS의 미래가 결정됐다. 12월9일(현지기준) HP는 자사 모바일 운영체제인 ‘웹OS’를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웹OS용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인 ‘엔요’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HP는 웹OS 오픈소스를 통해 개발자들과 제조업체들의 관심을 받아 태블릿 시장에 재도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맥 휘트먼 HP 최고경영자(사진)는 IT블로그 미디어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웹OS 기반의 태블릿 출시를 사업부에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iOS와 안드로이드 벽 앞에서 기 한번 못쓰고 사라진 터치패드를 어떻게든 부활시켜 스마트기기 시장에 한자리 깔고 앉겠다는 심산이다.

지난해 HP는 12억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팜을 인수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적용 가능한 웹OS2.0을 발표하고 이를 탑재한 태블릿인 터치패드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가격 인하 정책을 통해 저렴한 값에 터치패드를 판매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8월에는 레오 아포테커 전 HP 최고경영자가 “웹OS기반 스마트폰과 태블릿 개발을 중단하겠다”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휘트먼 최고경영자가 새로운 수장으로 등장해 PC사업 분사 선언 철회와 웹OS 사업 포기 결정을 유보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HP는 PC, 노트북, 프린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제조업체다. 아포테커 전 최고경영자가 소프트웨어의 힘을 내세우며 PC 사업을 철수하려고 했지만 이는 너무 성급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PC 사업이 HP의 사업 매출 중 상당부문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이들 사업이 강력한 운영체제와 결합되면 애플과 같은 생태계를 HP도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휘트먼 최고경영자는 ‘오픈소스’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시장 후발주자로서 iOS와 안드로이드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웹OS가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많은 개발자들이 웹OS기반 앱을 출시해 웹OS 생태계가 발전하면 사용자들이 웹OS 기반의 기기로 눈 돌릴 수 있는 마지막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변 상황도 HP를 도와주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와 HTC 등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기기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돌고 있다. 더구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마이크로소프트 등 각종 소송에 얽혀 있는 상황에서 웹OS는 제조업체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HP의 이번 결정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AP는 “팜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웹OS를 다른 기업에게 팔기도 그렇다고 마냥 갖고 있기도 어려웠던 HP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며 “휘트먼 최고경영자다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라고 평가했다. 포레스터 리서치 프랭크 질렛트 애널리스트도 “HP의 이번 결정은 상당히 창의적으로 웹OS는 많은 회사들이 눈여겨 본 매력적인 운영체제로 완전히 오픈소스가 됐을 때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된다”라며 “HP로부터 웹OS를 사고 싶은 상황에서 결국은 아무도 웹OS를 독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만약 웹OS를 팔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HP가 웹OS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픈소스 밖에 없었는데 HP가 이를 택했다는 얘기다.

과거 AOL 역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앞세우자 넷스케이프를 오픈소스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오늘날 파이어폭스를 만들어냈으며, 익스플로러의 경쟁상대 중 하나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를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개방함으로써 힘을 얻게 됐다.

아직 HP가 어떤 방식으로 웹OS를 오픈소스화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커스터마이징은 허용하지 않는 GPL 방식인지, 라이선스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용하게 하는 BSD/MIT 방식인지 등은 결정나지 않았다. 마크 앤더슨 HP 이사는 “조만간 관련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웹OS를 오픈소스하기로 한 것, 이 프로젝트를 HP가 계속해서 지원할 것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izzien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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