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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블랙베리, RIM 돌파구는

2011.12.23

제품 판매실적 부진과 신제품 출시 지연. 한때 부귀영화를 누리던 업체가 이 같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회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까. 파괴적인 혁신을 주도해야 할 수도 있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한 업체는 으레 다른 업체의 인수제안을 받기 마련이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만드는 리서치인모션(RIM)이 현재 처한 상황이다.

RIM을 둘러싼 인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12월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와 손잡고 RIM을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블랙베리 사업의 실적 악화와 신제품 출시 지연 등 문제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RIM으로선 이 같은 괴담에 심기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MS와 노키아가 RIM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MS와 노키아가 림을 탐낼 만한 이유가 있을까. 전세계에서 1등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잘 나가는 애플 iOS 스마트폰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진 구글이 지난 8월,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실제로 MS와 노키아가 RIM을 인수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미국 인터넷 서비스업체 아마존도 RIM 인수 후보다. 로이터는 아마존이 RIM을 인수하려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도 투자은행에 림을 인수하기 위해 자문을 구하는 등 RIM 인수설에 불씨를 지폈다.

아마존이 RIM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마존도 다른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아마존만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지난 9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얹은 첫 태블릿 PC ‘킨들 파이어’를 출시했다.

1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출시된 킨들 파이어는 기기 판매로 수익을 얻는 전략이 아닌, 아마존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기기라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킨들 파이어는 미국에서 출시 직후 300만대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다. 아마존은 RIM의 플랫폼을 이용해 앞으로 출시할 차세대 태블릿 PC와 전자책 등에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이용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RIM 인수설 역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RIM이 아마존 인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로이터가 지난 12월2일 전한 내용을 보면, RIM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길 원한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RIM이 이 같은 부침을 겪는 이유는 사업 성적과 관계가 깊다. RIM 주식의 가격 흐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RIM 주가는 2011년 1월, 59달러 수준에서 지난 12월21일 1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8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그야말로 폭락이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밀려 매출도 내림세다. RIM의 지난 3분기 매출 성적은 52억2천만달러다. 201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나 내려앉은 수치다.

마이크 라자리디스 RIM 공동 CEO는 “2012년까지 기다려 줄 것을 바란다”라며 뿔난 투자자와 주주들을 설득했다. 2012년이면 차세대 블랙베리 운영체제와 새 제품이 나와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이크 라자리디스와 짐 발실리 RIM 공동 CEO는 최근 투자자들과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RIM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모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블랙베리10 운영체제를 통해 블랙베리 플레이북의 매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체는 없으니 이 같은 주장도 공허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2년 하반기에도 RIM의 차세대 운영체제 블랙베리10 출시가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RIM은 스마트폰용 운영체제 ‘블랙베리OS 7’과 QNX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QNX는 플레이북에 얹혀진 RIM 태블릿 PC용 운영체제다. 애플의 iOS 운영체제나 안드로이드4.0(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등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통합 운영체제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RIM도 블랙베리10 운영체제로 회생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2012년이면 너무 늦는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다시 태블릿 PC로 모바일 기기 권력이 이동하는 가운데, RIM의 이 같은 기다림은 답답하기만 하다. 인수제의를 거부한 경영진의 마음이야 헤아릴 수 있지만, 그렇다면 마땅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사용자도 주주도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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