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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즈플로우 “‘서피스2.0’은 기회의 땅”

2011.12.25

‘접을까 말까.’

국내 IT 스타트업이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문제다. 지속적인 투자를 받을 만한 제대로 된 창구도 부족해 그동안 쌓아올린 기술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은 벤처도 있고, 초기 벤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주문을 처리하는 식으로 연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SI 업체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윈도우폰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실버라이트 기반 개발업체 휴즈플로우도 같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휴즈플로우는 현재 ‘서피스2.0’을 플랫폼으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길복 휴즈플로우 CTO(왼쪽)와 박건태 대표

“스마트폰이 끼지 않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던 때가 있었어요. 그렇다고 사업을 접자니 그동안 쌓아온 기술 노하우가 아까웠죠. 결국, 기술이 있으면 찾는 고객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기술을 더 쌓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박건태 휴즈플로우 대표는 지난 2011년을 ‘애매한 해’ 였다고 돌이켰다. 2007년 MS 실버라이트에 기반한 개발로 사업을 시작한 휴즈플로우는 2010년, 실버라이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잘 나가는 개발업체가 됐다. 하지만 2011년부터 실버라이트 기반 개발 건수가 줄었다. 국내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개발 환경에서도 스마트폰은 빠질 수 없는 양념이 됐다. 박건태 대표는 “올해가 특히 힘들었던 해”라고 덧붙였다.

휴즈플로우가 눈을 돌린 쪽은 MS 모바일 운영체제 윈도우폰과 서피스2.0이었다. MS 실버라이트를 전문으로 개발하던 업체의 노하우를 적극 이용하자는 취지였다. 개발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아 수준 높은 응용프로그램(앱)을 개발할 수 있었다. 국내 윈도우폰7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서피스2.0도 휴즈플로우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서피스2.0은 삼성전자와 MS가 만든 멀티터치 장비다. 40인치 화면에 최대 53개의 멀티터치를 지원하는 테이블 형태의 컴퓨터로, 윈도우 운영체제가 설치돼 있다. ‘서피스 쉘’이라는 프로그램을 띄우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로 변한다.

서피스2.0은 디스플레이 전체가 적외선을 이용해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위에 사물을 올리면 해당 사물에 부여한 고유 기능이 실행되는 식이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장비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휴즈플로우도 서피스2.0의 이 같은 장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혼자 이용할 수 있는 터치형 디스플레이 장치를 벗어나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이용하는 장비라는 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많은 터치형 장비의 인터페이스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버렸음에도 여전히 1인칭 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인칭 인터페이스 터치스크린 장비는 성능 좋은 키오스크에 불과합니다.”

이길복 휴즈플로우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서피스2.0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인칭 인터페이스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한 사람이 버튼을 누르면 다른 사람은 조작할 수 없게 되는 현상 등이다. 40인치 크기의 서피스2.0에서는 이 같은 인터페이스는 낭비다. 서피스2.0은 주로 기업 환경에 쓰이거나 기업의 고객들에게 매출을 끌어들이는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N스크린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스크린 종류만 많아졌을 뿐 개인용 N스크린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피스2.0을 최종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휴즈플로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서피스2.0의 40인치 화면을 벗어나 개인용 터치 장비와 호환될 수 있는 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피스2.0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서피스2.0은 여러 사용자가 함께 이용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비밀번호가 노출되기 쉽다. 이때는 서피스2.0과 개인용 스마트폰을 연동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창을 스마트폰에 띄워 주는 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비밀번호와 같은 상황 외에도 여러 사용자가 함께 즐기는 콘텐츠에서도 개인용 디바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드게임을 할 때 각자의 패를 스마트폰에 띄워 주고 서피스2.0은 딜러 역할을 하는 식이다. 스마트폰 플랫폼이 각자 달라도 문제없다. 서버는 클라우드에 넣고, 웹 기반 앱으로 개발하면 된다. 서피스2.0의 멀티터치와 N스크린을 배합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서피스2.0 개발 시장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휴즈플로우가 소개한 이 같은 앱은 이미 개발이 상당히 진행됐거나, 업체와 의사를 조율하는 중이다. 휴즈플로우는 해외 유명 통신사에 서피스2.0 앱을 판매할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유아 교육용 서피스2.0 앱도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 휴즈플로우는 서피스2.0 시장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스타트업이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 있는 시장을 선점해 들어가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장과 운명을 함께한다는 위험요소는 있지만 말이죠.”

어쩌면 휴즈플로우의 이 같은 고민은 국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고민하는 문제는 아닐까. 서피스2.0과 윈도우폰 시장에 운명이 걸린 비즈니스지만, 휴즈플로우는 그동안 쌓아온 MS 개발 기술력을 믿고 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인 국내 벤처 환경에서 휴즈플로우는 서피스2.0과 윈도우폰 개발 환경에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해 ‘살아남을’ 기술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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