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소설 ‘7년의 밤’이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에서 사라졌다. 리디북스는 ‘7년의 밤’을 2011년 베스트셀러 1위로 선정까지 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7년의 밤’은 지난해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동시에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판매하는 서점마다 ‘7년의 밤’을 베스트셀러에 올릴 정도였다. 입소문이 사그라질 무렵에는 영화 계약 완료 사실도 알려졌다.
판매처를 늘릴수록 판매 부수가 늘어날 게 뻔했지만,전자책 판매처는 인터파크와 리디북스, 텍스토어뿐이었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한국출판콘텐츠(KPC)를 통해서만 전자책을 유통하기 때문이다.
KPC는 창작과비평사, 푸른숲, 김영사를 비롯한 출판사 50여곳이 만든 회사이다. 전자책 시장에서 출판사의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2009년 7월 설립됐다. 주주로 있는 출판사 목록을 보면, 우리가 익히 아는 출판사가 많다. 출판사가 유통사를 개별적으로 상대하면 힘을 발휘하기 어렵지만, 한데 모이면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KPC의 생각이었다. 서점에 쏠린 무게중심을 출판사로 옮겨오기 위해 KPC가 선택한 방법은 유통창구 단일화였다.
그간 출판계에서는 서점의 힘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있었다. 베스트셀러에 선정돼야 잘 팔리는 현실이 서점에 힘을 실어줬다. 서점이 벌이는 이벤트 비용은 출판사가 부담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입점비처럼 일정 금액을 내야 이벤트 참가가 가능하다는 말까지 돌았다.
여기에서 KPC가 든 무기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이었다. KPC는 이미 전자책을 서비스하던 교보문고와 한국이퍼브, 인터파크와는 다른 어도비DRM과 마크애니DRM을 쓰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투명한 정산을 위해서’였다. 이미 전자책을 서비스하던 곳이 KPC와 계약하려면 기존 DRM을 변경하거나 2개의 DRM을 병행 운영해야 했다. 인터파크는 2개 DRM을 병행하기로 하고 KPC와 콘텐츠 계약을 했다.
각자의 DRM을 들고 나온 점에서 종이책 시장에서의 불신이 전자책으로도 옮겨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출판사는 개별적으로 유통사와 계약할 때, DRM을 따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DRM에 맞추라고 요구하지 않지만, 출판사의 콘텐츠를 한데 모아 납품하는 KPC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DRM이라는 게 불법 복제를 막는 수단이지만, 그보다 더 큰 역할은 정산과 관리다. DRM을 통해 출판사나 유통사는 전자책이 몇 번 열리고 내려받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출판사쪽은 지금까지 관리와 정산에 대한 정보를 유통사에 전적으로 의지했던 게 마뜩찮았다.
출판사와 유통사의 힘겨루기는 한국이퍼브와 교보문고로 좁혀지게 됐다. 인터파크는 전자책 콘텐츠를 얻기 위해 KPC의 요구를 따랐지만, 한국이퍼브와 교보문고는 따르지 않았다. 교보문고와 한국이퍼브는 KPC를 통하지 않아도 출판사와 직접 접촉해 전자책 콘텐츠를 얻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KPC의 주주이지만, 상당 출판사는 KPC를 통하지 않고 출판사와 직접 계약하고 있다. 지마켓과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이 치고 올라오지만, 두 곳은 출판 시장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교보문고는 2005년부터 전자책을 서비스하며 확보한 콘텐츠도 있었다.
이렇게 되고 나니 전자책을 KPC로만 유통하는 은행나무, 길벗출판그룹 등 몇몇 출판사는 판매처가 없어 전자책 매출을 기대만큼 거두지 못하게 됐다. KPC에 콘텐츠 파워를 실었지만, 대형 판매처는 놓친 ‘7년의 밤’처럼 말이다. KPC는 기존 전자책 서점 외 신세계I&C를 비롯해 새롭게 등장하는 유통사와도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업계 1위 교보문고는 제휴 업체 목록에 이름이 올라있지 않다.
그러다 KPC가 주장한 ‘정산의 투명성’이 빛바랜 사건이 알려졌다. 그간 KPC는 유통사의 DRM을 믿을 수 없어서 특정 DRM을 쓰라고 요구했는데, 리디북스에는 DRM을 씌우지 않고 전자책을 납품한 사실이 지난해 여름 드러났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5월쯤 리디북스에 DRM 없이 유통하며 ‘교보문고쪽에는 DRM을 적용하지 않아서 납품하지 않는다는 KPC의 방침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내용을 담은 서류를 출판사에 발송했다.
교보문고를 통해 리디북스가 DRM을 적용하지 않은 파일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KPC는 지난해 8월 리디북스에 콘텐츠 납품을 중단한다며 출판사들에 공문으로 알렸다. 리디북스가 KPC가 쓰는 DRM을 개발하고 그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한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는 게 이유였다. 리디북스는 지난해 10월부터 KPC의 전자책 서비스를 중단했다.
‘7년의 밤’은 이렇게 리디북스에서 사라졌다.
▲리디북스가 발표한 2011년 베스트셀러 목록(위). 리디북스 웹사이트에서 1위로 뽑힌 ‘7년의 밤’을 검색한 결과 화면(아래)
KPC 출범부터 살펴본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KPC가 출판사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독단적으로 유통사를 상대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종이책 시장에서 정가는 올리지만 납품가는 낮춰야 하는 처지를 고려하면, 전자책에서만큼은 유통사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한국출판인회의는 KPC를 중심으로 출판사 전체가 살아가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려 하지만, 유통사쪽은 진입을 먼저 한 만큼 주도권을 쥐려 한다”라며 “지금 양상은 한국출판인회의와 KPC, 교보문고의 힘겨루기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기호 소장은 여기에는 심각할 정도로 출판사의 고혈이 빨리는 종이책 유통 현실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1월3일, 최종 부도 처리된 수송사의 소식은 종이책 유통이 어려운 현실을 드러낸다. 수송사는 잡지로 시작해 30년 가까이 총판 사업을 벌인 곳으로 이마트, 홈쇼핑, 온라인 서점에 책을 유통하며 연간 450~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부도의 원인으로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한기호 소장은 그중 오픈마켓의 저가 경쟁에 대형마트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이 팔리지 않는 경향이 수송사의 부도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종이책은 동네 서점부터 대형마트와 온라인 서점,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된다. 규모가 큰 판매처의 할인 경쟁은 납품가 인하를 가져왔다. 이러한 가운데 출판사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자사 도서를 넣기 위해 참가비조로 적게는 수십만원씩 내는 게 지금 온라인서점을 갖춘 대형 유통사와 출판사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 여기에 있었다. KPC가 설립될 때 내세운 기조 중 하나가 ‘출판사가 직접 정하는 가격, 출고정가’인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적어도 이런 일이 전자책에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게 출판사의 생각이라는 이야기다.
출판사와 유통사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독자들은 점차 종이에서 스크린으로 글을 읽는 매체를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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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개인전자출판, ePOD 사업의 미래…..
지난 2007년.. 아마존닷컴에서 e-book리더기기인 킨들(Kindle)을 출시한 이래, 해외시장에서 e-book에 대한 질적, 양적인 인프라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2010년을 기점으로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 인터파크, 아이리버 등 기존 온라인유통사나 디지털기기 전문 제조업체들도 e-book 디지털 디바이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한국 이퍼브를 중심으로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등 종이책의 유통 및 판매하는 회사들…
[1-2] 개인전자출판, ePOD 사업의 미래…..
지난 글 중략.. 지금까지 이미 디지털 컨텐츠 시장의 사업성에 대해 MP3의 사례를.. 그리고, 빠른 시장변화를 대처하지 못해 몰락한 홈 비디오 시장 사례를 예로 들어봤는데, 충분한 사업적 가능성과 함께 그 가능성을 살리지 못할경우,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 할 수 있으며 지금 현재 시점에서 비교적 단단하게 결집되어 있는 출판업계 중에 어느 한 곳이 ebook에 대한 개방적인 제스쳐를 취하는 순간.. 단단하게만 보였던 벽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
[...] 포맷과 디바이스는 표준화된 게 없다. 출판사와 유통사 간의 힘겨루기는 시끄러운 잡음을 내며 계속해서 진행형이다. 어쨌든 나는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