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아낀다고 ‘그린’ 데이터센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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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9일 지식경제부는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을 확보하겠다며, 미국 500개 데이터센터의 평균 전력사용효율(PUE) 값인 1.8과 국내 데이터센터 PUE의 상위 30% 수준을 목표로 했다.

PUE는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하는지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총 전력 중에 순수하게 컴퓨팅 장비에 의해 사용된 전력 비율을 따진다. 1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경제부가 추정한 국내 데이터센터의 평균 PUE 값은 2.3이다. 최우석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과 과장은 “우리나라 기후조건과 입지를 고려했을 때 1.8~2.0 PUE가 적당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라며 “오는 3분기까지 국내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총전력량과 IT 장비 전력량을 파악해 국내 데이터센터에 대한 PUE 값 실증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실증 조사 사업 결과에 따라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마크’를 수여할 계획이다. 최우석 과장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에 한해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마크’를 수여할 계획이다”라며 “국내의 경우 해외에 비해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그동안 데이터센터가 비효율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제도 도입을 통해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데이터센터. CC BY

지식경제부가 앞세운 ‘그린’ 앞에 국내 인터넷 데이터센터 사업체들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 IT 장비업체 관계자는 자사 고객 사례를 들며 “갑자기 평균 전력 사용량을 기존 대비 10% 떨어뜨리라는 말에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를 들었다”라며 “덕분에 진땀 빼고 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는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제에 대해 발표하면서 수도권 전력부하 밀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소재 데이터센터를 일반용 대비 3% 저렴한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대형 데이터센터 1곳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평균 4만Mwh으로 1천Mw급 원전 1기가 2일 동안 계속 발전해야 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강조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중 약 80%가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송전 손실, 지역 간 수급 불균형, 적정전압 유지곤란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고도 지적했다. 일반용 요금을 적용해 데이터센터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친환경’을 시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허나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또 다른 IT 장비업체 관계자는 “그린 데이터센터 구축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좋지만, 전력사용량을 줄인 데이터센터가 ‘그린’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좀 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지식경제부는 ISO가 PUE를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 측정 표준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들어 PUE값을 기준으로 그린데이터센터를 선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우석 과장은 “현재 그린 데이터센터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내 독립형 인터넷 데이터센터 84곳의 PUE값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수집된 PUE값을 통해 어느 정도로 최저선을 정하면 좋을지 알아보고 있으며, 적정 기준을 마련해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 마크를 수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PUE값으로 그린 데이터센터를 가늠한다는 내용 자체가 논란거리다. PUE는 에너지 효율성을 가늠하는 잣대 중 하나일 뿐, 그린데이터센터를 정하는 유일한 잣대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지식경제부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곳이 그린 데이터센터’라는 논리로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제’에 접근하는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실장은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과 관련 잠정 기준은 정해졌고, 현재 데이터센터 4곳에 적용해서 실질적인 수행이 가능한지를 따지고 있다”라며 “더그린그리드(TGG)나 에너지스타 기준을 기반으로 글로벌에 가장 가까운 기준을 만들어 국내 데이터센터에 접목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효근 실장은 또한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은 절전이 목표기 때문에 이 인증을 취득하면 자연스레 데이터센터를 절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엉뚱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발전기 사용을 통해 자체적으로 전력 사용을 줄이려는 업체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린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논의는 국내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선 2000년대부터 어떻게 하면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의 데이터센터는 그린 데이터센터의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이들 업체들의 PUE값은 1에 가깝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이들의 데이터센터가 PUE값이 1에 가까워서 그린 데이터센터라고 불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그린 데이터센터를 평가하는 기준은 없다. 200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었던 ITU-T SG5(환경과 기후 변화)에서 이상학 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이 그린 데이터센터를 위한 표준화 필요성을 발표해 표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PUE값 뿐만 아니라 그린빌딩 위원회(USGBC)의 그린빌딩 평가 기준인 LEED도 그린 데이터센터 평가 요소에 포함했다. LEED 평가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부지계획, 수자원 보호, 에너지와 환경, 재료와 자원의 절약, 실내 환경의 질 향상의 5개 부문과 가산항목인 혁신과 디자인을 주로 살펴본다.

해외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지을 것인가, 배전판과 UPS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서버와 스토리지 같은 장비는 무엇을 사용할 것인가, 냉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 자연스레 PUE값이 1에 가까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모를 낮추는 방법을 찾기 위한 IT 업체와 전문가들의 컨소시엄인 더그린그리드(TGG)는 “그린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에너지만 절약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데이터센터 내 인프라 유지에 들어가는 자원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서 동시에 똑같은 효율성을 얻을 수 있어야 그린 데이터센터라고 볼 수 있다”라고 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나연목‧목형수 교수가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정보통신)의 일환으로 수행한 ‘그린 컴퓨팅 실현을 위한 그린 IDC 표준과 인증체 추진방안’ 연구 보고서는 “PUE는 인프라 중심의 효율만을 표현하고 있고, 개별 IT 장비의 효율, 건물의 효율 등은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해 인프라 외에 기타 요인에 대한 인증 평가 항목을 단계적으로 추가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PUE값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효율적인 전력 사용은 파악할 수 있지만, 저전력 서버를 사용하고 있는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수급 받고 있는지, 탄소배출은 줄여나가고 있는지 등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TGG는 PUE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인프라 효율성을 알 수 있는 ‘DCiE’, 데이터센터의 작업 총량을 추적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분석할 수 있는 ’DCeP’, 에너지 재사용 효율성을 알 수 있는 ‘ERE’, 데이터센터의 지속 가능성과 탄소 사용 효율성을 알 수 있는 ’CUE’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은 제안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제를 준비하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도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린’의 의미를 너무 ‘에너지 절약’으로 한정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다가 데이터센터가 일정 전력 사용량을 넘어서면 한전에서 아예 전력을 차단하는 ‘전력 셧다운제’가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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