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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CES…”애플TV 기대만발”
by 도안구 | 2012. 01. 13

타국에 잠시 나와 있어도 반가운 것은 우리네 사람과 음식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거대한 부스와 그 부스를 찾는 거대한 인파들이 반가운 것은 사실입니다. 짧은 시간과 막히는 거리, 짜여진 일정 때문에 수박 겉핥기로 전세계 소비자가전쇼 2012 (CES 2012)에 잠시 다녀갑니다.

삼성전자가 전시 부스에 3가지 숨은그림을 숨겨놨다고 하는데 끝내 하나도 못 찾았습니다.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모든 걸 공개하기보다는 향후 선보일 서비스 혹은 제품 컨셉 같은 것을 미리 한두개 섞어서 전시 공간에 내보인다는군요. 제가 못 찾은 숨은그림은 오늘 내일 이곳에 남은 전문가 분들이 찾아내지 않을까 합니다. 미션 수행을 대행하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행사장에서 몇몇 국내 반가운 얼굴들과 산업 분야 전문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CES 2012를 통해 어떤 흐름들을 읽어내고 계신지 궁금했기에 짧게 짧게 만나봤습니다.

지란지교 오치영 대표는 컴덱스쇼부터 시작해서 CES 행사를 10여년 참여해 오고 있습니다. 소감을 잠깐 들어볼까요.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행사에 참여해 봤는데 최근 들어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행사장의 가장 메인 홀에서 그것도 가장 크게 부스를 차리고 엄청난 인파가 그 두 부스에 찾아오는 걸 보니 그렇습니다.”

오 대표가 인상깊게 본 건 무엇일까요. “지난 2010과 2011년 CES 행사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소녀시대의 콘텐츠를 과감하게 틀었죠. 그런데 재미난 건, 소니를 비롯한 일본기업들도 소녀시대 영상을 틀었었거든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또 부스를 돌아보면 소니 같은 일본 기업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이 화려하게 꾸미지 못합니다. 그만큼 기술의 차이가 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죠.”

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스마트TV가 몇 년 전부터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어보인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습니다. 스마트TV라고 불리긴 하지만 정말 스마트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죠. “아마도 스마트TV는 애플이 다시 한 번 제대로 보여줄 것 같습니다. 물론 최대 수혜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되겠죠.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는 못했지만 빠르게 1등을 뒤쫓아 가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1등을 바짝 따라가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물론 그는 “삼성전자가 혼자만 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부스를 돌아다니다보니 수많은 액세서리들이 전시돼 있는데 모두가 삼성 제품들이었다는 것이죠. 주문자생산방식(OEM) 형태긴 하겠지만 많은 국내 제조 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좀 더 열린 생태계를 마련해 주면 좋지 않겠냐는 얘기입니다. 오 대표는 마지막 날까지 더 둘러보고 미국 지란지교소프트 지사도 둘러보고 귀국할 예정입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참관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름과 사진 공개를 꺼려한 국내 모 케이블TV 업체 기술이사분의 견해도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셨습니다. 국내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통신사들의 방송시장 진출이라는 광폭 행보와 TV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들의 출현으로 인해 엔스크린 서비스 제공이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요즘엔 ‘채널을 날린다’는 표현을 씁니다. PC에서 주문형 비디오(VOD)를 보다가 가볍게 TV로 바로 던져버리거나 친구들에게 보내서 볼 수 있도록 ‘던지는’ 것입니다. 그만큼 네트워크 인프라가 탄탄해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죠. 스마트TV가 나와 있지만 여전히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안에 보여주는 콘텐츠의 배열이라든가 기능들이 여전히 복잡하고 많습니다. 간결해야 됩니다.” 이 분도 애플이 어떤 형태의 스마트TV를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최근 케이블TV 업체는 물론 통신사, 방송국 등이 모두 모바일 앱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당연히 N스크린 전략과 이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나 혹은 솔루션들이 필요한 것이죠. 그는 “엔스크린 관련 서비스가 없으면 이젠 사업을 아예 못하는 시대”라고 전했습니다.

또 하나는 리모콘 중심의 TV와 사람간 인터페이스가 많이 변하는 시대가 바로 코 앞에 다가와 있고 이런 것들이 이번 전시에 구현된 것도 특징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음성인식과 동작 인식 관련된 내용입니다. 물론 제가 보기엔 애플의 시리 등장 이후 다른 음성인식 기능이 제대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얼마나 빠른 시간안에 이를 따라 잡을지 두고볼 일입니다.  TV를 단순히 방송이나 영화 콘텐츠를 보는 데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체험의 열린 채널로 만들고 있는 동작인식도 앞으로 지켜볼 대목입니다.

지난 CES2011에서 통신사업자나 미디어 그룹, 케이블 사업자들이 N스크린을 구현할 수도록 비전과 전략을 소개했던 시스코가 이번에 그 구체화된 모습을 선보인 것도 흥미를 끕니다. 시스코는 B2B 기업 답게 철저히 고객과의 만남 위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듯 보였습니다. 키노트가 열린 베네치안 호텔의 방을 대거 빌려 자사 제품을 시연하고 고객들과 사업 미팅을 갖느라 모두들  정신이 없었습니다.

송영주 시스코코리아 상무는 “제조사와 통신사업자, 혹은 케이블 사업자가 최종 고객들의 다양한 단말기까지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우리는 그런 고객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라며 “전시 공간에는 다양한 최종 사용자들의 단말기가 지능화되고 성능이 향상돼 있지만 이런 단말기에서 제대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수많은 통합(인티그레이션) 작업이 필요한 만큼, 이런 뒷단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또 다른 전문가인 김승수 퀄컴코리아 전무는 “중국의 부상을 정말 눈여겨 봐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매년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데, 최근들어 아시아 사람들 중 70% 정도가 중국인일 정도라는 것이죠. 이는 전시에 참여한 중국 업체들이 한 층 전체를 빌려 놓은 것만 봐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는 “예전엔 한국인과 일본인이 대부분이었고 중국인들은 20% 정도였는데 최근 몇 년사이 많이 바뀌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신흥 시장들이 2015년까지 전세계 GDP의 50%를 차지한다고 하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있는만큼 눈여겨 보면서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는 뜻이겠지요.

또 다른 모바일 전문가가 전해주는 말도 귀 기울일 만 합니다. “모바일이 아마도 조만간 모든 조직의 프로세스와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겁니다.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매우 빠르게 변화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할 겁니다. 영어로는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말로는 아마도 천지개벽 정도일 겁니다. 그만큼 모바일은 개인들의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는 데 국한시키지 않고 산업화 시대의 기업 조직 자체를 모두 바꿔버릴 겁니다.” 각 산업군도 모바일이라는 실시간성이 결합되면서 사업 모델 자체와 서비스도 엄청난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도 잊지 않고 전해주셨습니다.

더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고 귀담아 들어야 할 것들이 많은 행사였습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흐름을 읽어내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많은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 행사였습니다. 전 이제 비행기를 타러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서울에 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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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닷넷 미디어랩장. 블로터TV와 소셜 분석, 전자책 등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원피스'의 해적들처럼 새로운 모험을 향해 출항했다. [트위터] @eyeball, [이메일] : eyebal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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