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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해적 막겠단 SOPA, 이용자 권리 잡겠네

2012.01.16

백악관이 최근 미국은 불법 저작물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의된 온라인 해적행위 방지법(SOPA)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밝혔다.

미 백악관 홈페이지는 우리나라로 치면 ‘신문고’ 페이지를 운영한다. 이 곳에는 SOPA를 반대한다는 글이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올라왔다. SOPA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는 제2의 SOPA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두 청원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우리는 새로운 사이버보안 문제를 야기하고 인터넷 구성을 방해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라며 “온라인 해적과 싸우려 노력하는 게 합법적인 온라인 감시를 만드는 결과를 낳거나 혁신을 막아서는 안 된다”라고 SOPA에 대한 반대 입장을 1월14일 밝혔다. 대통령이 의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 SOPA를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SOPA는 지난해 10월 발의됐다. 이 법안은 저작권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지적재산권법과는 별도로 만들어졌다. SOPA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검색 엔진 제공자, 인터넷 광고 서비스 업체, 결제 서비스 제공자가 법원의 명령을 받고 5일 내에 해적 사이트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을 막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4개 분야의 업체는 이용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도메인 이름, 도메인 이름이 있는 IP 주소도 차단해야 한다.

불법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저작권자가 가져갈 이익을 빼간다는 점에서 SOPA의 발의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이 법을 반대하는 형편이다.

SOPA를 지지하는 쪽은 나이키, 로레알, 로제타스톤, 포드, NBA, 소니 등 기업뿐 아니라 음악과 영화, TV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협회 등이 있다. 반대하는 쪽은 대체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소개하는 사업자들이다.

구글, 야후, 이베이, AOL, 모질라재단,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징가는 SOPA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지난해 11월 의회에 제출했다.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은 법안 반대를 알리기 위해 1월18일 웹사이트를 12시간 블랙아웃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가수 50센트, 미국도서관협회, 인권단체 등이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아도 SOPA를 반대하는 의미에서 블랙아웃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저작물을 다루는 곳부터 인권단체와 백악관까지 이 법안을 반대하고 일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자들은 SOPA가 마련한 해적 사이트 접속 차단 방법이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SOPA가 제안하는 사이트 차단 기술이 중국과 이란이 사용하는 기술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SOPA는 국내외 해적 사이트에 이용자가 접속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이 법이 발효되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미국에 있는 이용자가 해적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막고 이용자의 IP주소를 들여다보는 것을 허락받는다. IP주소를 들여다보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DPI(Deep Packet Inspection)라는 방화벽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DPI는 인터넷 정보전달 단위인 패킷을 분석해 특정 서비스에 대한 필터링, 차단, 감청 등이 가능한 기술이다. 국내에서 DPI 사용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지난해 이동통신사가 자사 이용자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 이용을 막기 위해 DPI를 사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된 사례도 있다. 저작물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막는 것이 인터넷 이용자의 사생활보다 높은 수준에 있는 셈이다.

‘해적 사이트’에 대한 범위도 문제로 남는다. 국내외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불법 행위로 간주한다. 여기에 저작권자가 자기의 권리를 어디까지 요구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이 법의 반대자는 SOPA를 ‘블랙리스트법’으로 부른다.

SOPA는 저작권자가 지목한 해적 사이트의 트래픽과 광고를 끊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저작권자와의 협의가 중요한 저작권법상 누구도 데스노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본 영화 ‘데스노트’의 웹서비스판이라고나 할까. 블로그 게시글 하나로 블로그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나올 것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닌 듯하다.

국내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에 맞춰 아이가 춤추는 동영상을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한 게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네이버 쪽에 게시물 차단을 요구한 일이 있다. 이 일은 송사로 번졌다. 해당 게시물 주인이 너무 과도한 처사라며 이 사건을 법원으로 가져갔는데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SOP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저작권자가 과도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면, 이용자들이 인터넷 활동을 소극적으로 하는 건 뻔히 예상되는 일이다.

국내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불법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법 103조의2, 104조, 133조의2를 통해 법원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복제물의 삭제, 접근 차단, 특정 계정 해지를 명령, 요구, 권고하도록 한다. 미국은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저작권자가 불법으로 판단한 게시물뿐 아니라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SOPA를 발의한 라마 스미스 공화당 의원은 DNS에 관한 조항은 검토하겠다고 1월12일 밝혔다.

이미지출처: SOPA 반대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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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A가 발효됐을 때의 문제점을 소개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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