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우림 노래 ‘일탈’ 중에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가 지루한 나머지 뭐 화끈한 일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는 가사가 나온다. 노래는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할 지,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할 지 고민하다가 결국 ‘야이야이야이야이야’를 외치면서 끝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 점심 먹고, 야근하고, 퇴근하는 우리네 직장인들도 쳇바퀴 굴러가듯 지나가는 하루에 답답함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뭔가 벗어나고 싶지만 입에 풀칠은 해야겠기에 마음을 다잡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직장 상사 얼굴에 사표를 던지는 일은 드라마로 만족한다.
그러나 여기 생각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다. 취미활동과 특기를 살려 탈출구를 찾은 이들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본인이 즐기면서 일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스트레스도 해소하면서 자기 자신도 계발할 수 있는 법울 터득한 멋진 직장인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특히 손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첨단 기기를 놓지 않을 것만 같은 IT 관계자들의 취미생활을 주목했다. 오덕군자 같은 취미생활을 가졌을 거란 편견은 버리길 바란다. 마라톤과 등산을 비롯한 운동부터 시작해서 전문가 뺨치는 와인 주조를 즐기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의 취미를 가진 이들이 모였다.
첫 주인공으로 1989년 직장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23년차를 맞은 김동욱 델코리아 솔루션사업본부 이사의 취미활동을 엿보았다. 그는 2010년 한 해에만 총 7번의 마라톤 대회와 2번의 아이언맨 코스를 포함한 5번의 철인3종경기, 1번의 10km 수영대회에 참여한 ‘철인3종 경기 마니아’다. 그가 2010년 한 해 동안 뛴 거리는 수영으로 18.8km, 마라톤으로 337.6km, 사이클로 530.4km, 총 868.8km에 이른다. 서울-부산 왕복은 거뜬한 해낸 셈이다.
철인3종 경기란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한 사람이 연속해서 시간 내 완주하는 경기다. 경기 종목에 따라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을 17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아이언맨 코스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5km를 4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올림픽코스로 나뉜다. 신장, 체중,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실례인줄 알면서도 첫 만남에 자연스레 시선이 몸으로 갔다. 수영, 마라톤, 사이클을 완주할 체력이면 초콜릿 복근은 못 볼지라도 우람한 팔 근육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하얀 얼굴과 날렵한 체구만 마주했다. “수영과 마라톤, 사이클은 모두 다 유산소 운동입니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무산소 운동이지요,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김동욱 이사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게다가 겨울은 철인3종 경기 시즌이 아니다”라며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되는 4월에서 10월 사이에는 매달 한 번 이상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온몸이 새까맣게 변한다”라고 말했다.
여름철에는 이로 인한 웃지 못 할 일도 경험했다. “목욕탕에 갔더니 사람들이 ‘휴가로 괌 다녀온 거 티내지 말라’고 타박을 주더군요.” 김동욱 이사는 “그나마 지금은 날이 추워 실내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피부도 제 색을 찾아 오해하는 분이 없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철인3종 경기는 어렵지는 않지만 누구나 편하게 도전할 수 운동은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과 상당한 지구력,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한 사람이 연속해서 시간 내 완주하기란 쉽지 않다. 김동욱 이사도 처음부터 철인3종 경기를 마음에 품고 수영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2007년 벽두였어요. 남들은 다 새해 소망으로 무엇을 정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무료함이 찾아왔어요. 딱히 하는 일에 불만도 없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만 갑자기 정체된 느낌이 들더군요. 이 정체된 느낌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를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떠올린 게 새벽 수영이었죠.”
이전까지 맥주병으로 잘 버텨온 그였다. 그런 그가 새벽 수영을 선택한 것은 밤새 일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습관에서 벗어나 사라진 아침 시간을 다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활력을 되찾을거라 믿었다. 이후 아침마다 졸음을 참고, 추위를 참고 일어나야 하는 고난의 시간이 이어졌다. “정말이지, 어떤 날엔 아침에 너무 일어나기 싫어서 알람소리에 눈물을 흘렸을 정도에요.”
힘겹게 3개월을 버티고, 몸이 적응하면서 회사 생활에 활기가 돌자 김동욱 이사는 슬슬 수영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동호회 가입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수영을 더 잘하기 위해 공부했다.
“때맞춰 동호회에서 9월에 아마추어 수영대회가 열리는데 함께 나가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수영한지 9개월, 결코 긴 연습시간은 아니지만 제 자신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실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김동욱 이사는 이 대회에서 비록 꼴찌를 했지만 이 때 느낀 성취감만큼은 잊을 수 없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일정한 시점에서 정체성을 고민하기 마련인데, 자신은 대회 출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 그 벽을 넘어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성취감은 하나의 시발점이 돼서 그가 마라톤, 사이클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수영을 시작한지 11개월 만에 김동욱 이사는 마라톤을 시작했다. 시작은 10km. 이듬해 3월에는 동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6개월만엔 42.195km를 완주했다. 1년 만에 변화된 스스로의 모습에 김동욱 이사는 더 큰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사이클에 도전하면서 철인3종 경기 참여를 목표로 연습했다.
하지만 철인3종 경기는 만만치 않았다. 실내에서 하는 경기와 다르기 때문에 부상을 입기 일쑤였다. 김동욱 이사는 “철인3종 경기는 그야말로 전투 수영, 전투 마라톤, 전투 사이클이라고 상상하면 된다”라며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수백명의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서로 부딪히느라 팔꿈치와 허벅지에 멍이 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김동욱 이사는 운동 경력 4년차에 접어든다. 지인들은 김동욱 이사의 변화를 벌써 눈치챘다. 비교적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던 그가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증언했다.
사실 직장인이 꾸준히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기란 어렵다. 김동욱 이사는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었던 비결로 ‘효과’를 꼽았다. 운동 효과와 주위 변화를 직접 체감하니, 마치 칭찬에 중독된 것처럼 그만둘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김동욱 이사는 “수영과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사이클까지 도전하면서 이제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샘솟았다”라며 “이렇게 얻은 자신감을 앞으로는 동료와 고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김동욱 이사가 고백했다. “운동만 열심히 하느라 막상 일은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기도 한데요. 철인3종 경기 자체가 한 가지만 잘해서는 되지 않고 수영, 자전거, 마라톤 3가지 종목을 체력을 적절히 분배해야 완주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이 점을 고객사를 대할 때도 염두하고 실천하는 중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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