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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핍박의 시대, 위대한 게임 읽기

2012.01.27

인터넷 게임 중독이 지능을 떨어뜨린다는 기사가 보수 일간지 1면에 떴다. 이 신문은 이튿날에도 게임업계를 비난하는 사설을 실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셧다운제가 시작됐고, 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게임 개발자는 게임을 즐기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게 됐다. 지금은 그런 시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위대한 게임’이란 게 있기나 한 걸까. 숨어서 몰래 하는 게 게임이 돼버린 마당에 게임에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일이 민망하다. 제대로 된 문화와 산업으로 인정받기 직전 거치는 부침으로 생각하기엔 골이 너무 깊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이 있다. 게임을 개발하는 이들의 노력이다. ‘언차티드2’의 목표는 ‘플레이할 수 있는 여름 블록버스터’였고, ‘팜빌’은 개발 과정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갖다 썼다.

결국 언차티드 시리즈는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을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게임이 됐다. 징가의 ‘팜빌’은 전세계 인구 중 1%가 즐기는 가장 성공한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중 하나다. 개발자의 노력이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가 문화가 되는 과정을 게임의 성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위대한 게임의 탄생’은 바로 이런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게임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디자인, 서비스하는 단계까지 잘된 점과 잘 안된 점을 개발자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게임 개발자를 위한 ‘실전교본’인 셈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하프라이프2’, ‘언차티드2’, ‘월드오브구’, ‘팜빌’ 등 게임 마니아가 아니어도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게임을 사후 사례연구(포스트 모템) 방식을 통해 게임개발 이야기 한 보따리를 플어놓았다. 게임 개발 과정의 빛과 그림자를 스스로 밝히는 개발자의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다.

책이 전하는 게임개발 후일담은 전문적인 개발 영역에 집중돼 있다. ‘언차티드2’ 사례 연구에서는 멀티플레이를 추가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고, ‘하프라이프2’ 개발자는 SF 괴물과 무기 종류가 전작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소개했다.

‘위대한 게임의 탄생’을 통해 유명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의 몇 가지 공통점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어떤 게임을 어떻게 개발하고 있다는 분명한 목표의식과 자신감이다. ‘위대한 게임의 탄생’은 게임 개발자가 갖춰야 할 자신감 덕목부터 그래픽 디자인과 게임개발 언어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초보 게임 개발자와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위한 충실한 교본이다.

다시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보자. 한국을 온라인게임 강국이라 일컫는다. 지표도 괜찮다. 국내 게임 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영어권 나라까지 수출길도 훤하다. 한국 게임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게임을 유독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과 맞물린 아이러니다. 국내 게임 개발자가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자신 있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라는 ‘언차티드2’의 개발 목표에서 알 수 있듯, 게임은 대화형 엔터테인먼트다. 게임과 게임을 규제하는 이들과 즐기는 이들이 대화하지 못한다면, 게임이 문화로 인정받는 날은 소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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