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IT·SNS 기반 기부 플랫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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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가진 분이 적게 가진 분에게,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시혜성으로 주는 게 아니라, 수직적인 게 아니라 수평적인 것이 올바른 나눔의 균형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을 출연한 공익재단 ‘안철수재단'(가칭) 설립 계획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월6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14일 안철수연구소 직원에게 e메일로 약속한 내용을 지키는 첫 걸음인 셈이다.

안철수재단이라는 이름은 가칭이며, 2월6일부터 16일까지 임시 웹사이트(http://www.ahnfoundation.org)에서 공모를 진행해 이름을 확정할 계획이다. 서류 절차는 재단 이름이 정해진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이름도 없지만, 재단 운영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 안철수 원장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재단을 비영리 기부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으로 윤곽을 잡았다. 안철수 원장의 전공인 IT를 재단 운영의 바탕으로 둔 셈이다.

안철수 원장은 “기부에 관심을 가진 지는 오래 됐으며, IT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보니 해외에서의 동향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라며 “3, 4년 전 IT 쪽에 소셜네트워크가 등장하며 첨단 기술을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접목하고 도입해 굉장히 많은 성과를 거두는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은 아직도 기부문화와 첨단 IT와 소셜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접목되는 쪽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재단을 기부플랫폼으로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앞으로 진행 단계와 사업 구상을 살펴보자. 일단, 이달 내로 재단 설립을 위한 서류 절차를 마무리하면 재단은 ▲일자리 창출 기여와 ▲교육 지원 ▲세대간 재능 기부 3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일자리 창출 기여는 사회적기업 창업자를 선발해 일정기간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대하거나 컨설팅과 교육을 통해 창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기업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된다.

교육 지원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의 자녀를 대상으로 사업으로 구체적인 방식은 계획 중에 있다. 세대간 재능 기부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마련된다. 이 사업은 노년층은 젊은이에게 경험을 나누고 젊은이는 재능을 기부해 소통이 단절된 세대간의 격차를 풀고 싶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이 중 먼저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안철수 원장이 참고한 기부 플랫폼은 코지즈(http://www.causes.com)와 키바(http://www.kiva.org)이다. 키바와 코지즈는 설립된 지 100년이 넘는 사회활동 단체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국내에 이와 비슷한 사이트로는 사회단체 활동에 대한 후원 사이트 ‘소셜펀치’가 있다.

이 중 키바는 미국의 비영리 마이크로파이낸싱 사이트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곳에 자기가 필요한 사항을 직접 올린다. 이를 보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도울 수 있는 만큼 돈을 대출해주는 식으로 기부한다. 키바에서 기부 받은 사람은 얼굴도 모를 사람에게 받은 돈을 되갚는다. 안철수 원장은 “키바는 1달러를 기부하면 8번 순환하여 8달러를 기부한 효과가 있는 곳”이라며 “키바의 일일 방문객은 적십자사의 하루 방문자보다 많다”라고 말했다.

또한 “키바는 사람들의 신용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고 돈으로 상환받는 돈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재단은 희망을 담보로 기회를 대출하고 가치로 돌려받는 가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안철수 원장은 다짐했다.

안철수 원장은 두 사이트를 참고하며 수평적인 기부 문화 조성에 주목한 눈치이다. 구체적인 사업부문과 운영방식을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혜자가 적극적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양방향적이고 수평적인 나눔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재단쪽은 설명을 보탰다.

재단은 서류 작업과 운영위원을 꾸리기 전 이사진을 먼저 구성했다. 이사장은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고문이 맡으며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와 김영 사이넥스 대표, 윤연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재단 이사로 참여한다. 공식 출범은 서류작업이 끝나는 4월께 진행될 예정이며, 안철수 원장이 보유한 주식 처분은 이달 중으로 이뤄져 재단 사무실도 곧 마련될 계획이다. 당분간 재단은 안철수연구소 사회공헌팀의 사무 공간을 빌려 쓰게 된다.

안철수 원장은 2014년께 재단을 공익법인에서 성실공익법인으로 전환해 재단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성실공익법인은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고 출연자나 특수 관계자가 이사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공익법인을 말한다.

한편, 안철수 원장은 박원순 시장과 사전 협의를 거친 것 아니느냐는 질문에 “사전 교류는 없었다”라며 “나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을 하는 게 좋을지 평생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봐주길 바란다”라며 재단 설립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