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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게임 2시간 이용하면 접속 차단”

2012.02.06

설상가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쓴다. 게임업계 위에 눈이 쌓이듯 정부의 규제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광부(문화부)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여성가족부(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도 모자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쿨링오프제’까지 더해졌다.

교과부는 2월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기획재정부와 여성부, 문화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관련 정부부처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7가지 대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교과부는 교권 강화와 학교폭력 신고체계 개선 사항을 담은 직접적인 해결책 4가지와 교육 전반에 걸친 인성교육을 강화하거나 사회의 교육 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근본적인 문제해결방안 3가지를 학교폭력 근절 대책으로 수립해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게임 속 가상현실이 폭력성 부추겨”

이날 교과부가 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내용 중 집중해야 하는 내용은 7번째 근본대책으로 발표된 정책이다. 교과부는 이날 장관회의에서 청소년 게임 이용에 대해 쿨링오프제를 카드로 들고 나왔다.

쿨링오프제도는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이용하면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다. 장시간 게임을 이용할 경우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돼 결국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교과부의 발상이 담겨 있다.

교과부의 쿨링오프제가 적용되면 게이머는 게임을 시작한 이후 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게임 접속이 끊긴다. 게임이 종료된 후 10분이 지난 후 1회에 한해 다시 접속할 수 있다. 셧다운제가 게이머의 나이를 분류해 규제한다는 조치라면, 쿨링오프제는 하루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교과부는 이날 장관회의에서 “게임과 인터넷의 가상현실 잔혹성이 학생들의 폭력성을 부추기지 않고, 게임과 인터넷 중독으로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예방교육 치유활동을 강화해 나갈 예정”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쿨링오프제 이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 진행수준이 떨어지는 시스템을 함께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이 부모의 명의를 훔쳐쓰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핀 사용을 확대하고, 게임물에 대한 청소년 유해성 심사를 강화하는 게임물등급분류제도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게임산업계가 청소년 게임중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있도록 청소년 게임중독 치료, 소외계층 등을 돕기 위한 민간자금 출연을 확대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청소년의 PC방 이용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을 어기는 업주의 벌칙규정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함께 대책으로 내놨다.

교과부의 ‘엇나간 화살’

교과부가 이날 발표한 내용을 보면, 청소년의 인성 교육과 힘을 잃은 교권 등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인은 교과부가 지목한 학교폭력의 실질적 원인이 아니다. 교과부가 지목한 학교폭력의 유일한 용의자는 게임이다.

교과부는 이날 장관회의에서 “인터넷과 게임 등을 통해 폭력적 유해 영상을 많이 접하게 됨에 따라 청소년들의 폭력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고 있다”라며 “그간 인터넷과 게임에 대해서는 경제적·산업적 관점을 중시하고 교육적 시각에서 심의하거나 규제해 유해성을 자율 자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게임업계의 자율 자정노력이 약해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는 억울하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의 원인이라는 화살이 게임을 향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학교폭력의 원인이 게임이라는 근거를 우선 제시해야 한다”라며 “구체적인 근거 없이 우선 지목하고 보는 식”이라고 말했다. 게임 산업이 무조건 나쁜 산업으로 매도된 까닭이다.

교과부의 이 같은 무리수는 지난 2011년 12월 발생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자살한 학생을 괴롭힌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게임 캐릭터를 키우라는 등 가혹행위를 시켰다는 내용이 발단이 됐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학교폭력과 관련한 사건이 끊이지 않자 교과부가 재빨리 원인을 지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가장 가까이 있던 원인이 바로 게임이었을 뿐이다. 게임은 불안한 교육현장 시국에 휘말린 피해자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규제 일원화를 이루지는 못할망정 세 정부 부처가 게임을 규제하기 위해 경쟁하는 꼴이 됐다”라고 말했다. 문화부와 여성부, 교과부의 게임 삼중 규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다.

교과부의 게임 쿨링오프제는 입법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실행될 예정이다. 입법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우선 게임에 대한 중복규제인 만큼 위헌 여부가 갈릴 수 있다. 현재 게임에는 선택적 셧다운제와 강제적 셧다운제가 이미 적용됐다. 쿨링오프제도는 세 번째 게임 규제 방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최소규제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쿨링오프제는 최소 침해 원칙을 벗어나 위헌의 가능성이 있다”라며 “행정학적으로는 국가 자원의 낭비고, 법적으로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효성 문제도 입법 과정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규제는 정해졌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는 것도 위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셧다운제 도입 때 말이 많았던 청소년 기본권과 부모의 자율적 자녀 통제권도 침해받을 수 있다.

황슴흠 교수는 “전두환 정권 때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는 목표 아래 사회정화 차원에서 만화영화 ‘마징가제트’를 방영하지 못하도록 한 적이 있다”라며 “이는 인기 없는 정권이 정권 말기에 쓰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쿨링오프제는 아이를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홍보하는 규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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