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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에 비친 뭔가 어색한 디지털 세상
by 기쁘미 | 2009. 01. 04

지구촌 플레이어를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은 지구를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과 똑같습니다. 첫째, 분해하지 마십시오. 둘째 고온의 장소에 보관하지 마십시오. 셋째,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지구를 만들어 낸 하나님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지구를 함부로 집어 던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지구를 어린아이들 손 닿는 곳에 놓아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분명 지구를 파멸시키고 말 것입니다.”

김중혁씨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에 실린 단편매뉴얼 제너레이션에 나오는 내용중 일부다.

소설의 주인공은 매뉴얼 제작을 대행하는 회사 대표인데 어느날 음악 플레이어 매뉴얼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고민끝에 위의 문장을 시작으로 써내려간다.

주인공이 쓴 글은 한눈에 봐도 우리가 알던 매뉴얼과는 한참 다르다. 딱딱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수필에서나 볼 수 있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이쯤되면 매뉴얼도읽는 맛이 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주인공이 매뉴얼을 어떻게 쓸지를 놓고 나름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의뢰인과 혼이 담긴 매뉴얼을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는 대목에서는 매뉴얼이 마치 문학의 한 장르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읽는 이의 가슴에 울림을 주는 매뉴얼을 그냥 사용 설명서로 부른다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런지

책속의 주인공은 일상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스타일이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매뉴얼에 철학이 왠말인가? 매뉴얼이 매뉴얼다워야 매뉴얼이지.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은 이들에게 매뉴얼은 그저 있으면 되는 사용설명서일 뿐이다. 더 이상의 존재감은 없어 보인다.

고정관념을 벗어날 수록 충격파는 크다 했던가. 필자는 주인공이 쓴 파격적인 매뉴얼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연하다 생각해왔던매뉴얼다움에 태클 한번걸고 싶어졌다.

급기야오버액션소리 들을만한 질문까지 던지고 말았다. 매뉴얼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매뉴얼은 원래부터 딱딱하고 알듯말듯하게 쓰여져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난 것일까? 주변에 가득찬 매뉴얼들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고백하면 필자는 나이에 비해 하드웨어를 잘 다룰 줄 모른다.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 나면 어떻게 쓰는 건지 몰라 막막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한다는 매뉴얼을 봐도 헷갈릴때가 많다. 몇번을 봐도 이해가 안될 때는 (행동으로 옮긴적은 없지만) 솔직히 제품을 부셔버리고 싶어진다. 이런게 몇번 반복되다보니 필자는 매뉴얼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 필자와 매뉴얼은 심하게 불편한 관계다.

매뉴얼을 잘 이해못한다는 것을 내놓고 말하기가 민망한 세상이다. “모두가 내탓이오하는게 차라리 속편하다. 필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많은 이들도 불친절한 매뉴얼과 만날때면 그저 속으로만 끙끙대지 않을까 싶다. 남들이 알면 놀릴테니까. “그것도 몰라?” 하면서.

그런데, 매뉴얼 이해못하는게 정말이지 읽는 사람의 잘못일까? 매뉴얼 만드는 사람이 필자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줘야 하는것 아닌가? 그게 매뉴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알파요, 오메가가 아닐까?

매뉴얼 제너레이션의 주인공처럼은 아니더라도 새로산 하드웨어 만지는데 부담느끼는 사용자들이 봐도, 이런 거구나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그래야 매뉴얼다운 것 아닌가.

의도한 것은 아닌데 글을 쓰다보니 갑자기 매뉴얼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된 듯 하다. 그래도 내친김에 할말 좀 더 해야겠다. 매뉴얼은 제품과 사용자를 이어주는 소통의 창구다. 그런만큼 매뉴얼은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절반의 사용자와만 대화할 수 있는 매뉴얼은 50% 부족하다. ‘함량미달매뉴얼이다. 필자의 눈에는 이런 매뉴얼들이 꽤 많아 보인다.

비단 매뉴얼뿐일까? 화려한 디자인의 웹사이트들도 종종 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쉽게 파악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하기만 할 뿐 쓰는사람이 배려받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런 사이트 만들어놓고 흐뭇해하는 이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줘야할까? 필자라면엉뚱한데 돈썼다는 것외에는 해줄 말이 없다.

결국 인터페이스 문제다. 매뉴얼은 제품과 사용자를 이어주는 하나의 인터페이스고 웹디자인 역시 사용자와 웹사이트간 인터페이스다.

인터페이스의 본질은 화려함이 아니다. 난해함은 더더욱 아니다. 핵심은 사용자 편의성이다. 사용자와 쉽게 通할 수 있어야 제대로된 인터페이스다. 이런 인터페이스는 단기간 몰아치기로 뚝딱 만들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랬다면 필자가 이 글을 쓸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좋은 인터페이스는 창조성이과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런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파괴적이다. 나름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란 소리를 듣는 애플 아이폰은 나오자마자 세계 휴대폰 시장을 단숨에 뒤흔들었다. 인터페이스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한번 통한 사이는 오래간다고 했다. 인터페이스가 제품과 사용자가 통하는 것을 의미하고 기업은 성장을 추구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인터페이스와 기업간 함수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 사용자와 통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승카드다.

필자도 이제 개인적으로 뭔가 통하는 인터페이스-우선 매뉴얼부터-와 만나고 싶다. 그게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냄새는 좀 풍길것 같다.

이글은 외부에 기고한 글을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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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s to "매뉴얼에 비친 뭔가 어색한 디지털 세상"

메뉴얼이라는 것은 오직 사실을 사실만을 설명하도록 교육받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가끔 난해할 수는 있지만 항상 사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개체삽입”이라는 기능에 대해서 설명할때,
메뉴얼에서는 대단히 친절하게 “개체를 삽입하는 기능입니다”
라고 설명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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