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들이 대표 작가의 저서를 모아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으로 내놓을 모양이다.
새움출판사는 김진명 작가, 열린책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위즈덤하우스는 허영만 화백, 푸른숲은 한비야 오지여행가와 출판한 책을 모아 하나의 앱으로 개발하고 있다. 단권을 앱으로 출시하던 데에서 한 발 나아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앱내부결제 방식을 도입하고, 유통사가 내놓는 앱처럼 책장 기능도 갖춘 어엿한 유통 플랫폼이다. 가격은 대체로 시중에 판매되는 EPUB 전자책 수준에서 책정할 예정이라고 출판사들은 밝혔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새움출판사이다. 새움출판사는 김진명 작가 앱을 준비하며 작가가 1993년 출간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1026’, ‘몽유도원’, ‘최후의 경전’, ‘황태자비 납치사건’, ‘하늘이여 땅이여’, ‘천년의 금서’, ‘카지노’, ‘신의 죽음’, ‘고구려’를 앱 하나에 모았다. 작품당 판매 가격은 확정하지 않았으나, 시중에 전자책으로 판매되는 수준과 비슷하게 책정할 것이라고 새움출판사는 밝혔다.

새움출판사는 그동안 앱을 출시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첫 앱을 김진명 작가 앱으로 기획해 올 1월 내놓기로 했다. 현재는 출시 시기가 미뤄져 주원규 작가의 ‘천하무적 불량야구단’이 새움출판사가 내놓는 첫 앱이 될 예정이다.
김진명 작가 앱을 출시하는 것은 새움출판사로서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다. 김진명 작가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1993년 발표하고 20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에서 이미 팔릴 만큼 팔렸다고 볼 수 있는 책을 새삼 앱으로 출시해 투자비용 대비 이익을 거두는 게 가능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새움출판사는 “김진명 작가 앱은 새로운 시도이고 큰 프로젝트”라며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해외 시장 진출”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수익창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새움출판사는 김진명 작가의 작품을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작가의 저서를 모아서 내겠다는 곳도 있다. 열린책들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과 ‘카산드라’를 앱 하나로 묶어 내기로 했다. 작가 앱이라지만 두 권뿐인 건, 전송권 계약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어판으로 된 작가 앱을 가지고 있는데 열린책들이 앱을 내놓으면 한국어판 공식 앱이 탄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책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앱을 제작을 외주 업체에 앱 개발을 의뢰한 단계이며 곧 국내 앱스토어에 우선 출시할 계획이다. 새움출판사는 해외 시장 확보를 목표로 작가앱을 출시하는 반면, 열린책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앱을 해외 앱스토어에 출시할지를 확정하진 않았다.
위즈덤하우스는 허영만 화백의 ‘꼴’을 앱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위즈덤하우스는 새움출판사나 열린책들과 달리 ‘작가 앱’이나 ‘전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생각은 없다. 허영만 화백은 ‘꼴’과 ‘부자사전’은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냈으나 ‘식객’은 김영사와 내놓았다. 그 외에도 허영만 화백의 작품 판권을 가진 여러 곳이 있다. 위즈덤하우스는 일단 ‘꼴’이라는 이름으로 앱을 출시한 뒤 전송권을 확보한 ‘부자사전’ 출시를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다.
‘닥치고 정치’를 내놓고 앱으로 짭짤한 이익을 낸 푸른숲도 작가앱 출시 대열에 낀다. 푸른숲은 오지여행가 한비야씨가 그간 출간한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을 모은 앱을 기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개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이다.
이처럼 출판사의 작가앱 출시 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출판사는 앱 출시를 통해 독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을 취한다고 볼 수 있겠다.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봄 직한 작가 앱을 출시해 온·오프라인 서점을 찾지 않는 독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매출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매출을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전송권을 확보했다면 굳이 시장을 국내외로 구분하지 않는 모습이 시선을 끄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한편으로는 출판사가 인기 작가를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략은 출판사들이 EPUB 전자책 유통에 대한 한계를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갓 성장하는 단계이기는 하나, EPUB 전자책 서점은 일단 독자를 국내 소비자로 한정하고 있다. HTML5를 지원하는 EPUB3.0이 지난해 발표됐지만, 국내에 마땅한 저작도구가 없고 EPUB3.0을 지원하는 전자책 뷰어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출판사가 EPUB만 바라보기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도서 앱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북잼은 출판사가 앱 출시에 힘을 쏟는 배경에 대해 “모바일 앱은 출판사가 유통사를 통하지 않고 자체 프로모션할 수 있는 채널”이라고 말했다.
새움출판사와 열린책들, 위즈덤하우스, 푸른숲의 작가앱은 이르면 2월 안에 출시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는 개발사 대신 자사 이름으로 작가 앱을 앱스토어에 등록할 계획이다. 앞으로 앱 서비스를 확장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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