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식 ‘완소 저작권’ 공동 캠페인이 근본 처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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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포털 7개사로 꾸려진 ‘포털자율규제협의회’가 출범 보름여 만에 첫 활동을 시작한다. 법무부와 손잡고 인터넷 정화 작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포털자율규제협의회 소속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NHN, KTH, 프리챌, 하나로드림 등 7개사는 1월7일 법무부와 ‘건강한 인터넷 문화 만들기 협약’을 맺는다.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리는 협약식에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김진수 야후코리아 대표, 주형철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최휘영 NHN 대표, 권은희 KTH 상무(대리 참석), 손창욱 프리챌 대표, 김남영 하나로드림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협약에 따라 법무부와 7곳 포털은 우선 1월말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저작권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Let’s Clean Up! 캠페인’을 공동 진행한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돕는 것이 뼈대다.

그 배경에는 뜻하지 않게 범법자로 몰린 청소년들의 눈물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일부 저작권자와 법무법인들의 과도한 사법 대응으로 저작권법 위반 청소년들은 범법자로 몰릴 불안함과 경제적 부담이란 이중고를 겪는 상태다.

‘교육’으로 청소년을 범법자 수렁에서 건져낸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저작권자나 법무법인은 저작권이 걸린 음원을 무심코 온라인으로 유통한 청소년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법자로 내몰리는 대신 100만원에 합의하자”고 요구하는 식이다. 이들은 심지어 합의금을 멋대로 올리거나 깎아주는 식의 ‘흥정’도 마다않는다. ‘파일공유(웹하드, P2P) 음란물, 저작권 단속 관련 대책토론 카페‘에서는 저작권 사범으로 몰린 청소년들의 ‘고백’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아예 공유사이트를 없애지 않는 이상 저작권 위반은 함정수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파일공유 절대 하지 마세요. 저는 사건 이후 P2P 방식 사이트엔 접속조차 안 했어요.”, “몰라서 공유된 게 법적 소송이 걸렸다는 분이 대다수일 텐데, 일단 잘못 저지른 건 맞습니다.”, “사전 경고 한마디 없이 바로 이딴 식으로 하다니….”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한 일부 청소년 이용자들은 심리적 충격에 따라 아예 인터넷 저작물 이용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이용자들의 저작물 이용 의욕을 꺾어 합법적 저작물 이용과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청소년 저작권 사범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사건은 2004~2006년 매년 1만여건 수준에 머물렀으나, 2007년 2만5027건에서 2008년에는 1월~11월 7만8757건으로 급증했다.

저작권법 위반사례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이 2008년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자. 저작권법 위반으로 입건된 피해자는 2005년 1만2961명에서 2007년 2만1654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2005·2006년 각각 12건·8건이던 저작권법 위반 고소 사례가 2007년 222건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위반 사례도 최근 3년간 각각 14배·8.6배나 늘었다. 이 가운데는 저작권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위법 사례도 적잖다.

ipo

이같은 병폐를 막고자 법무부와 문광부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저작권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제’를 시행해 왔다.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범법자로 내몰릴 청소년들을 사법처리하는 대신 저작권법 관련 교육을 받도록 하는 조치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모두 3차례에 걸쳐 100여명이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형사 처벌을 유예받았다.

아직도 적잖은 청소년들이 죄의식 없이 저작권법 보호 대상 저작물을 인터넷으로 돌려보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저작권 사냥꾼’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청소년들이 이처럼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돕는 것이 캠페인 진행 목적이다.

법무부와 7곳 포털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들의 저작권 준수 의식을 제고하고, 경미한 저작권 위반 청소년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함께 기울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포털 사업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저작권법의 기본 상식을 알려주고 ▲불법 저작물을 자진 삭제토록 유도하고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인터넷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캠페인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캠페인 슬로건, 캐릭터, 로고, 로고송, 동영상 등을 제공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정책 지원도 덧붙인다. “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저작권법을 위반한 청소년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도 수립해 시행하는 한편, 1월중 청소년 저작권 위반사범 처리에 대한 대책을 확정해 일선에 사건처리 기준 등도 시달할 예정”이라고 법무부쪽은 말했다.

합리적 공유·소통 위한 근본 대책이 먼저

하지만 이런 노력과 별개로 온라인상에서 이용자의 ‘공정이용’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법적 판단에 앞서 정부 기관의 명령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가 게시물을 임의 삭제할 수 있도록 바뀐다. 포털도 모니터링 의무가 강화되므로 필요 이상으로 몸을 사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고스란히 인터넷 통제로 이어진다. 저작권법 준수 의식을 고취하는 한편에선 또다른 검열의 칼이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정보공유연대 등 시민단체가 “특정인이 문화적 생산물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문화적 생산물을 함께 공유하고 향유하는 것이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털자율규제협의회와 법무부의 저작권 준수 캠페인과 별도로, 문화사회연구소와 정보공유연대는 저작권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을 소개하는 강좌를 1월 한 달동안 진행한다. 1월7일부터 28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문화연대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강좌에선 법무부-포털식 캠페인과 다른 시각에서 저작권과 이용권을 지키고, 누리고,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을 공유할 전망이다.

물어볼 때다. 저작권과 이용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온라인 생태계를 만들 방법은 무엇인가. 청소년들이 범법자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근본 방안은 캠페인과 홍보인가, 아니면 범법의 울타리 자체를 줄여주는 제도적 토양인가. 수렁은 그대로 두고 주변에 안내판과 울타리를 치느니, 수렁 자체를 단단한 흙으로 메우는 게 낫다. 법무부와 포털의 공동 캠페인을 순수하게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덧>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12월5일 대표 발의해 12월31일 국회에 회부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물의 보호와 공정이용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데 보다 무게를 뒀다. 이 개정안에서 신설된 조항 가운데 하나는 (청소년이 무지로 인해) ‘침해한 권리의 소매가격이 총 100만원 이하일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무지로 인한 청소년의 음악파일 복사 등과 같은 저작재산권의 침해에 대하여 현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그 처벌이 과도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차별성이 결여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처벌규정이 재산권인 점을 고려하여 침해금액을 기준삼아 침해한 권리의 총 소매가격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하도록 함(안 제136조 제1항 단서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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