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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배우는데 백발이 뭔 상관이야"

2006.11.27

"직접 느껴보니, 노인들이 컴퓨터 배우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인 것 같습니다. 첫째 나이가 많아서, 둘째 배워서 뭐하냐는 생각에서, 셋째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입니다.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욕과 노력만 있으면,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컴퓨터를 배우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김만춘(79)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청중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김만춘 할아버지는 몇 번의 실패 끝에 노인정보화교육 강사 자격증을 딴 ‘백발의 정보화기수’다. 김 할아버지의 수기는 컴퓨터와 친해지고픈 이 땅의 모든 어르신들이 으레 겪는 고난사다. 그렇기에 절망과 어려움을 딛고 정보화 세계에 진입한 어르신들의 사례는 진정한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늙어도 하면 된다!’는 제목의 김만춘 할아버지의 수기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배워서 뭐해’ ‘나이 때문에’는 핑계일 뿐

11월27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는 소란하지 않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이 ‘어르신 정보화 교육’ 가운데 하나로 실시한 ‘어르신 정보화 수기’ 당선작 시상식이 열린 것이다. 
CTLC 어르신정보화 수기 및 동영상 공모 시상식
한국MS와 KADO는 지난 2000년부터 전국 24곳에 지역정보교육센터(CTLC·Community-based Technology and Learning Center)를 열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정보화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MS와 KADO는 이들 24곳 CTLC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10월23일부터 11월15일까지 정보화 수기 및 동영상 공모전을 열었고, 모두 62편 후보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11월24일 감동의 사연들을 최종 발표했다. 이들 수상작에 대한 시상식이 27일 열린 것이다. 오전 11시에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깝게는 경기도 수원부터 저 멀리 경북 안동과 전북 군산에서 백발의 어르신들이 새벽길을 서둘렀다.

최우수상-이헌복 어르신 시상식에 이어 수기발표에 나선 수상자들의 ‘사연’을 잠깐 들여다보자. ‘백발의 제2인생, PC와 더불어 산다’라는 체험기로 수기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헌복(72) 할아버지(안동과학대학 노인정보교육센터)는 젊은이도 혀를 내두르는 실력으로 참석자들의 감탄을 샀다. 이 할아버지는 무상 컴퓨터교육을 받은 어르신들끼리 만든 ‘e편한 안동 실버넷61’의 회장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직접 제작한 교재로 매주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변에서 홈페이지 개설을 문의하는 경우도 잦은데, 시간과 장소를 정해 개별 지도를 해 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실버넷61 동호회 회원수는 58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수상을 수상한 김만춘(79) 할아버지(대한노인회 수원시장안구지회)의 사연도 남다른 눈길을 끌었다. 김 할아버지는 정년퇴임 후 무료한 일상을 보낸 지 10년만에 컴퓨터로 또 다른 삶에 눈떴다고 한다. 특히 주변의 핀잔과 무관심에도 굳은 의지로 배움을 포기하지 않은 노력에는 많은 이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컴퓨터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학원에 처음 등록했을 때만 해도 막막함 그 자체였다. "그 연세에 컴퓨터는 배워서 뭣하시려느냐"는 젊은 수강생들의 핀잔과 "노인이 있으면 장사가 안 된다"는 학원장의 면박에 절망하기를 여러 차례. 그럴 때마다 더욱 오기가 생겼고 ‘컴퓨터를 열심히 배워서 컴퓨터 강사가 되겠다’는 각오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우수상-김만춘 어르신 우연한 기회에 수원시 보훈회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지원으로 노인정보화 무료 교육과정이 개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김 할아버지는 눈이 번쩍 뜨였다. 우선 교육대상이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빨리 출석해 옆자리 노인 수강생에게 컴퓨터 기초를 알려주면서 자신도 배움의 길을 넓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노인정보화교육 강사 양성과정 개설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신청했고, 올해 2월16일 강사양성 수료증을 손에 쥐었다. 

김만춘 어르신은 노인정보화교육 강사의 장점에 대해 "노인 수강생들과 동질감이 있고 쉽게 친숙해지는 우정이 있으며, 답답해도 짜증을 내지 않는 친절함이 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처음 컴퓨터를 배우면서 겪은 설움을 다른 노인분들은 더 이상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에는 힘찬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동영상부문에서는 윤경식(63) 할아버지(안동과학대학 노인정보교육센터)가 ‘부석사 무량수전’을 영상미로 재현한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정기영(68) 할머니(한남대학교 노인정보교육센터)의 ‘나의 길을 가리라’는 시상식장에서 즉석 시연되기도 했다. 

"노인 10명 중 1명만 PC 사용…CTLC가 기수 돼 달라"

참석한 어르신들의 열의도 젊은이 못지 않았다. 시상식 장면을 놓칠세라 연신 디지털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백발 어르신들의 ‘취재’ 열기로 회의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행사를 진행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들도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참석할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디지털 기기는 젊은층의 몫’이라는 편견이 보기좋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시상식에 참석한 서종길 KADO 정보활용촉진단장은 "20대 젊은이들은 99.8%가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65살 이상 어르신들의 컴퓨터 활용도는 10분 중 1분에 그치고 있다"며 "아직 정보화에 동참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CTLC 수강생인 어르신들이 많이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참석한 어르신들의 취재 열기로 시상식장은 내내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시상식 내내 자리를 지킨 유재성 한국MS 사장도 "다른 기업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노인정보화부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노력을 기울였는데, 시작하고 나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뗀 뒤 "다른 노인분들이 이번 수상작들을 본보기로 삼아 정보화 교육을 실천해 더욱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도 어느 정도 사명을 완수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르신들의 정보화 교육 동참을 당부했다. 

이번 정보화수기 공모 당선자 명단과 당선작들은 KADO가 운영하는 ‘어르신나라’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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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찍은 행사 사진입니다. 

사진 맨 앞줄 왼쪽은 수기 부문 최우수 이헌복(72) 어르신, 오른쪽은 동영상 부문 최우수 윤경식(63) 어르신.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 유재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뒷줄 오른쪽 첫번째 서종길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활용촉진단장.
▲사진 맨 앞줄 왼쪽은 수기 부문 최우수 이헌복(72) 어르신, 오른쪽은 동영상 부문 최우수 윤경식(63) 어르신.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 유재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뒷줄 오른쪽 첫번째 서종길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활용촉진단장.

동영상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윤경식(63) 어르신이 유재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으로부터 상패를 수상하는 모습.
▲동영상 부문 장려상 수상자 중 한 분인 신현우(68) 어르신이 유재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으로부터 상패를 수상하는 모습.

수상 어르신들이 시상식이 끝난 후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미래주택 체험관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래미안 U 스타일 전시관'을 단체 관람하고 있다. 일명, '20세기 어르신들의 21세기 첨단 디지털 열하(熱河) 체험'. 이 날 어르신들은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첨단 유비쿼터스 환경을 몸소 체험해 보며 시종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수상 어르신들이 시상식이 끝난 후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미래주택 체험관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래미안 U 스타일 전시관’을 단체 관람하고 있다. 일명, ’20세기 어르신들의 21세기 첨단 디지털 열하(熱河) 체험’. 이 날 어르신들은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첨단 유비쿼터스 환경을 몸소 체험해 보며 시종 감탄을 금치 못했다. 

asada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