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L 앨범’의 힘! 2008 아마존 베스트셀러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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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나인 인치 네일(NIN)이 새 앨범 ‘고스트 I-IV‘(Ghosts I-IV)를 CCL을 붙여 무료로 공개했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걱정했다. 안 그래도 쪼그라든 음반시장에서 상업용 레이블이 무료로 음원을 공개하다니!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에 익숙한 이들에겐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일 만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스트 I-IV’는 4장을 묶은 레이블이다. 각 장마다 9곡씩, 전체 36곡이 들어 있다. 나인 인치 네일은 곡 전체를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용‘(BY-NC-SA)의 CCL 조건으로 공개했다. DRM도 적용하지 않은 따끈따끈한 고음질 MP3 음악을 누구나 자유롭게 내려받도록 한 것이다. 그야말로 ‘실험’이란 표현이 제격이었는데.

그로부터 9개월 뒤.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다.

NIN의 ‘고스트 I-IV’가 그야말로 한건 톡톡히 했다. 아마존닷컴이 집계한 ‘2008년 베스트셀러 앨범‘ 순위에서 당당히 1등을 꿰찼다. CCL을 붙였다고는 하나 사실상 고음질 신곡을 공짜로 듣도록 한 것인데, 가장 많이 팔려나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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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은가. 지금껏 CCL을 비웃던 이들에게 보란듯이 합법적인 창작과 공유의 가치를 입증한 셈이니까. NIN의 실험은 ‘무료 공개=베스트셀러’란 등식도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상식으론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정식이다.

심상찮은 조짐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고스트 I-IV’는 CCL 조건 아래 무료로 공개됐음에도 발매 첫 주 80만장이 한꺼번에 팔려나가며 16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빌보드 일렉트로닉 앨범’ 차트와 ‘빌보드 200’에서도 잇따라 1위에 올랐다. 음악공유 서비스 라스트닷FM은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앨범‘ 4위로 ‘고스트 I-IV’를 꼽았다. ‘고스트 I-IV’은 지난 한 해동안 522만여회나 라스트닷FM을 통해 오디오 플레이어에서 재생(일명 ‘스크로블’)됐다.

아직도 ‘CCL=공짜’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CCL을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는 저작권 규약으로만 인식할 일은 아니다. NIN의 예에서 보듯,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공유하면서 비즈니스 성과도 올리는 방법이 있다. NIN은 온라인 음원 유통 방식이 온전히 저작권 울타리 아래 갇혀 있을 수 없음을 일찌감치 인정했다. 그 대신 NIN은 음원을 자유롭게 풀어줌으로써 자신들의 음악성을 알리고 입소문냈다. CCL을 영리하게 활용한 사례다.

NIN의 ‘고스트 I-IV’는 지금도 합법 파일공유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덧> NIN의 ‘고스트 I-IV’는 ‘BY-NC-SA‘의 CCL 조건을 내걸었다. 요컨대, 저작자를 표시하고 영리 목적으로 쓰지 않는다면 곡들을 자유롭게 변형해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으로 재창조해도 된다는 뜻이다. ‘고스트 I-IV’는 NIN의 저작물이지만, 이 곡들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훨씬 많은 창작물로 다시 태어난다. 물론 재창조한 곡도 ‘BY-NC-SA’를 따른다는 조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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