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앱개발] ③말하는 박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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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한파가 몰아닥친 2월 어느 휴일.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사무국에서 각자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을 만났다. 화면 속에는 알 수 없는 알파벳과 숫자들이 나열돼 있다. ‘닥치고 앱 개발’팀이었다. 아이디어도 확정됐고, 역할 분담도 끝났다. 이제 개발자들은 타이태니엄과 자바스크립트와, 디자이너들은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와 씨름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회의 이후 그동안 개발팀은 각자 역할을 나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CC 유스들은 맡은 역할에 따라 CC 자원활동가에게 조언을 듣거나 현재 진행 단계를 기록하기로 했다.

이제 그들의 진행 상황과 대략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UI 기획서를 토대로 회의가 시작됐다. 첫 회의에서 결정된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난 건 없다. 기본적으로 신청자가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40자 이내로 써서 올리면, 상대방이 무작위로 그 글들 중 하나를 받게 되고 직접 녹음을 해주는 형식이다.

[slideshare id=11588111&doc=ccyouthui-120215084012-phpapp02]

UI 기획서 바로가기~!

개발팀의 멘토인 CC 자원활동가 김범준님의 UI 설명을 들을 뒤, 디자인과 기획을 맡은 CC 유스들은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다자인을 맡은 혜지님이 먼저 제안했다.

“신청자가 자신이 무슨 말을 신청했는지, 그리고 신청받은 사람이 자신이 무슨 말을 녹음해주었는지 보여주는 목록 두 개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첫 화면에 목록보기 메뉴를 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요? 신청하기와 녹음하기 메뉴 각각에 그에 따른 목록을 넣어주는게 더 나을 것 같아요. 본인이 어떻게 녹음했는지도 듣고 싶을 테니까요.”

‘굳이 내가 녹음한 말까지 목록을 만들어야 하나’란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참여자는 디자이너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이면 내가 녹음한 말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공유하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는데….” 다른 참가자도 조심스레 의견을 덧붙였다. 하지만 개발팀 멘토인 범준님은 살짝 난감한 기색이었다. “개발팀 유스들 상황이나 서버 문제를 고려하면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 모든 걸 결정지을 단계는 아니니, 좀 더 생각해봅시다, 하하.”

다음날, CC 유스의 정기회의 날. 이제 슬슬 디자인 작업에 착수해야 할 때다. 앱 자체 기능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눈을 사로잡을디자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번 개발팀과 디자이너팀의 UI 회의에선 기본 골격부터 잡기로 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회의를 참관하던 CC코리아 강현숙 실장님이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

“얘들아, 그런데 내가 신청한 그 문장을 다른 사람이 진짜 똑~같이 녹음해준다고 해서, 그게 정말로 나한테 감동으로 와닿을까? 막상 녹음해주는 사람도 크게 재미나 훈훈함을 못 느낄 것 같은데.”

그랬다. 지금까지 우리는 축하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우울할 때 누군가에게 힘이 불끈 나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 앱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실제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상대방 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게다.

이렇게 디자인 회의 시간은 다시 프로젝트 처음 시점으로 돌아가 앱 콘셉트 회의로 바뀌었다.

CC 유스 개발자 원곤님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면 신청자가 단문으로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신청하게 하지 말고, 라디오에 사연 보내듯 장문으로 글을 쓰게 하는 건 어때요? 그렇게 하면 신청하는 사람도 진심으로 글을 쓸 수 있고, 신청받은 사람도 더욱 진심어리고 실감나게 녹음을 해주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메시지 용량이 커지고 비용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요. 차라리 카테고리를 정해서, 옛날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자신의 기분 상태를 간단하게 아이콘으로 띄우면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이 녹음해주는 방식은 어떨까요? 혹은, 정말 간단하게 상태에 따른 미리 녹음된 말들을 리스트하든지요.”(범준)

“후자의 경우라면, 예컨데 ‘오늘따라 상사가 당신을 화나게 하나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였나요?’ ‘생일이세요?’ 같은 카테고리 제목을 정하고 그것을 눌렀을 때, 좋은 시의 글귀나 명언처럼 상황에 맞는 글을 띄워주는 건 어때? 아무래도 장문으로 사연을 쓰게 하면, 신청자가 글쓰기 힘들어하지 않을까.”(현숙)

이 날 회의에서 나온 가장 큰 숙제는, 신청자가 신청할 때의 방식을 단문으로 하느냐 장문으로 하느냐였다. 단문의 경우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지만, 너무 뻔한 문장이거나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문장이라면 녹음을 해주는 사람이나 받는이 모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장문은 신청자의 사연이 그 사연을 읽는 사람에게 녹음할 동기를 부여하고 진심으로 녹음하게 하지만, 사연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회의는 다시 쳇바퀴를 돌았다. 앗,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직 우리는 제대로 된 앱 이름도 정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숙제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걸 ‘리셋’하고 앱 이름 정하기 회의에 들어갔다.

“속닥속닥, 들려줘, 말캉말캉, 당신과 나만의 이야기… 어때?”

아, 뭔가 임펙트가 없어보인다.

“이 앱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앱! 요즘 없어서는 안 되는 핫 아이템, 졸릴 때 힘들때 힘을 주는 핫식스!”

오오~ 꽤나 긍정적인 반응!

그러다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 “에이, 핫식스보다는 박카스죠!”

그러자 누구랄 것 없이 동시에 외쳤다. “말하는 박카스!!”

그렇다. 이번 CC 유스들이 ‘닥치고 개발’하는 앱 이름은 바로 ‘말하는 박카~쓰‘다.

이름이 정해진 덕분일까. 앱 콘셉트 숙제도 술술 풀렸다. ①우선 앱에 접속하면 랜덤으로 신청자의 장문 사연이 뜬다. ②이 사연을 본 다른 이용자는 바로 녹음을 하려면 ‘녹음하기’ 단추를 누르고, 다른 사연을 보고 싶으면 ‘다른사연 보기’ 단추를 누른다. ③앱에 접속한 이용자가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신청하고 싶을 때는 ‘나도 신청하기’ 단추를 눌러 신청하면 된다.

두 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진행된 이번 회의는 그동안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오늘의 결정도 언젠가 바뀔 수도 있다. 그래도 이번 회의를 통해 갑작스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 같아 뿌듯했다.

며칠 뒤, CC 유스 디자인팀이 이번 회의에서 확정된 내용을 토대로 앱 디자인 초안을 CC 유스 페이스북 그룹에 올렸다. 어떤가. 이것이 현실화된 모습이 상상 되는가. 그 결과가 궁금하면 다음 행보를 계속 지켜보자.

글쓴이 강보연(@kbyhaha).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대학생 자원활동가 그룹 ‘CC 유스’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실시간 관찰자’(^^) 역할을 맡았다. 온라인에선 ‘깡보’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