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과도한 심의’ 소송서 방통심의위 ‘승’

2012.02.23

앞으로 법에 명시되지 않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대통령령에 따라 심의해도 나무랄 수 없게 됐다. 심의 대상을 법으로 보다 명확히 규정해달라는 시민사회의 청원에 대해 법원이 심의 주체인 방통심의위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소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부문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방송통신위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4호에 대하여 2월23일 합헌으로 결정했다.

방통심의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는 근간이 되는 법이다. 이 법은 심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방통심의위가 과도하게 심의활동을 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9.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심의 대상을 법률로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도록 한 점과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라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게 비판의 대상이었다. 실질적으로 방통심의위가 방송과 인터넷에 대한 무소불위의 심의 칼을 빼들 수 있게 했다는 이야기다.

이 법 조항에 대하여 합헌 판결을 내린 재판관 5명은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정보통신 영역의 광범위성과 빠른 변화 속도를 감안할 때 함축적 표현이 불가피한 면도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 나아가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관 3명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률 유보 원칙 및 포괄 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실질적으로 국민은 방통심의위가 무엇을 심의할지 예측하기 어려울지라도,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모든 걸 예측하여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을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규정토록 한 것은 합헌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소송은 ‘쓰레기 시멘트’를 고발한 최병성 목사의 블로그 게시글 삭제 사건에서 시작됐다. 최병성 목사는 자신의 다음 블로그에 ‘발암시멘트가 무죄라고?’라는 글을 시작으로 2006년 12월25일부터 2008년 12월9일까지 산업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의 유해성을 고발하는 글을 58건 작성하였다.

최병성 목사의 블로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최병성 목사는 2008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내산 시멘트의 유해성에 대해 알렸다. 그러자 한국양회공업협회는 최병성 목사의 글이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라며 다음커뮤니케이션에 해당 글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방통심의위 또한 2009년 해당 글을 삭제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최병성 목사는 이 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2원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에 바탕해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하는 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의 원칙과 포괄위임입법 금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한다고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무엇을 심의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는 법을 근거로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게시물을 검열하고 심의하는 것에 대한 위헌 소송이었던 셈이다.

헌재는 이에 대해 합헌으로 판결했다. 이와 함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회원이 제기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에 대해서도 합헌으로 결정했다.

방송통신위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는 합헌으로 결정됐지만,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는 방통심의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위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19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SNS 심의 반대 시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심의를 항의하는 1인 시위. 사진 : 진보네트워크센터

borashow@bloter.net

인터넷, SNS, 전자책, 디지털 문화, 소셜게임, 개인용 SW를 담당합니다. e메일: borashow@bloter.net. 트위터: @bora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