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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게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

2012.02.24

“저는 10년 동안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왔습니다. 다음 10년 동안 제 목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하는 것을 온라인 게임에서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인 맥고니걸 게임 디자이너가 지난 2010년 테드 강연에서 한 말이다. 제인 맥고니걸 게임 디자이너의 강연 제목은 ‘게임을 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였다.

게임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니, 무슨 뜻일까. 제인 맥고니걸 게임 디자이너가 쓴 ‘누구나 게임을 한다’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이 흰소리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제인 맥고니걸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 연구가다. 샌프란시스코 예술학교와 U.C.버클리 등에서 게임이론과 게임 디자인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고, 현재는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에서 게임 연구개발 분야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이 주는 순기능에 주목했다. 게이머가 게임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그 어떤 놀거리보다 뛰어나다는 의견이다. 전세계 가장 많은 게이머가 즐기는 게임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예로 들어보자. WoW엔 게이머가 노력한 만큼 보상을 준다. 제인 맥고니걸 게임 디자이너는 이를 ‘행복한 생산성’이라고 표현했다.

WoW에는 게이머의 아바타가 있고, 적과 싸움을 벌일 수 있다. 게임 속 세상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다니며 낯선 생물을 발견하고 지형을 조사하는 탐험도 게이머의 몫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죽이나 무기를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기도 하고, 재료를 모아 제화를 만들어 사고파는 등 잔일도 많다. 적어도 WoW 안에선 실업률이 0%인 셈이다.

WoW뿐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많은 게임은 협동과 경쟁을 바탕에 깔고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게이머는 같은 규칙을 따르고, 똑같은 목표를 공유하기로 약속한다. 이렇게 공동기반이 마련된다. 게이머 각자가 가진 능력이나 기술을 적재적소에 이용하는 것은 공유된 집중력과 동시적 참여 능력이 발현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임으로부터 얻는 보상을 나눠갖는 것도 상호 보상의 과정이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사회가 사회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것과 똑같은 사회적 참여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셈이다.

‘누구나 게임을 한다’는 제인 맥고니걸 교수의 이 같은 철학을 묶은 책이다.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은 물론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게이머가 발휘하는 협업의 힘을 주의깊게 관찰한다.

게임의 협업 능력이 현실의 세계를 구한다니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한 게임과 그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적 규칙을 설명하며 설득력에 힘을 보탠다. 단순한 게임 소개서 아니냐고? ‘누구나 게임을 한다’는 현실 세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철학자의 주문서에 가깝다. 주문의 재료는 게임이고, 주문을 읊는 이는 게이머다.

제인 맥고니걸 게임 디자이너는 “나는 협업 능력의 진가가 게임을 통해 증명되리라고 굳게 믿는다. 게이머들이 게임의 힘을 빌려 우리가 에너지를 쓰고, 배를 채우고, 건강을 관리하고, 자신을 다스리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서로를 돌보고, 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현실 세계를 구하리라 본다”라고 ‘누구나 게임을 한다’를 통해 주장했다. 게임에 거는 다소 지나친 긍정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게임의 순기능을 믿는다는 뜻이다.

국내 상황을 잠깐 돌아보자. 국내에선 게임을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원인을 게임으로 지목하며 교육과학기술부는 게임에 ‘쿨링오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는 7월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도 시행될 예정이다. 게임을 향한 정부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임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제인 맥고니걸 교수와 게임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우리나라 정부 사이에 어떤 괴리감이 있을 것일까. 게임을 즐기는 일을 가치 있는 행위로 여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아닐까. 게임을 무가치한 것으로 인식할 땐 게임에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이제 게이머 스스로 게임 매니아를 속칭 ‘잉여’라고 부르는 행위를 그만두자. ‘오타쿠’라는 조롱 섞인 농담도 학교폭력을 근절하듯 그만둘 때다. 제인 맥고니걸 게임 디자이너의 ‘누구나 게임을 한다’는 즐길 거리를 차단하려는 엄숙한 대한민국 정부와 사회, 게이머에 울리는 경종이다.

지난 2월23일, 경찰청은 학교폭력근절 캠페인 홍보대사로 게임 캐릭터 ‘앵그리 버드’를 선정했다. 헨리 호움 로비오 부사장과 악수를 나누는 손이 민망하지는 않았을지 걱정이다. 우리나라 경찰은 입이 두 개라도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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