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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예측한 죄인가 허위사실 유포죄인가

2009.01.13

#1

‘비내려봐’는 정말 혜성같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기상청의 잇따른 오보에 짜증이 치솟을 무렵이었다. 비내려봐는 귀신같이 비가 올 날을 맞혔다. 내로라하는 기상청 전문가들과 기상학자들도 주말엔 구름 한 점 없이 맑을 거라 장담했지만, 비내려봐는 국지성 소나기가 전국에 걸칠 것이라 자신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소나기가 내렸다. 사람들은 더이상 기상청을 믿지 않았고, 비내려봐의 말대로 우산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기우제의 신’ 비내려봐에 열광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떤 이는 비내려봐가 M방송국에서 20여년간 기상예보를 했던 K예보관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외국에서 선진 기상학을 공부하고 기상청 고위간부까지 역임한 50대 퇴역 엘리트라고도 했다.

기상청은 똥줄이 탔다.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우산값이 치솟았다. 기상청은 우산 도매상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우산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회의가 있었던 날부터 장터엔 우산 대신 비옷이 쏟아졌다.

그 무렵 비내려봐는 ‘기상청이 우산 도매상들에게 우산 매도를 금지하도록 요청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여론은 들끓었다. 포졸들은 비내려봐를 잡아들이기로 했다. 기상청이 우산 도매상들을 만난 건 사실이지만, 단순 협조를 구했을 뿐 우산 매도를 금지하도록 요청한 적은 없었다’는 이유다. 그러니 비내려봐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비내려봐는 잡혔다. 잡고 보니 K예보관도, 50대 해외출신 엘리트도 아니었다. 비내려봐는 그저 인터넷 기상 정보들을 바탕으로 독학으로 기상학을 공부한 30대 대한민국 청년이었다. 더구나 그는 변변한 직업도 없었다.

비내려봐는 정부기관의 예측을 보기좋게 비웃었고, 이는 보란듯이 들어맞았다. 그는 콧대높은 엘리트 관료들과 전문가들보다 더 정확히 맞혔고, 덕분에 나랏님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허나 잘 맞혔다는 이유로 잡아가둘 수는 없는 노릇. 포졸들은 궁리끝에 비내려봐의 말 한 마디를 물고 늘어지기로 했다. 그 역시 비내려봐가 널린 자료들을 토대로 내린 분석이었다. 그나마 ‘약한고리’라고 판단한 포졸들은 비내려봐를 허위사실 유포로 잡아들였다. 그리고 잡은 지 하루만에 전격 옥에 가뒀다.

#2

미네르바가 잡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무엇보다 그의 정체가 관심거리였다. 소문은 이미 그를 ‘경제대통령’으로 부풀려놓았다. 그런데 경찰 발표는 소문과는 달랐다. 붙잡힌 미네르바는 30대 청년에다 변변한 직업도 없었다. 경제학을 정규 과정으로 공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어떤 경제학자나 전문가보다 정확히 경제 상황을 들어맞혔다.

그러니 사람들이 의심할 만도 하다. 붙잡힌 자가 정말 그 ‘미네르바’가 맞을까. 의심하는 것까진 좋다. 허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토록 기막히게 경제 상황을 예측한 미네르바가 꼭 50대 엘리트여야 하는가. 독학으로 공부한 30대 무직자여선 안 되는가. 이는 자가당착이다. 30대 백수에게 온 나라가 휘둘렸다고 선동하는 검찰이나 일부 보수 언론의 논리나 다를 바 없다.

붙잡힌 자가 그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맞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대한민국을 열광케 한 그 아고라의 미네르바 한 사람만도 못한 대한민국 경제운용 시스템의 허약함을 지적하는 일이다. 30대 독학생보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허수아비 경제 전문가들을 손가락질할 일이다.

미네르바는 인터넷과 책을 통해 경제 지식을 습득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렇게 얻은 지식이 믿을 만 한 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조차 시간 낭비다. 지금이 어떤 시댄가. 인터넷으로 웬만한 정보는 다 구할 수 있는 때다. 출처가 아니라 과정과 그 결과를 주목하라. 미네르바만도 못한 정규과정 엘리트들의 헛발질에 주목하라. 그런 점에서 지난해 가짜학력 파문까지 끄집어내며 미네르바를 ‘대한민국 가짜공화국’의 결정판인 양 모는 보수 언론들의 마타도어는 우려를 넘어 테러 수준이다. 그러니 ‘쓰레기’ 소리 듣는 것이다.

#3

초점이 흔들려선 안 된다. 경찰은 미네르바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붙잡았다.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30대여서, 무직자여서가 아니다. 경제 관료들에게 미운털이 박혀서도 아니다. 지난해 올린 글 가운데 “외환 예산·환전 업무가 8월1일부로 전면 중단된다”(7월30일자)와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12월29일)는 내용을 문제삼았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상관없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이것이다. 심증만으로 섣불리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미네르바 구속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일단 이 혐의에 주목해야 한다. 정말로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했을까.

아직 검찰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굳이 걸고 넘어지자면 미네르바가 혐의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예컨대 검찰이 위법 근거로 내세운 ‘전기통신기본법 47조’의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의 해석 범위가 너무 넓다. 자칫 조자룡 헌칼 쓰듯 아무데나 휘두를 소지가 다분한 대목이다. 이 법안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 심사중이라는 사실도 그 점을 뒷받침한다.

지금껏 이 정부의 행보에 대입해 수사 결과를 ‘예측’해보자면, 미네르바는 끝내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 불도저처럼 목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면, 호위무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근거를 갖다붙이는 게 이 정권이다. 미네르바 검찰조사 결과는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후폭풍을 일으킬 게 틀림없다. 미네르바 구속을 도화선으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이나 저작권법 개정안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벌써부터 보수 언론들은 사이버 공간이 범죄의 온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내세워 온갖 검열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또 다른 테러를 시작할 기세다.

나는 궁금하다. 이른바 미네르바 사태와 사이버 모욕죄가 무슨 상관인가. 미네르바가 인터넷 공간에서 다른 누군가를 모욕했는가. 특정인을 스토킹하거나 욕하고 모독하기라도 했는가. 사이버 공간에서 조그만 논란거리만 생겨도 무턱대고 규제의 칼부터 꺼내드는 아둔한 보수여당의 행태나, 이를 부추기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없는 보수언론의 행태나 다를 바 없다. 공부부터 할 일이다.

#4

미네르바를 둘러싼 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우선은 그의 ‘혐의’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외환 당국이 지난해 12월26일 은행회관에서 7대 시중은행의 자금관리부서 간부들을 모아놓고 외환매입을 자제해 줄 것을 실제로 요청했다”는 주장이 새로 나온 점은 주목해야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미네르바의 혐의는 상당부분 덜어질 것이다. 한두 대목을 문제삼아 억지로 구속할 수는 있겠으나, 그 여파도 그만큼 커질 것을 정부 당국은 알고 있을 테니까.

아무리 좋게 봐도 미네르바 구속은 불도저 정부와 삽질 언론의 인터넷 길들이기 조치란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 정부의 인터넷 탄압 조치는 꾸준히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이는 미네르바 사태와 무관하다. 아니, 미네르바 사태가 새삼 일깨워준 교훈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법이 공평하다면 ‘혹세무민’의 칼날도 공평히 들이대야 한다. 누가 정말 혹세무민했는지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세상인데.

asadal@bloter.net